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 낮춰주겠다"…13건 보험 해지 후 승환계약 유도한 설계사

고객 재정 상태, 납입 여력 등 고려 없이 무리한 보험 판매
평균 2~3년 주기로 승환계약 반복하며 판매 수수료 챙겨

여의도 증권가./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박재찬 보험전문기자 = # 40대 김 모 씨는 D생명보험사 소속의 이 모 설계사의 권유로 2020년 11월부터 2023년 5월까지 종신보험 3건, 질병·상해보험 4건, 어린이보험 6건을 계약했다. 이후 이 설계사는 김 씨의 보험금을 낮춰 주겠다며 기존에 계약한 보험 13건을 모두 해지하고 다시 종신보험 1건, 질병·상해보험 3건, 어린이보험 4건으로 승환계약했다.

승환계약은 보험사 및 설계사가 기존 보험을 소멸시키고 유사한 내용의 신규 보험계약을 청약하는 행위로, 소비자가 보험을 중도에 해지하는 과정에서 금전적 손실을 입게 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해지환급금은 만기환급금 대비 금액이 적은 편인데 특히 종신보험, 질병·상해보험, 어린이보험 등 보장성 상품은 장기보험으로 계약 초기에 해지할 경우 환급금이 거의 없다. 또 새로운 계약에서는 가입 직후 보험을 보장하지 않는 면책 기간이 발생해 보장 공백이 발생할 수도 있다.

3일 뉴스1 취재에 따르면 김 씨는 이 설계사에게 2020년 11월부터 2023년 5월에 종신보험 3건, 질병·상해보험 4건, 두 자녀의 어린이보험 6건 등 총 13건의 보험을 계약했다. 당시 김 씨의 월납 보험료가 약 90만 원에 달했다. 김 씨가 월급여 250만 원 안팎의 공장 노동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무리한 보험계약이다.

이 설계사는 지난해 김 씨의 보험료를 낮추겠다는 명목으로 2~3년 전에 가입한 보험계약을 모두 해지하고, 종신보험 1건, 질병·상해보험 2건, 치매 간병보험 1건, 어린이보험 4건으로 총 8건의 승환계약을 했다.

이 과정에서 김 씨의 보험료는 80만 원 수준으로 감소했지만, 김 씨에게는 이 보험료도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여기에 승환계약 과정에서 김 씨의 사망보험금은 2000만 원에서 600만 원으로 줄었고, 어린이보험의 보장기간이 95년에서 20년으로 크게 축소됐다.

김 씨는 "이 설계사가 승환계약 과정에서 발생하는 보험료 증가와 기존 납입한 보험료의 환급 손실 등과 보장금액, 담보 등의 변경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다"며 "또 보험료 부담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을 이야기해 봤지만, 이 설계사는 기존 보험을 해지하고 다른 보험으로 가입하는 것을 권유했다"고 주장했다.

이 설계사는 김 씨의 보험 계약을 평균 2~3년 주기로 승환시켰다. 이 설계사는 김 씨에게 2021년 2월 첫 종신보험을 판매하고, 이후 2023년 5월에 다른 종신보험으로 승환시켰다. 2022년 1월에 가입시킨 종신보험도 지난해 2월에 갈아태웠다.

또 질병·상해보험과 어린이보험 역시 2~3년 주기로 승환계약이 이어졌다. 이를 통해 이 설계사는 보험사가 판매 수수료로 지급하는 수당과 시책 등을 챙긴 것으로 보인다.

보험사는 설계사가 계약을 체결하면 보험료의 수개월치에 해당하는 모집 수수료를 계약 초기 선지급한다. 만약 해당 보험계약을 일정 기간 유지하지 않을 경우 보험사는 설계사에게 선지급한 수당 및 시책을 환수한다. 환수 기간은 24~36개월이고, 환수 기준은 보험사, 판매 상품의 종류, 계약 유지 기간 등에 따라 차이가 있다.

물론 무리하게 많은 보험에 가입한 김 씨도 문제가 있어 보인다. 이에 대해 김 씨의 가족들은 "김 씨가 과거 교통사고로 인한 뇌수술 이후 인지력이 크게 떨어졌고, 이 설계사가 이점을 노리고 김 씨에게 집요하게 보험 가입을 권유했다"며 "보험 가입 권유가 지나쳐, 가족들이 나서서 이 설계사에게 가입 자제를 요청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보험사 민원 제기하자 "문제 없다" 회신…금감원 분쟁 조정 검토

김 씨는 해당 사항에 대해 D생보사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해당 보험사로부터 검토 결과 '문제가 없다'는 회신을 받았다. 김 씨와 가족들은 금융감독원 민원과 함께 분쟁 조정을 검토 중이다.

D생보사는 "부당 승환계약 방지를 위해 계약 체결 과정에서 보험 계약 이동에 따른 비교 안내 확인서를 징구하며, 이 과정에서 손해가 발생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설계사가 충분히 안내하고 본인의 의사에 따라 계약을 체결했으며, 김 씨의 장애는 몰랐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보험업계의 대표적인 장기 상품인 종신보험과 어린이보험을 2~3년 주기로 셀프 승환시킨 것은 계약의 질이 아주 나빠 보인다"며 "보험설계사가 고객의 재정 상태, 납입 여력 등을 파악하고도 무리하게 계약하고, 계획적으로 승환한 사례로 보이며, 이러한 불완전 판매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보험 판매 과정에서 더 실질적인 소비자 보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jcp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