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4000' 향해 질주하는데…'하락장 베팅'한 개미들

'곱버스'에 물린 개미들…반도체 랠리 과실은 외국인에 집중
개인, 불장 진입 주저하는 사이…증권가 "코스피 4000 간다"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서울=뉴스1) 한유주 기자 = 코스피가 사상 최고가를 찍고 있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진입을 주저하는 모습이다. 코스피 하락에 베팅하는 상품에 자금이 몰리는 한편, 코스피가 조정을 겪을 때마다 저가매수세가 집중되고 있다.

17일 ETF체크에 따르면 전일 개인투자자는 'KODEX 200선물인버스2X'을 ETF 상품 중 가장 많이 사들였다. 'KODEX 인버스' 상품도 개인 순매수 5위에 들었다. 지난 한 달로 범위를 넓히면 'TIGER미국S&P500'과 'ACE KRX금현물', 'TIGER KRX금현물' 다음으로 'KODEX 200선물인버스2X'가 개인 순매수 4위를 기록했다. 사상 최고치를 기록 중인 미국 증시와 금 가격을 고려하면, 국내 증시 폭락에 베팅하는 투자자들이 그만큼 많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들의 기대와 다르게 코스피는 연일 최고점을 찍고 있다. 전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91.09p(2.49%) 상승한 3748.37로 장을 마치며, 이틀 연속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6528억 원, 7418억 원 사들이며 상승장을 견인한 사이 개인은 이날도 1조 3937억 원어치 팔았다.

이달 들어 코스피는 13일과 14일, 2거래일을 제외하고 모두 강세로 마감했는데 개인투자자는 13일(1조1650억원)과 14일(20억원)만 코스피를 순매수하고 나머지 날은 모두 순매도로 일관했다.

최근 한 달로 기간을 넓혀도 개인투자자가 코스피를 순매수한 날은 5거래일에 불과했는데, 모두 약세로 장이 마감한 날이었다. 반대로 외국인 투자자는 한 달 중 5거래일만 코스피를 순매도하고, 나머지 거래일은 모두 순매수하며 상승장을 견인한 것과 비교된다.

개인투자자들이 역대급 상승장에 차익실현에 나선 결과로 풀이된다. 코스피가 역대 최고가 행진을 이어가기 전부터 진입해 상승장의 과실을 흡수한 외국인과 달리 개인의 경우 후발주자로 진입해야 하는 부담도 크다. 이에 불장에 뛰어들기보다는 코스피가 조정을 겪을 때 저가매수의 기회를 보거나, 하락에 베팅하는 보수적인 전략을 취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코스피가 예상보다 크게 상승하면서, 그 수익은 외국인 투자자들에 집중됐을 것으로 예상된다. 'KODEX 200선물인버스2X'의 최근 한 달 손실률은 17.92%에 달했다. 상승장을 견인한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만 봐도 한 달 새 27.71%, 36.71% 급등했는데 이 기간 외국인은 두 종목을 5조 5440억 원어치 사들였고 개인은 6조 9890억 원어치 팔았다.

증권가에선 코스피가 4000포인트 달성을 향해 계속 상승할 것이라 보고 있다. 3분기 실적발표 기간에 접어든 가운데 반도체와 전력·인프라 등 AI 관련주를 중심으로 실적 전망치를 상향할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됐다.

메리츠증권이 이날 2027년 코스피 지수가 4126포인트까지 도달할 수 있다고 전망했고,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도 "코스피 랠리가 시작에 불과하다"며 최대 4200포인트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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