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잡겠다고 투자 막나"…서학개미, 해외주식 양도세 논란에 '분통'

구윤철 기재부 장관, 해외주식 양도세 강화에 "검토할 수 있어"
"구시대적 발상…대외신인도·펀더멘탈부터 키워야" 반박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정부가 급등하는 환율 방어를 위해 '서학개미'에 대한 추가 과세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투자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서학개미들은 지금도 연간 250만원이 넘는 수익에 대해 지방소득세를 포함해 22%의 양도소득세를 부담하고 있는데 추가 과세는 "과도한 규제"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한국 주식에 미래가 없어 해외로 고개를 돌린 현실을 외면한 구시대적 발상이라는 지적이다.

27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달러·원 환율은 최근 1460~1470원 사이를 오르내리며 심리적 분기점인 1500원선까지 바짝 다가섰다.

시장에서는 고환율의 배경 중 하나로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이민'을 지목했다. 서학개미들의 투자가 늘면서 환전 수요가 증가했고, 이것이 달러 강세를 부추겼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예탁결제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개인 해외주식 보관금액은 1663억964만 달러(약 243조8598억 원)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1215억4303만 달러) 대비 36.83% 늘어난 규모다.

올해에만 해외주식을 291억8037만 달러(42조7813억 원) 순매수했다. 반면 같은 기간 국내 증시에서는 11조6726억 원을 순매도했다.

서학개미의 투자규모가 240조 원을 웃돌면서 글로벌 시장에서는 한국 개인투자자가 사실상 'VIP 고객'으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이에 외환당국은 지난 21일 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 등 대형 증권사 9곳과 비공개회의를 열기도 했다.

특히 해외주식 양도세 인상 가능성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해외주식 양도세 강화 여부에 대해 "현재는 검토하고 있지 않지만 여건이 된다면 얼마든지 검토할 수 있고 열려 있다"고 말했다.

현재 해외주식 양도세는 수익금이 연 250만 원을 초과하면 초과분에 대해 22%(양도세 20% + 지방세 2%)의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외환당국은 세율을 22%보다 더 높이면 개인들의 해외 주식 수요가 줄고 국내 주식 시장으로 머니무브(자산이동)가 이어질 것으로 봤다.

다만 업계에서는 해외주식 양도세율 인상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드러냈다. 근본적인 환율 안정책은 대외 신뢰도 제고와 펀더멘털 개선이지, 개인 투자 차단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고환율의 원인을 개인에게 돌리고 세금을 올리는 방식은 구시대적 발상"이라며 "개인 투자를 마음대로 주무르려고 하는 건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주식 양도차익이 250만 원을 초과한 투자자(양도세 신고 안내 대상)는 11만6000명으로 전년 대비 35% 증가했다.

ke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