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수주에도 고점서 38%↓…'비싼 몸값' 갇힌 삼성전기[종목현미경]
올해 MLCC 계약 3건 1.8조…AI용 공급 부족에 가격 협상력 강화
연초 대비 여전히 419% ↑…추가 상승엔 "실적 전망 상향 필요"
- 서한샘 기자
(서울=뉴스1) 서한샘 기자 = 삼성전기(009150)가 역대 최대인 1조 원대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공급계약을 따내는 등 주문이 밀려들고 있지만 주가는 고점 회복에 애를 먹고 있다. 사업 환경은 계속 좋아지고 있으나 가파른 상승 과정에서 성장 기대가 주가에 먼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전날 140만 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6월 19일 기록한 연중 종가 기준 최고가 227만 원보다 38.28% 낮은 수준이다.
이번 주에도 주가는 지난달 28일 종가 142만 1000원보다 1.41% 하락했다. 지난달 31일 145만 8000원까지 올랐지만 이달 1일부터 사흘 동안 7.54% 밀렸다. 전날 3.93% 반등했지만 주간 낙폭을 모두 만회하지는 못했다.
고점에서 크게 물러났지만 지난 1월 2일 종가 27만 원과 비교하면 여전히 418.89% 오른 수준이다.
주가와 달리 MLCC 수주 흐름은 굳건하다. 삼성전기는 지난 1일 글로벌 대형기업과 1조722억원 규모의 MLCC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계약 기간은 내년 1년간이며, 증권가는 비공개된 계약 상대방을 글로벌 AI 반도체 플랫폼 기업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번 계약은 삼성전기의 MLCC 장기공급계약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 지난 6월과 7월 체결한 4540억 원, 2951억 원 규모 계약의 합보다도 43% 많다. 올해 공시한 세 차례 MLCC 계약의 누적액은 1조 8213억 원이다.
IBK투자증권은 이번 계약 한 건이 삼성전기의 내년 예상 MLCC 매출액 가운데 12.3%를 차지한다고 분석했다.
계약의 범위도 넓어졌다. 앞선 계약들이 단일 기종의 고용량 MLCC를 대상으로 했다면 이번 계약에는 초소형·고용량 중심의 다양한 고부가 제품이 포함된 것으로 파악된다. 고의영 iM증권 연구원은 "특정 기종의 공급 부족에 대비하던 장기 공급계약이 플랫폼 단위로 확대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격 협상력도 삼성전기 쪽으로 기울고 있다. iM증권은 세 차례 계약의 가격 조건이 연이어 개선됐고 이번 계약의 수익성은 최소 30% 이상일 것으로 추정했다. 통상 장기 공급계약은 공급업체가 물량을 확보하는 대신 가격을 양보하지만 삼성전기는 물량과 가격을 동시에 확보했다는 분석이다.
AI용 MLCC 생산 확대는 범용 제품의 공급도 제약할 전망이다. AI 서버용 고용량 MLCC는 범용 제품보다 적층 수가 많아 같은 설비에서 더 많은 생산능력을 차지한다. iM증권은 세 계약 물량이 삼성전기의 내년 세라믹 생산능력 중 범용 MLCC 기준 약 23%를 잠식하는 효과를 낼 것으로 추산했다.
실적 전망도 높아지고 있다. 대신증권은 삼성전기의 3분기 매출액을 3조 8700억 원, 영업이익을 6363억 원으로 예상했다. 영업이익은 전 분기보다 44.5%,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4.5% 증가해 시장 전망치인 5960억 원을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
그런데도 1조 원대 수주가 주가를 끌어올리지 못한 것은 MLCC 호황과 실적 성장에 대한 기대가 이미 상당 부분 반영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번 계약이 호재인 것은 분명하지만 시장의 눈높이를 다시 끌어올리려면 향후 실적 추정치의 추가 상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계약 발표 후 보고서를 낸 IBK투자증권과 iM증권은 삼성전기의 목표주가를 각각 175만 원과 200만 원으로 유지했다.
높은 밸류에이션도 주가의 발목을 잡고 있다. DB증권과 현대차증권 추정치에 따르면 삼성전기의 올해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은 각각 69.2배와 74.8배에 달한다. 내년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한다는 전망을 반영해도 예상 PER은 각각 32.5배와 33.8배다.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예상보다 둔화하거나 공급능력 확대가 지연되면 높은 밸류에이션이 주가 변동성을 키울 수도 있다.
그럼에도 증권가는 삼성전기의 이익 개선 여력이 남아 있다고 보고 있다. 양승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MLCC는 AI향 고부가 제품 믹스 개선과 범용 가격 인상이 동시에 진행되며 이익 개선 사이클이 이제 막 본격화하고 있다"며 "높은 이익 성장성을 감안하면 밸류에이션 프리미엄 부여가 충분히 정당화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sae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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