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전망 좋다는데"…'AI거품론'에 주춤한 삼성전자[종목현미경]
'11만전자' 찍고 AI거품론에 '9만전자' 후진
메모리 경쟁력 확보했지만…AI산업 수익성 논란이 발목
- 한유주 기자
(서울=뉴스1) 한유주 기자 = '메모리 슈퍼사이클' 전망에도 인공지능(AI) 거품 우려에 삼성전자(005930) 주가가 주춤하다. '10만전자' 달성 이후 한 달째 주가가 박스권에 갇혀 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삼성전자는 5.77%(5800원) 하락한 9만4800원에 거래를 마치며, 이달 들어 가장 낮은 종가로 마감했다.
지난달 27일 '10만전자' 달성 이후 AI거품 우려와 미국 기준금리 동결 전망 등 외부 악재가 이어지며 발목을 잡혔다.
그래도 최근 SK하이닉스(000660)보다는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전일 SK하이닉스는 8.76%(5만원) 급락하며 하락 폭이 더 컸다.
외국인 역시 최근 들어 SK하이닉스보다 삼성전자에 베팅하고 있다. 지난 한 달간 외국인은 SK하이닉스를 1조 1361억 원어치 순매도했지만, 삼성전자는 9670억 원 순매수했다. 이달 들어서는 두 종목 모두 팔았지만 SK하이닉스(-7조5990억 원)를 삼성전자(-2조1150억 원)의 두배 이상 순매도했다.
SK하이닉스 주가가 올해만 200% 급등하며 피로감이 큰 데다, 미래 실적 전망에서 삼성전자가 더 높은 평가를 받는 결과로 보인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 역시 최근 보고서에서 "SK하이닉스에 대한 긍정적 전망을 유지한다"면서도 "삼성이 실적 전망치 상향 조정에서 앞서 나갈 것으로 예상돼 상대적 선호도가 높다"고 평가했다.
코로나 이후 주가 발목을 잡아 온 메모리 생산 능력은 시장의 의심을 대부분 불식시킨 상태다. 엔비디아 HBM3 납품에서 SK하이닉스에 뒤처지며 박스권에 갇혔던 때와는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메모리 경쟁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 "전체 D램 캐파의 70%를 범용 D램 생산에 할당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내년 최신 D램인 DDR5 마진이 HBM3E를 상회할 것으로 보여 범용 D램 공급 부족의 최대 수혜가 기대된다"며 "삼성전자 HBM4 역시 1c D램과 4nm 로직다이를 적용, 엔비디아 HBM4에서 최고 속도와 저전력 성능을 동시 구현해 공급사 중에서 가장 높은 단가 책정이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문제는 최근 투자심리를 짓누르고 있는 AI거품론 이슈다. AI 인프라에 대규모 투자하는 하이퍼스케일러의 과잉투자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그래픽처리장치(GPU) 완판"을 공언했지만, 엔비디아 고객사들이 막대한 투자 대비 실제 그만큼의 수익을 거둘 지에는 시장이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이달 들어 영화 '빅쇼트'의 모델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예견했던 미국의 펀드매니저 마이클 버리가 엔비디아와 팰런티어 하락에 베팅한 데 이어, 페이팔 창업자로 유명한 실리콘밸리 거물 피터틸이 운영하는 헤지펀드도 엔비디아 지분 전량을 매도했다는 소식이 시장에 충격을 줬다.
하이퍼스케일러라 불리는 빅테크들이 '빚투'까지 감행하며 투자설비를 늘리고 있다는 점도 불안감을 키웠다. 알파벳과 메타, 오라클 등이 AI투자를 위해 연이어 회사채를 발행한 데 이어 최근 아마존이 한화 17조 원에 달하는 회사채를 발행해 화제가 됐다. AI산업에 대한 수익성을 실제 확인하기까지는 불확실성이 이어질 전망이다.
여기에 최근 12월 금리 동결 전망이 대두되며 시장의 부추겼다. 미국 연준(Fed)과 한국은행은 다음 달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보인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AI 수익성 논란이 당장 시장 전체의 붕괴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안심할 수 없는 점은 수익성 검증이 늦어질수록 빅테크들이 자본 지출을 보수적으로 줄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는 '반도체 슈퍼 사이클'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을 키워, 반도체 섹터의 상승 탄력을 둔화시키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아직까진 AI버블에 대한 우려가 과도하며, 시기상조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AI사이클이 설비 투자에서 '활용' 단계에 이제 막 진입하면서 수익성이 가시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김승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젠슨황은 AI 사이클이 AI인프라중심의 '투자' 단계에서 AI추론을 통한 산업별 '활용'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언급했는데 수요처 역시 하이퍼스케일러에서 로보틱스·제조·서비스 등 일반 산업으로 확산하며 AI 도입의 경제성이 점차 확인될 수 있을 것"이라며 "3분기 S&P500 기업들의 영업이익 대비 설비투자(CapEx) 비중이 약 44%로 2001년 IT 버블 당시 73% 대비 여전히 여력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이번 국면에서 엔비디아의 긍정적인 실적이 증시 회복의 즉각적인 트리거로 작용하지 못한 것은 AI버블을 자극하는 매크로 변수들이 잔존하기 때문"이라며 "향후 경제지표 정상화와 12월 FOMC 소화, 내년 초 예정된 OBBBA 집행 등이 진행될 경우 시장의 AI 버블 우려도 점차 완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why@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