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엔저' 외면하는 현대차 노조

'엔저' 현상이 지속되면서 현대자동차가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 25일 공개된 현대자동차의 올 1분기 실적은 이같은 상황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현대차는 1분기에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6% 늘어난 21조3671억원의 매출액을 달성했지만, 영업이익은 10.7% 감소한 1조8685억원을 거뒀다. 당기순이익은 14.9% 줄어든 2조878억원으로, 덩달아 줄었다.

올 1분기동안 판매대수는 전반적으로 증가했지만, 미국 시장에서는 떨어졌다. 1분기 현대차의 판매대수는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9.2% 증가한 117만1804대에 이르지만, 미국 판매대수는 3% 하락한 29만1262대 규모다. 당연히 미국시장 점유율도 전년동기보다 0.8%포인트 떨어진 7.9%로 주저앉았다.

반면 토요타는 올 1분기에 미국에서 전년동기보다 9% 증가한 52만9444대를 판매했다. 이에 따라 시장점유율은 0.3%포인트 증가한 14.4%로 상승했다. 일본 노무라증권에 따르면 엔달러 환율이 10엔 오르면 토요타의 2012회계연도(2012년 4월~2013년 3월) 경상이익은 사상 최대치인 2조4300억엔(약 27조원)을 넘을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엔달러 환율이 앞으로 105엔에 이를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처럼 '엔저'가 장기화되면 글로벌 시장 특히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의 가격경쟁력은 일본차에 비해 크게 뒤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현대차는 '엔저'로 인해 글로벌 시장경쟁력이 약화되지 않을지 노심초사하고 있다.

그런데 현대차 노조는 7주째 '주말특근'을 거부하고 있다. 이로 인해 현대기아차는 5만대 가까운 차량을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 금액으로 따지면 9500억원에 이른다. 노조의 주말특근 거부는 이번주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여, 생산차질에 따른 현대차의 피해액은 1조원이 넘을 전망이다. 미국에서 그랜드산타페(국내명 맥스크루즈), 싼타페스포츠(국내명 싼타페), 기아차의 카덴자(국내명 K7) 등은 물량이 없어서 못팔고 있다.

현대차의 '노조 리스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현대차 사내하도급(비정규직) 노조는 지난 24일 '전 사내하도급 정규직화'를 촉구하는 부분 파업을 시행한데 이어 26일 파업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생산성 악화뿐 아니라 2분기 실적도 '적신호'가 켜질 전망이다.

노조는 노동자의 입장을 대변하고, 사측을 견제·감시하는 집단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회사를 성장 발전시켜야 할 책임과 의무도 있다. 적어도 건강한 노조라면 그렇다. 회사는 지속되는 '엔저' 현상으로 안팎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노조가 '제 밥그릇'만 챙기려고 생떼를 쓴다면 결코 건강한 노조라고 할 수 없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했다. 현대차 노조가 눈 앞의 이익만 쫓기보다 좀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길 바란다.

rje3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