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0만원대 재규어, 외모는 멋진데…
[시승기] 동급최대 크기, 240마력, 34.7kg.m 토크…경쟁모델 뛰어넘을 만한 매력 부족
전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불고 있는 다운사이징(차량 엔진 저배기량화) 열풍이 럭셔리카에도 불어닥쳤다. 영국의 고급자동차 메이커 재규어가 새롭게 개발한 2.0리터 4기통 터보 엔진을 스포츠 세단 'XF'에 장착해 6500만원대의 가격으로 내놓았다. 여기에 8단 자동 변속기를 적용해 경쾌한 주행까지 가능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실제로 만나본 XF 2.0 모델은 아직 아쉬움이 조금 남았다. 잘생긴 외모와 고급스러운 분위기는 여전했지만 주행능력, 인테리어, 편의장치, 연비 등은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들에 못 미쳤다. 이 모델을 BMW,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등과 비교했을 때 구매도가 어느 정도까지 올라갈 지 의문이 들었다.
10일 경상남도 남해군 창선도를 출발해 사천시를 거쳐 남해대교에 이르는 약 80km 구간을 2013년형 'XF 2.0P 럭셔리' 모델을 타고 시승했다.
이번에 시승한 모델에 장착된 신형 2.0리터 4기통 터보차저 엔진은 최고출력 240마력, 최대토크 34.7kg.m, 제로백(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 도달 시간) 7.9초의 주행성능을 갖췄다. 재원상으로만 보면 웬만한 3000cc 엔진 못지 않다.
하지만 연비는 9.4km/l로 2.0리터 엔진치고 낮은 편이다. 경쟁차종인 BMW '528i'(11.7km/l)나 메르세데스-벤츠 'E200 아방가르드'(10.7km/l)보다 뒤쳐진다. 이는 엔진이 차량 크기(전장 4961mm)나 중량(1760kg)을 충분히 끌고 나가지 못한다는 뜻이다.
XF의 외관은 고급스러움이 그대로 묻어났다. 스포츠 세단을 표방하지만 스포티함보다 럭셔리함이 강했다. 또한 독일 브랜드들과 다른 재규어만의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이는 세계 3대 디자이너로 꼽히는 이안 칼럼 재규어 수석디자이너가 뉴 XJ를 시작으로 정립한 새로운 패밀리룩을 그대로 따르고 있기 때문이었다. 2013년형 XF는 더욱 커진 라디에이터 그릴과 후드·프론트 윙·삼각형 측명 에어벤트(공기배출구) 등으로 스포티함과 고급스러움을 동시에 강조했다.
특히 헤드램프는 DRL(주간주행등)이 램프의 외곽선을 감싸고 있어 실용성과 고급스러움을 동시에 만족시켰다.
재규어 차체는 전장 4961mm, 전폭 1877mm, 전고 1460mm 등으로 독일의 경쟁모델들 보다 훨씬 크다. 하지만 측면을 유선형으로 처리해 날렵한 모습을 연출했다. 뒷모습은 붉은 테일램프와 크롬바, 재규어 로고 등으로 간략하게 처리해 깔끔한 느낌이었다.
차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보니 베이지색 가죽시트와 고동색 우드트림, 은색 센터페시아가 깔끔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이 중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재규어만의 독특한 기어박스다. 일반 차량의 기어박스는 기어봉이 달려있고, 이 기어봉을 위 아래로 조작하며 전진, 후진, 주차 등을 선택한다.
하지만 재규어는 동그란 다이얼 방식의 기어봉이 달려있다. 전진, 후진 등의 주행 상태도 다이얼을 돌리는 방식으로 선택한다. 기어봉에도 차별화를 둬 '재규어스러움'을 나타내는 것이다.
운전석에 앉아보니 3포크 스티어링휠과 계기판이 한눈에 들어왔다. 스티어링휠은 위·아래, 전진·후진 등 4방향으로 조절이 가능해 운전자의 상태에 따라 맞출 수 있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비상등' 버튼이 너무 작아 운전 중 위급상황 발생시 찾기 힘들 것 같았다.
뒷좌석의 경우 성인남성 3명이 충분히 앉을 만한 공간이 제공됐다. 무릎공간 역시 충분해 신장 180cm의 남성이 앉아도 넉넉했다. 다만 트렁크 공간은 차량 크기에 비해 작았다. 골프백 3개도 들어가 힘들어 보였다.
시동을 걸자 2.0리터 터보 엔진의 경쾌한 소리가 들려왔다. 동시에 센터페시아 부분에 보이지 않던 환풍구가 회전하면서 나타났다. 깔끔한 인테리어를 위한 재규어의 세심함이 엿보이는 부분이었다.
창선도 해안도로를 달리면서 XF의 코너링과 핸들링을 시험해봤다. 주행모드를 '스포츠모드'로 바꾸고 서스펜션 상태를 '다이나믹 모드'로 세팅했다. 엔진이 2.0리터에 불과하지만 주행성능은 '경쾌한' 느낌이었다. 또한 다이나믹 모드의 서스펜션은 구불구불한 해안도로에서 차량의 쏠림현상을 최대한 잡아줬다.
고속 구간에 접어들어서는 차량의 달리기 능력을 알아봤다. 직선도로에서 엑셀레이터를 끝까지 밟아보니 어느새 시속 160km를 넘어섰다. 시속 200km까지 어렵지 않게 속도가 올라갔다. 하지만 가속력이 강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8단 자동변속기가 지나치게 부드럽게 작용해 운전의 재미를 반감시켰다. 또한 2.0리터 터보 엔진은 240마력을 최대한 뽑아내지 못했다. 전장이 4961mm에 달하는 거대한 차체크기 때문인 것 같았다.
시내 주행에서는 만족도가 높았다. 가속을 할 구간이 별로 없는 시내에서는 차량이 정숙성이 돋보였다. 터보엔진임에도 정숙도가 일반 가솔린 엔진보다 높았다. 시속 60km까지는 엔진음과 노면음도 거의 들리지 않았다. 국내 소비자들이 중요시하는 '정숙성'은 경쟁모델보다 뛰어났다.
XF 2.0P 럭셔리 모델은 재규어가 국내 시장에서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데려온 '전략'차종이다. 그간 XF의 주력 모델은 3.0 디젤 모델이었다. 가솔린 모델의 경우 3.0 슈퍼차져 엔진을 장착한 모델이 있었지만 가격(7620만원)이 비싸서 수요가 거의 없었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관계자는 "많은 여성고객들이 XF의 외관에 끌려 구매하러 왔다가 디젤모델이 대부분인 것을 알고는 발길을 많이 돌렸다"며 "하지만 6000만원대의 XF 2.0P의 출시로 경쟁사들의 판매볼륨을 많이 가져오고 있다"고 밝혔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는 XF 2.0P의 경쟁 모델로 BMW의 '528i', 메르세데스-벤츠 'E200 아방가르드', 아우디 '2.0 TFSI 다이나믹' 등을 꼽고 있다.
한편 XF 2.0P 럭셔리 모델의 국내 시판 가격은 6590만원이다. 또한 XF의 트림별 시판 가격은 △2.2D 럭셔리 6540만원 △3.0D 럭셔리 7620만원 △3.0SC 럭셔리 7620만원 △3.0SC AWD 프리미엄 8690만원 △XFR 1억4670만원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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