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0억이 70억 원으로…동양생명 과징금 20분의 1 된 까닭
금감원은 ‘제3자 제공’ 무겁게 판단…금융위, 자회사 GA와 업무관계 반영
비슷한 제재 앞둔 신한라이프·라이나생명…과징금 경감 기대
- 박재찬 보험전문기자
(서울=뉴스1) 박재찬 보험전문기자 =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에서 1400억 원대로 산정됐던 동양생명의 신용정보법 위반 과징금이 금융위원회 최종 심의에서 70억 원대로 줄었다. 20분의 1 수준으로 낮아진 것이다.
금감원이 고객 정보를 자회사 법인보험대리점(GA)에 넘긴 행위를 일반적인 ‘제3자 제공’으로 보고 매출액을 기준으로 과징금을 산정한 반면, 금융위는 보험사와 자회사 GA의 업무 관계와 정보 제공 목적 등을 따져 일부 행위를 과징금 부과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번 결정이 유사한 사안으로 제재 절차를 밟고 있는 신한라이프와 라이나생명의 제재 수위를 가늠할 기준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전날 정례회의를 열고 신용정보법을 위반한 동양생명에 70억 원대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제재안을 의결했다.
금감원은 지난 2022년 동양생명에 대한 검사에서 회사가 고객 동의 없이 개인신용정보를 자회사 GA에 제공한 사실을 적발했다.
이후 금감원 제재심은 해당 행위를 신용정보법상 고객 동의가 필요한 ‘제3자 제공’으로 판단했다. 제재심 단계에서 산정된 과징금은 1400억 원대에 달했다.
과징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데는 신용정보법의 산정 방식이 영향을 미쳤다. 신용정보법은 일정한 위반행위에 대해 관련 매출액을 기준으로 과징금을 산정한다. 정보 제공으로 회사가 직접 얻은 이익이나 실제 고객 피해만을 기준으로 삼는 구조가 아니다.
이에 따라 위반행위의 성격이나 피해 정도에 비해 과징금이 지나치게 크다는 지적이 금감원 제재심 단계에서도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1400억 원은 동양생명의 지난해 당기순이익(1200억 원대)마저 웃도는 규모다.
그러나 현행 제재 기준상 적용할 수 있는 감경 폭에 한계가 있어 금감원 단계에서는 과징금을 큰 폭으로 낮추기 어려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는 금감원으로부터 제재안을 넘겨받은 뒤 법령해석심의위원회와 안건검토소위원회 등을 거쳐 정보 제공의 성격과 과징금 산정 범위를 다시 들여다봤다.
핵심은 동양생명이 정보를 제공한 상대방이 회사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일반적인 제3자가 아니라 보험상품 판매와 고객관리 업무를 맡은 자회사 GA였다는 점이다.
보험사는 상품을 개발하고 GA는 보험 모집과 계약 관리 등을 담당하는 ‘제판분리’ 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 과정에서 보험계약의 모집과 유지·관리 등을 위해 보험사와 GA 사이에 고객정보가 오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 보험업계의 주장이다.
금융위는 이 같은 업무 관계와 정보 제공 목적 등을 고려해 일부 정보 제공 행위를 과징금 부과 대상에서 제외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보 제공 규모가 과거 유사 사례와 비교해 크지 않았다는 점도 최종 제재 수위에 반영됐다.
금융위가 동양생명의 고객정보 제공을 모두 적법한 업무위탁으로 인정한 것은 아니다. 고객 동의나 정보 제공 범위 등 신용정보법상 필요한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책임은 인정하되, 자회사 GA와의 업무 관계를 일반적인 제3자 제공과 똑같이 평가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감원과 금융위가 서로 다른 법 위반을 적용한 것이 아니라, 위반행위의 범위와 성격을 달리 평가하면서 최종 과징금에 20배 가까운 차이가 발생한 셈이다.
금융권의 관심은 신한라이프와 라이나생명에 대한 후속 제재로 쏠리고 있다. 두 회사 역시 고객 동의 없이 개인신용정보를 자회사 GA 등에 제공한 사실이 금감원 검사에서 적발돼 제재 절차를 밟고 있다.
특히 신한라이프는 현행 산정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면 과징금이 2000억 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까지 제기됐다.
금융위가 동양생명 사례에서 자회사 GA와의 업무 관계와 정보 제공 목적 등을 감안한 만큼, 신한라이프와 라이나생명에도 유사한 판단 기준이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동양생명에 대한 감경률이 다른 보험사에 그대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정보가 제공된 대상과 목적, 고객 수와 정보의 범위, 위탁계약 내용, 실제 피해 발생 여부 등이 회사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동양생명 사례가 ‘자회사 GA에는 고객정보를 자유롭게 넘겨도 된다’는 선례로 해석돼서도 안 된다. 업무위탁에 따른 정보 제공으로 인정받으려면 위탁 업무의 목적과 범위가 명확해야 하고, 보험사가 수탁자인 GA를 관리·감독하는 체계도 갖춰야 한다. 이를 벗어나 보험 영업이나 마케팅 목적으로 고객정보를 활용하면 여전히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이번 결정이 자회사 GA를 활용하는 보험사들의 고객정보 처리 기준을 구체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보험사들이 제판분리를 확대하면서 보험사와 GA 간 정보 이전이 일상화됐지만, 어디까지 업무위탁으로 보고 어느 범위부터 제3자 제공으로 판단할지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컸기 때문이다.
금융당국도 신용정보법상 과징금 부과 체계를 손질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는 위반 동기와 중대성, 실제 고객 피해가 크지 않더라도 매출액을 기준으로 거액의 과징금이 산정될 수 있는 데다, 경미한 사안에 적용할 수 있는 감경 여지도 다른 법률보다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업계 관계자는 “동양생명에 대한 최종 제재는 자회사 GA와의 정보 공유가 모두 제3자 제공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정보 제공 목적과 범위, 고객 동의 및 관리·감독 체계를 갖추지 않으면 제재를 받을 수 있는 만큼 보험사들도 관련 내부통제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jcp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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