[기자의 눈]미뤄진 중고차 시장 개방, 외면당한 소비자 선택권
중기부, 3년 가까이 중고차 시장 개방 결론 못 내…소비자 피해 지속
"투명한 중고차 시장, 소비자 보호·지속 성장으로 이어질 것"
- 신건웅 기자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2019년 2월 8일. 중고차 시장의 시계가 멈춘 날이다. 시장 개방 논의를 시작한 지 3년 가까이 지났지만, 달라진 건 하나도 없다. 여전히 중고차 시장은 일부 업자들만의 전용 시장으로, 꽉 막혀 있다.
해결책을 찾기 위해 국회와 중소벤처기업부가 나섰지만, 중고차 단체가 기존 입장을 고수하면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주무부처인 중기부는 개방 논의 자체를 지속해서 미루고 있다. 개방 여부에 대한 법정 결정시한(2020년 5월 6일)이 1년 7개월이나 지났다.
권칠승 장관이 직접 "연내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에 신청할 생각"이라고 했음에도 아직 감감무소식이다. 올해가 일주일 정도밖에 남지 않은 것을 고려하면 내년으로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
참다못한 자동차시민단체들은 중기부에 대해 감사원 국민감사를 청구했다. 수차례 결론을 내 달라고 요구했음에도 장기간 결론을 미루면서 사실상 눈치 보기, 직무유기라고 봤다.
문제는 중고차 시장 개방이 늦어질수록 소비자들의 피해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허위 미끼 매물을 비롯해 침수차·사고차 판매, 주행거리 조작, 불투명한 가격산정 등 중고차 시장의 고질적 문제는 지속되고 있다.
실제 지난 5월에는 충북지방경찰청이 허위 매물을 미끼로 중고차를 강매한 중고차 딜러 A씨 등 4명을 구속하고 2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A씨 등은 온라인에 시세보다 훨씬 저렴한 중고차 허위 매물을 올려놓고 이를 보고 찾아온 소비자를 속여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차를 강매한 혐의다.
이들은 문신을 보여주며 위압감을 조성하며 돈이 없다고 하자 8시간 동안 차량에 감금하고 강제로 대출까지 받게 하기도 했다. 차를 강매당한 60대 B씨는 20여일 만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소비자 피해를 막고,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시장을 개방해야 한다. 일부에서는 중소 영세업자를 배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투명한 시장이 돼야 지속가능성이 있다.
소비자들이 믿고 찾는 시장이 되면 오히려 시장 규모도 더 커질 수 있다.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중고차 거래 대수는 263만대로, 신차 시장보다 1.38배나 크다. 그러나 선진국 시장에 비하면 작은 편에 속한다. 미국의 경우, 중고차 거래 대수는 신차 판매 대수의 2.39배에 달한다. 영국(3.29배)과 독일(1.99배)도 한국보다 크다.
거듭된 피해로 불신이 쌓인 것이 원인이다. 시장의 성장을 위해서라도 개방이 필요하다. 코로나19에 백신이 답이라면, 중고차 시장은 개방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시장을 막아놓고 그들만의 리그로 남겨둔다면 앞으로도 달라지는 건 없다. 소비자 없이 시장도, 기업도 살아남을 수 없다. 혁신성장을 외치는 중기부가 하루빨리 현명한 결론을 내길 바란다.
k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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