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주사인데 가격 차이 10배…줄줄 새는 비급여 실손보험금
비급여 주사제 실손보험금 4년 사이 2배 급증…HA주사제 과잉 진료 '심각'
"비급여 관리 행위 중심 벗어나 약제·치료재료대 등 통합 관리 체계 필요"
- 박재찬 보험전문기자
(서울=뉴스1) 박재찬 보험전문기자 = # 57세 남성 A씨는 허리디스크로 한 마취통증의학과에서 치료를 받았다. 이 병원은 A씨가 입원해 시행한 신경차단술의 경우 HA주사제 비용을 100~300만 원으로 청구했고, 통원하며 시행한 신경차단술의 HA주사제 비용은 22만 원으로 청구했다. 같은 시술·주사제인데도 입원과 통원에 따라 최대 10배 넘게 차이가 난 것이다.
비급여 주사제 실손보험금의 가파른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비급여 관리를 위한 관리급여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보험업계에서는 행위 중심의 비급여 관리에서 벗어나 약제·치료재료대까지 포함한 통합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5개 대형 손해보험사의 지난 1분기 비급여 주사제 실손보험금은 361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7% 증가했다. 같은 기간 급여 주사제 실손보험금은 1082억 원으로 28.2% 늘었다.
비급여 주사제 실손보험금은 매년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23년 1분기 1672억 원이었던 비급여 주사제 실손보험금은 2024년 2000억 원대에 진입했고, 지난해에는 3000억 원 수준에 육박했다. 불과 4년 사이 2배 넘게 급증한 것이다.
비급여 주사제 실손보험금 증가 원인으로는 일명 'HA주사제'로 불리는 히알루로니다제(Hyaluronidase)의 과잉진료가 지목된다. HA주사제는 피하·근육주사 또는 국소마취제 투여 시 침투력을 높이고 조직 내 과다 체액을 재흡수시키는 효소제 주사제다.
한 대형 보험사의 HA주사제 실손보험금 청구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HA주사제 실손보험금은 43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1% 증가했다. 같은 기간 HA주사제 실손보험금 청구건수는 86만 건으로 32.1% 증가했다.
특히, HA주사제는 의원·병원급 의료기관에서 사용이 집중됐다. 의원·병원급 의료기관의 HA주사제 청구액은 419억 원으로 전체 청구액의 96%를 차지했다. 종합병원과 상급종합병원에서는 HA주사제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 셈이다.
또 지난해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는 HA주사제 실손보험금 청구액이 39.6% 증가한 반면, 상급종합병원에서는 12.2% 감소했다.
문제는 HA주사제 가격이 의원별·내원 경로별로 제각각이라는 점이다. 일부 병원이 실손보험의 입원 보장은 최대 5000만 원까지 가능하고 통원은 30만 원 한도로 보장되는 점을 악용해 같은 환자의 동일한 치료에도 다른 가격을 책정한 것이다. 이에 비급여 관리 목록이 없어 정확한 약품명·단가 현황 파악 자체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HA주사제가 본래 목적과 달리 과잉 사용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당초 HA주사제는 미용 목적 히알루론산 필러 시술 후 부작용이 있을 경우 필러를 녹이는 용도로 사용돼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근골격계 통증 완화를 목적으로 한 신경차단술 등에 사용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HA주사제의 관절 내 직접 투여를 금지하고 있지만, 신경차단술·관절강내 주사 시 HA주사제 병행 투여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근골격계 통증 조절 목적으로 HA주사제를 장기간 반복 사용하는 것에 대한 안전성과 치료 효과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다"며 "과도한 신경차단술 시행은 단순 재정 누수를 넘어 환자 안전을 위협하고 의료이용 왜곡 등을 심화시키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보험업계에서는 비급여 관리 정책이 행위 중심에서 벗어나 약제 및 치료재료대를 포함한 통합 관리 체계로 확대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이 이달 초 5세대 실손보험을 출시한 가운데 보건복지부는 불필요한 의료 남용을 막고 비급여 남용을 관리하기 위한 관리급여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복지부는 7월부터 우선적으로 도수치료를 관리급여로 운영할 계획이다.
하지만 보험업계에서는 복지부의 비급여 관리 정책이 행위 중심 관리에 집중돼 있어 비급여 약제 및 치료재료대 영역에 대한 통제는 사실상 공백 상태라는 우려가 나온다.
복지부가 지난해 12월 관리급여로 지정한 도수치료, 방사선온열치료, 경피적 경막외강 신경성형술은 모두 행위 중심의 진료들이다.
행위 규제가 강화될수록 비급여 약제 및 치료재료대로 전이되는 '풍선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이는 전체 비급여 관리 정책의 실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HA주사제가 대표적인 사례다. 신경차단술은 급여 시술임에도 효과성이 명확히 입증되지 않은 비급여 주사제가 추가로 사용되면서 환자 안전 위협과 의료이용 왜곡, 급여·비급여 비용 증가를 동시에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일부 성형외과에서는 창상봉합술을 시행하며 HA주사제 비용만 약 150만 원을 청구해 환자와 분쟁이 발생한 사례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남용되고 있는 비급여 약제 및 치료재료대도 관리급여로 지정하거나 사용 적응증 제한, 치료 효과성 검증, 병행 사용 기준 등에 대한 명확한 관리 기준을 마련해 비용 전이를 막고 정책 실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jcp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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