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이 독 됐다…반도체 TOP2시리즈 -30%[ETF업&다운]

'자금 유입' 순위 2등에서 800등으로 '추락…조정장에 '취약'
"분산 거슬러 복병됐다 vs AI 집중 강세장서 불가피한 흐름"

ⓒ 뉴스1 윤주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한유주 기자 =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가 강세장을 주도하던 시점에 인기를 끌었던 반도체 TOP 시리즈 상품들이 최근 한 달간 수익률 하위권에 줄줄이 자리했다. '분산'이란 ETF의 성격을 거슬러 두 종목에 '집중'한 점이 조정장에서 독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ETF체크에 따르면 'SOL AI반도체TOP2플러스'는 최근 한 달 하락률이 36.12%에 달하며 레버리지·인버스를 제외한 전 종목 중 하락률 2위를 기록했다. 'ACE K반도체TOP2+'도 같은 기간 33.21% 하락했고, 'KODEX AI반도체TOP2플러스'도 33.07% 내리며 각각 하락률 7·8위를 기록했다.

'삼전닉스' 레버리지를 제외하면 스페이스X를 품은 미국우주항공ETF와 함께 수익률 하위권을 싹쓸이했다.

'TOP2' 시리즈는 상반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독주 무대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을 절반 이상 편입하며 상승장의 과실을 최대한 흡수하겠다는 전략이 먹혀들었다.

장기 공급 계약으로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장기간 이어질 것이란 기대감에 개인연금 계좌에도 상당한 자금이 유입됐다. 지난 3월 신한자산운용이 출시한 'SOL AI반도체TOP2플러스'가 인기를 끌자 '카피캣' 상품이 잇따랐다. 삼성자산운용은 기존 'KODEX AI반도체'의 명칭을 'KODEX AI반도체TOP2플러스'로 개명하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비중을 절반까지 끌어올리기도 했다.

'삼전닉스' 집중은 강세장에서는 높은 수익률을 증명해 냈다. 연초 대비 'KODEX AI반도체TOP2플러스'는 99.01% 급등하며 레버리지·인버스 제외한 전체 ETF 수익률 8위권에 올랐다. 'ACE AI반도체TOP3+'도 연초 대비 91.09% 상승했다. 올해 3월에 출시된 'SOL AI반도체TOP2플러스'는 지난 3개월간 9.08% 오르며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장기 계약을 바탕으로 지속되리란 전망이 우세해지며 이들 종목은 퇴직연금 시장에서도 흥행을 기록했다.

하지만 6월 말부터 시장이 꺾이자 분위기는 반전됐다. 최근 한 달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16.26%, 28.35% 하락했고 두 종목을 절반 이상 담은 TOP 시리즈는 수익률이 나날이 악화했다.

자금 유입세도 더뎌졌다. 'SOL AI반도체TOP2플러스'는 최근 3개월간 5조 6604억 원에 달하는 자금이 유입되며 자금유입 2위를 기록했지만, 최근 한 달 새는 순위가 34위(1059억 원)로 급감했고, 최근 1주일간은 212억 원 순유출을 기록하며 840종목 중 828위까지 밀려났다.

업계에선 '분산'이란 ETF 상품의 특징을 거스른 점이 역풍을 낳았다는 자정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 금투업계 관계자는 "단일종목 레버리지처럼 반도체주를 극단으로 밀어붙인 게 독이 됐다"며 "상승장에서는 TOP2 시리즈가 줄줄이 나오며 높은 수익률을 담보하긴 했지만 조정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소수의 AI 빅테크 종목이 글로벌 증시 전반을 끌어올리는 시장 분위기상, 'TOP2 시리즈' 같은 초압축 ETF는 단순 유행이 아닌 구조적 대세 상품으로 거듭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임은혜 삼성증권 연구원은 "과거 IT 부흥기와 다르게 현재 AI 생태계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극소수의 빅테크 기업만이 수익성 방어가 가능한 구조"라며 "이에 따라 주도주가 아닌 경우 오히려 주가 측면에서 아쉬울 수 있고 전통적인 분산투자가 포트폴리오 성과의 희석을 초래했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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