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상사'가 흔들리던 IMF…역사 속으로 사라진 보험사들[보험in영화산책]
'제일생명→알리안츠→ABL생명' 변경…올해 우리금융 품으로
해동화재, IMF로 리젠트그룹에 매각…리젠트화재, 보험사 최초 '파산'
- 박재찬 보험전문기자
(서울=뉴스1) 박재찬 보험전문기자 = 드라마 '태풍상사'는 1997년 IMF를 배경으로 자유분방한 오렌지족 강태풍이 아버지 회사 '태풍상사'를 지키며 성장하는 이야기다.
1997년은 한강의 기적을 쓰던 우리나라의 황금기였고, 경제적으로 번영하고 했던 시기였다. 하지만 아시아에는 금융위기가 닥쳐오고 있었고 언론에서는 우리나라의 각종 경제지표가 휘청거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실제 여러 기업도 위태로워지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태풍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무역회사 '태풍상사'에도 위기가 닥쳤다. 거래하던 중견기업이 부도가 나면서 태풍상사 직원들의 월급도 밀리게 됐고,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태풍의 아버지는 갑자기 쓰러지게 된다.
태풍은 아버지가 축적한 부로 온갖 세상의 즐거움을 다누리는 듯 살고 있는 '압구정 오렌지족'이다. 하지만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시고 빚을 받으러 찾아온 채권자들을 대하며 그동안 아버지가 얼마나 많은 것들을 혼자 짊어지고 왔었는지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아버지가 이뤄놓은 회사인 태풍상사의 사장이 돼 사업을 이어나가기로 다짐한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IMF의 긴급 구제금융을 받으면서 우리나라는 구조조정과 대규모 해고, 기업 해체 등 큰 변화를 겪었다. 당시 대기업은 망하지 않는다는 신화가 깨지면서 대우·쌍용·동아·고합·진로·해태 등 11개 대기업이 해체됐고, 30대 그룹 중 19개가 사라지거나 규모가 크게 줄었다.
IMF로 보험사들도 어려움을 겪었고, 생명보험 업계 4위 규모의 제일생명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제일생명은 1954년 12월 설립돼 1973년 조양상선그룹에 인수된다. 1997년 당시 임직원 3000명, 설계사 1만 7000명, 총자산 3조 7000억 원을 보유한 대형 생보사였다. 하지만 모기업인 조양상선이 IMF로 자금난을 겪었고, 이를 독일의 알리안츠가 인수한다.
알리안츠는 1999년 12월 제일생명의 사명을 '알리안츠제일생명보험주식회사'로 바꿨고, 2002년 알리안츠생명으로 다시 사명을 변경했다. 이후 2017년 8월 알리안츠생명은 중국 안방보험에 매각한다. 이후 2017년 8월 알리안츠생명은 ABL생명으로 사명이 또다시 변경된다. 그리고 올해 ABL생명은 동양생명과 함께 우리금융그룹 품에 안겼다.
또 1988년 3월 대전생명을 모태로하는 중앙생명은 1997년 선경그룹에 합병되며 상호를 SK생명으로 변경했다. IMF 당시 사명을 변경한 SK생명은 2005년 미래에셋에 인수되고, 미래에셋생명은 2017년 5월 PCA생명을 인수한다. 변액보험 강자로 알려진 미래에셋생명을 현재 생보업계 6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IMF 겪은 이후 인수·합병이 아닌 아예 파산한 회사가 있다. 1953년에 설립된 해동화재는 IMF로 경영난을 겪으면서 2000년 3월 영국 대형 금융사인 '리젠트그룹'에 매각된다. 리젠트그룹은 해동화재에서 리젠트화재로 사명을 교체하며 영업에 나섰지만, 결국 2003년 파산을 맞이하게 된다. 이로써 리젠트화재는 보험업계 최초의 파산과 계약이전을 겪은 보험사로 역사에 남았다.
파산한 지 20년 넘은 리젠트화재가 올해 다시 회자됐다. 리젠트화재 이후 보험사 중 2번째 파산 수순을 밟은 MG손해보험 때문이다. MG손보는 파산했고, 현재는 가교보험사인 예별손보가 업무 중이다. 예별손보는 MG손보의 자산, 부채를 이전받아 보험계약 유지·관리 업무를 수행하는 '가교보험사'로 금융당국과 예보는 리젠트화재 파산 및 계약이전 당시의 모델을 참고했다.
예금보험공사가 100% 출자해 만든 한시 조직으로, MG손보 보험 계약을 다른 보험사로 넘기는 과정에서 과도기적 역할을 하고 있다. 예별손보 경영에는 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KB손해보험·메리츠화재 등 상위 5개 손해보험사가 함께 참여한다.
이와 함께 예보는 예별손보의 매각도 추진 중이다. 예보는 이달 중 예별손보 매각 공고를 내고 매각 절차가 정상적으로 진행되면 내년 3~4월 중에는 최종 인수자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정확한 매각계획은 다음 주 중 확정될 전망이다.
jcp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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