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시연금'에 '기본자본'까지…금융당국 칼날에 보험사 '긴장'
금융위, 롯데손보에 경영개선권고 부과...기본자본 업계 최하위 지적
금융감독원, 생보사 즉시연금 불완전판매 여부 현장 검사 중
- 박재찬 보험전문기자
(서울=뉴스1) 박재찬 보험전문기자 = 금융감독원이 즉시연금 불완전판매 문제와 관련해 생명보험사를 대상으로 현장점검을 실시하고 있는 가운데 금융위원회는 롯데손해보험에 경영개선권고를 부과했다. 금융당국의 칼날이 보험사를 정조준하면서 업계의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제19차 정례회의에서 롯데손해보험에 경영개선권고를 부과하며, 기본자본 비율이 업계 최하위권이라고 지적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2월 진행한 정기검사와 올해 2월 추가검사를 통해 롯데손보의 위험기준 경영실태평가(RAAS) 종합평가등급으로 '3등급'(보통)을 부여했으나, 자본적정성 부문등급은 '4등급'(취약)으로 평가했다.
금융위는 "롯데손보가 자본 적정성 관련해서 취약한 상태이고, 기본자본 지급여력비율도 업계 최하위권이다"라며 "손보업계 평균 기본자본 킥스비율은 106%지만, 롯데손보는 -12.9% 수준으로 업계 최하위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2023년 7월 금감원이 경영진 대주주 면담을 하고 자산운용 수시검사를 했고, 롯데손보도 경영 취약 사항에 대한 개선 계획을 제출했지만, 똑같은 문제점들이 계속 반복이 되고 있다"며 "경영개선권고가 내려졌을 때 통상 단기간에 해소하는 방법은 증자가 있지만, 롯데손보 측의 증자 계획은 구체성이 많이 결여돼 있어 단기간에 문제가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번 롯데손보에 대한 경영개선권고는 금융당국의 사실상 첫 기본자본 관련 첫 제재이다. 이보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5월에도 롯데손보에 기본자본 개선을 요구했다. 이 또한 금융당국이 개별 보험사에 기본자본 확충을 지적한 첫 사례이기도 했다.
기본자본은 자본금과 이익잉여금 등 보험사의 핵심 자본이다. 금융당국은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을 때 가용자본보다 손실 흡수 능력이 뛰어난 기본자본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기본자본을 확충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대주주의 유상증자다.
유상증자 외에도 영업이익 확대 또는 후순위채, 신종자본증권 등 자본성 증권 발행 등의 방안도 있지만, 보험업 특성상 단기간 내 영업이익 확대는 기대하기 어렵고, 자본성 증권은 그동안보다 더 까다로운 조건으로 발행해야 기본자본을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보험사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지난해부터 금감원은 보험사의 '자본의 질' 개선을 강조하며 기본자본 비율 규제 마련을 예고했다. 그리고 지난달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보험사 CEO들과 만난 자리에서 IFRS17 및 지급여력비율(K-ICS) 제도의 안착을 위해 기본자본 비율 규제를 연내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당국의 기본자본 규제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에 보험업계의 자본확충 부담도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행 기본자본 규제는 보험사의 실제 손실흡수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해약환급금준비금은 고객이 중도에 해지하지 않으면 실제로 나가지 않는 돈이지만, 규제상 부채로 크게 잡히면서 기본자본이 실제보다 적게 계산되는 구조다.
업계는 기본자본 비율 산식은 아직 제도화된 규정이 아니라, 경영실태평가 위한 내부 감독용 기준일 뿐이라는 지적도 있다. 실제 손실을 흡수할 수 있는 자본 항목들도 빠져 있어 지나치게 보수적인 평가라는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해약환급금준비금처럼 실제로 현금이 나가지 않는 항목까지 부채로 계산되면 자본이 불필요하게 줄어든다”며 “아직 정식으로 확정되지 않은 산식을 근거로 제재를 내린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최근 생명보험업계에는 금감원의 즉시연금 불완전판매 관련 현장점검이 한창이다. 삼성생명, 미래에셋생명, 동양생명 등이 현장점검을 받았다. 금감원은 이번 현장검사가 본격적인 검사는 아니고, 사실관계 확인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즉시연금(만기 환급형)은 목돈을 맡기고 매달 연금으로 나눠 받고 만기 시점에 원금을 돌려받는 상품이다.
'즉시연금 사태'는 지난 2017년 6월 삼성생명 즉시연금 상품 가입자가 약관에서 사업비 공제 부분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연금 지급액을 줄였다는 민원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금감원이 "약관에 상품 구조에 대해 상세한 내용을 적지 않았다"며 가입자의 손을 들어줬지만, 삼성생명 등 보험사들은 즉시연금 미지급금을 소비자에게 돌려주라는 금감원 권고를 따르지 않고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7년간 이어온 소송에서 대법원은 "보험사가 상품의 구조(적립액 공제 방식)를 약관에 구체적으로 명시하거나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즉, 소비자가 사업비 공제 구조를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계약이 체결됐다는 점에서 설명의무 위반 소지가 있다고 본 것이다. 법원이 계약은 유효하다고 확인됐지만 금융기관이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은 '불완전판매' 가능성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뜻으로 해석하고 검사에 나선 것이다.
금감원은 즉시연금의 판매 경위와 설명 의무 이행 여부를 중심으로 점검을 진행하며 관련된 내부통제나 상품 설계 방식 등을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 불완전 판매가 포착될 경우 생보사들은 수천억 원의 과징금을 맞을 수도 있다. 보험업법상 설명의무를 지키지 않은 보험사는 제재와 함께 과징금도 부과된다.
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이 현장점검을 나오는 해당 부서의 정상적인 업무가 어렵고, 수십 년 전 영업한 내용을 들여다본다는 것이 보험사 입장에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jcp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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