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리스크' 학습한 개미, '1조 폭풍매수'로 코스피 하방 지켰다

'15조' 실탄 장착한 개인 1조 순매수…코스피, 약보합 선방
"미중 갈등 협상용에 불과…증시 단기 변동성은 유의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 기지에서 이스라엘로 출발하기 위해 미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에 탑승하기에 앞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있다. 2025.10.12. ⓒ 로이터=뉴스1 ⓒ News1 류정민 특파원

(서울=뉴스1) 한유주 기자 = '트럼프 리스크'에도 개인 투자자가 1조원 넘게 사들이며 코스피가 약보합으로 마감하는 데 그쳤다. 관세 리스크에 대한 학습효과가 있었던 만큼 '현금 실탄'을 장전한 투자자들이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저가 매수의 기회를 본 것으로 보인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26.05포인트(p)(0.72%) 하락한 3584.55로 장을 마쳤다. 장 초반엔 2.43% 내린 3522.54까지 떨어졌으나 오후 들어 낙폭을 축소했다.

주말 사이 미중 무역분쟁 재점화에 미국 3대 지수가 일제히 급락한 것과 비교하면 선방한 수준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이 최근 희토류 수출 통제를 강화하자 지난 10일(현지 시각) SNS를 통해 중국에 다음 달부터 10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미국 3대 지수가 모두 급락했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1.90% 내렸고,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도 각각 2.71%, 3.56% 급락하며 지난 4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코스피가 하방을 방어한 것은 개인투자자 덕이 컸다. 개인은 이날 코스피를 1조 1673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지난 8월1일(1조 6283억 원) 이후 약 2개월 만에 최대치다. 반면 기관과 외국인은 각각 4472억 원, 8204억 원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매수세는 그간 상승 폭이 컸던 반도체주에 집중됐다. 개인은 이날 SK하이닉스(000660)를 4130억 원, 삼성전자(005930)를 2100억 원 순매수하며, 전 종목 중 가장 많이 사들였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장 중 4~5%대까지 하락 폭을 벌렸지만, 결국 1.17%, 3.04% 하락 마감하는 데 그쳤다.

개인들이 폭풍 매수에 나선 것은 그간의 학습효과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발언이 협상용에 그칠 것이며, 공포감에 휩싸인 증시가 다시 살아날 것이라는 데 베팅한 것이다. 이른바 '트럼프는 항상 겁먹고 물러난다'는 '타코(TACO·Trump Always Chickens Out) 트레이드' 전략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새벽 국내 장 시작 전 중국에 긴장 완화 메시지를 내며 개인들의 투자심리가 더욱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 역시 대화의 문은 열려있다며, 맞불 관세로 대응하지는 않았다. 이후 미 증시에서도 주요 지수 선물 시장이 일제히 반등했다.

최설화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올해 4~5월에도 이미 양국은 '관세 치킨게임'을 경험한 바 있다"며 "고율 관세는 미국과 중국 모두에게 득보다 실이 더 크며 실질적으로는 협상을 위한 압박 수단에 불과했으며 이번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실탄도 충분했다. 개인투자자는 지난달 1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코스피를 15조 1410억원 순매도했다. 외국인 투자자가 같은 기간 12조원이 넘는 금액을 반도체 종목에 집중 투자하며 코스피가 13% 급등한 사이, 진입을 주저하며 쌓아둔 자금이 대거 풀린 것으로 보인다.

다만 증시가 단기 변동성에는 유의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달러·원 환율이 1430원대까지 급등한 데다, 미중 간 잠재적 갈등 상황이 한동안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암호화폐 시장에서의 변동성이 증시로 전이될 가능성 역시 잠재적 변수로 거론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중국은 이달 20일 4중전회라는 정치적 이벤트를 앞두고 있으며 월말 협상을 앞두고 미중 양국 모두 협상력과 내부결속을 높이기 위한 기 싸움을 벌일 수 있는 상황"이라며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청산이 발생하면서 단기적으로 수급 불균형, 취약 부분에서의 유동성 이슈가 금융시장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점 또한 단기적으로 경계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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