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큐온 품는 한화생명…김동원 '종합금융' 승부수

해외 금융사 M&A 이어 국내 영토 확장
캐피탈·저축銀 한꺼번에 품고 증권엔 5000억 수혈

한화생명 63빌딩

(서울=뉴스1) 박재찬 보험전문기자 = 한화생명이 애큐온캐피탈 인수를 계기로 국내 금융 영토 확장에 속도를 낸다. 해외 금융회사 인수를 주도해온 김동원 한화생명 부회장이 국내에서도 인수합병(M&A)을 통해 사업 다각화에 나서면서다. 보험을 중심으로 증권·자산운용에 캐피탈·저축은행까지 더하며 '종합금융그룹'으로 체질을 바꾸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지난달 30일 이사회를 열고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EQT가 보유한 애큐온캐피탈 경영권을 인수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센트로이드PE와 공동 투자하는 방식으로 한화생명이 4400억원을 투입해 지분 50.54%를 확보한다. 금융당국 인가 등 후속 절차를 거쳐 거래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번 거래가 완료되면 한화생명은 처음으로 캐피탈업에 진출한다. 애큐온캐피탈은 올 상반기 기준 총자산 4조6000억원 규모로 기업금융과 투자금융, 물적금융 등에 강점을 가진 중형 캐피탈사다.

애큐온캐피탈이 지분 100%를 보유한 애큐온저축은행도 함께 한화금융에 편입된다. 애큐온저축은행은 총자산 5조1000억원 규모의 업계 5위권 저축은행이다.

한화생명이 이미 보유한 한화저축은행과 합치면 총자산 약 6조5000억원으로 저축은행 업계 4위권 규모다. 한화저축은행의 인천·경기 중심 영업망에 애큐온저축은행의 서울·부산 영업 기반을 더하면서 수도권에서 영남권까지 영업지역도 넓어진다.

해외서 금융사 사들이던 김동원…국내 M&A로

금융권에서는 이번 인수를 김 부회장이 주도해온 금융사업 확장의 무대가 해외에서 국내로 넓어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한화생명 최고글로벌책임자(CGO)를 맡아 해외 금융사업 확대를 이끌어왔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인도네시아 노부은행 지분 40% 투자를 마무리해 국내 보험사 최초로 해외 은행업에 진출했다. 이어 미국 증권사 벨로시티클리어링 지분 75%를 인수하면서 국내 보험사 최초로 미국 증권업에도 직접 진출했다.

최근에는 국내 금융회사 M&A 시장에서도 공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국내 최대 부동산 자산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 인수전에 뛰어들어 최종 인수제안서까지 제출했다. 올해에는 KDB생명 매각 본입찰에 참여해 흥국생명, 한국금융지주와 경쟁했다. 두 거래 모두 최종 인수에는 실패했지만 금융업종을 가리지 않고 M&A 기회를 찾겠다는 한화생명의 전략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세 번째 도전인 애큐온캐피탈 인수는 달랐다. 거래가 마무리되면 한화생명은 보험 중심이던 국내 금융 포트폴리오에 캐피탈과 저축은행을 동시에 추가하게 된다.

특히 캐피탈업 진출의 의미가 크다. 보험사는 장기 자금을 운용하는 데 강점이 있는 반면 캐피탈사는 기업대출과 투자금융, 물적금융 등 보다 폭넓은 여신사업을 할 수 있다. 애큐온캐피탈의 기업금융 역량을 한화금융 계열사의 자본시장 기능과 결합하면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대출부터 투자까지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

증권에도 5000억 수혈…금융 밸류체인 확장

한화생명은 애큐온 인수와 동시에 증권사업에도 승부수를 던졌다.

한화생명과 100% 자회사인 한화자산운용은 한화투자증권 유상증자에 각각 2500억원씩, 총 5000억원을 출자하기로 했다. 한화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을 늘려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지정을 추진하기 위해서다.

한화투자증권이 종투사로 지정되면 기업금융 등 자본시장 사업을 확대할 수 있다. 여기에 애큐온캐피탈의 여신 역량을 결합하면 한화금융은 기업 고객에게 대출과 자본시장 서비스를 함께 제공할 수 있는 사업 구조를 갖추게 된다.

결국 애큐온 인수와 증권사 자본 확충은 별개의 투자가 아니라 한화금융의 사업 영역을 동시에 넓히는 작업인 셈이다. 생명·손해보험을 중심으로 증권과 자산운용, 저축은행을 보유한 기존 포트폴리오에서 상대적으로 비어 있던 캐피탈업까지 채우게 된다.

한화생명이 금융계열사 확장에 적극적인 배경에는 보험업의 성장 정체도 자리 잡고 있다. 저출생·고령화 등으로 국내 보험시장의 구조적인 성장이 둔화하면서 대형 보험사들은 해외시장과 비보험 금융사업에서 새로운 수익원을 찾고 있다.

한화생명 역시 올해 경영전략으로 보험 본업 경쟁력 강화와 함께 사업 영역과 지역을 확장해 글로벌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자회사들의 이익 기여도가 커진 것도 사업 다각화에 힘을 싣고 있다. 올해 상반기 한화생명의 자회사 순이익은 5010억원으로 전체 순이익의 55%를 차지했다. 국내에서는 한화손해보험이 2150억원, 한화생명금융서비스·피플라이프 등 자회사형 GA가 760억원, 한화투자증권이 560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이번 투자는 보험을 넘어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라며 "보험·증권·자산운용·여신금융을 아우르는 한화금융의 밸류체인을 바탕으로 고객에게 더 폭넓은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jcp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