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가는 여정' 앞에 나타난 존재 '어쩔수가없다'[영화in보험산책]
영화 '어쩔수가없다' 재취업을 갈망하는 만수와 실직자들의 이야기
보험업계, 컨설팅 및 대출 심사, 상담까지 업무 등 각 분야에 AI 도입
- 박재찬 보험전문기자
(서울=뉴스1) 박재찬 보험전문기자 = 영화 '어쩔수가없다'는 회사에서 해고된 '만수'(이병헌)의 재취업을 위한 여정을 그린다. 25년 경력의 제지 전문가 '만수'(이병헌)와 아내 '미리'(손예진), 두 아이, 반려견들과 함께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어느날 만수는 회사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는다. '다 이루었다'는 생각이 들 만큼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온 만수는 해고 통보에 괴로워하고, 가족을 위해 석 달 안에 반드시 재취업하겠다고 다짐한다.
그러나 만수는 1년 넘게 면접장을 전전하고, 급기야 어렵게 장만한 집마저 빼앗길 위기에 처한다. 이 영화는 인원 감축 등으로 직업을 잃은 사람들과 같은 업종으로 재취업을 갈망하는 만수와 실직자들의 이야기다.
인원 감축은 영화 속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대부분의 산업에서 벌어지고 있다. 특히, AI(인공지능) 등 기술이 발달하면서 앞으로 인원 감축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산업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보험사들은 상품 설계, 컨설팅 및 대출 심사, 상담까지 업무 각 분야에 적극적으로 AI를 도입하며 디지털 전환에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AI가 상용화된다면 보험업계의 인원 감축도 불 보듯 뻔한 일이다.
한화생명의 최근 AI 번역과 가입설계 AI 에이전트 서비스가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됐다. 가입설계 AI 에이전트 서비스는 기존 평균 9분 이상 소요되던 보험 설계 시간을 1분 이내로 단축하고, 반복 설계 횟수도 크게 줄여 보험설계사가 상담과 전략 수립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또 교보생명은 'AI 기반 심사 지원서비스'가 금융위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되면서 보험 가입과 보험금 지급, 대출, 내부 투자 심사에 생성형 AI를 도입할 예정이다. 또 설계사를 위한 '보장분석 AI 서포터'와 임직원을 위한 'AI 데스크'를 도입했다. 이를 통해 보험금 지급 전 과정에 AI와 디지털 기반 시스템을 선제적으로 도입해 지난해 하반기 기준 보험금 신속지급 평균 기간으로 0.24일을 기록했다.
신한라이프는 경우 지식베이스 구축 프로젝트를 완료하면서 AI 기반 설계 에이전트 출시에 초석을 다졌고, KB라이프는 'AI 기반 언더라이팅 자동화 플랫폼' 연구개발 과제가 중소벤처기업부 주관 중소기업기술혁신개발사업에 선정돼 5억 7000만 원 규모의 정부 연구개발(R&D) 정책지원금을 확보했다. NH농협생명은 연내 출시를 목표로 농·축협 전용 맞춤형 AI 가입설계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손보사는 AI를 통해 소비자보호 강화에 나서고 있다. DB손보는 보험사기 네트워크 분석시스템인 'DB T-System'를 통해 조직형 보험사기 의심사례 수사의뢰에 활용하고 있고, 현대해상은 '대외민원 전환 예측 알리미' 서비스를 통해 고객 불만에 신속히 대응하고 있다. 또 KB손해보험은 '자동차사고 과실비율 AI 에이전트'를 도입해 사고 내용을 AI가 과실비율을 산정하고 신속하고 객관적인 보상을 가능하게 했다.
박찬욱 감독의 최근 영화들은 프랑스의 정신분석학자이자 철학자 자크 라캉의 이론과 맞닿는 점이 많아 보인다. 라캉은 주로 언어와 무의식 그리고 주체의 형성에 관한 이론을 다뤘고, 현재도 철학, 문학, 여성학, 대중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박 감독의 지난 작품인 '헤어질 결심'이 언어, 무의식 등을 주로 다뤘다면, 이번 영화 '어쩔수가없다'는 주체의 형성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영화 '어쩔수가없다'에는 만수와 함께 '범모'(이성민), '시조'(차승원), '선출'(박희순)이 등장한다. 영화 속에서 만수는 인간 주체라는 대표성을 갖고 있다. 만수가 가장 먼저 만나는 인물은 '범모'다. 만수는 범모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동질감'을 느낀다. 정신분석학에서는 이를 '거울 속에 비친 나를 발견하는 단계'로 주체가 자아를 발견하는 순간으로 설명한다. 라캉은 이를 '상상계'라고 설명하는데 주체가 자아를 인식하는 순간이다.
만수가 다음으로 만나는 사람은 '시조'다. 만수는 시조를 통해 '내가 되고 싶었던 나의 모습'을 발견한다. 이는 주체에게 초자아가 형성되는 방식으로 양심, 윤리, 도덕, 규범 등 '의식'이 내면화된다. 라캉은 이를 '상징계'라고 설명하는데 주체가 언어와 규범, 법 등을 내재화해 사회의 구성원으로 정체성을 구축하는 역할을 한다.
끝으로 선출은 만수의 욕망 그 자체다. 만수에게 시조가 사회적 요구의 대상이라면, 선출은 욕망의 대상이다. 정신분석학에서는 이를 '이드' 또는 '무의식'으로 부르는데, 라캉은 이를 '실제계'로 설명한다. 실제계는 무의식의 영역으로 이야기하는데 주로 죽음, 공포, 트라우마 등 언어로 설명이 어려운 것들을 예로 설명한다. 라캉에 따르면 주체는 '상상계.상징계.실제계'의 어떠 지점에서 존재한다.
영화 '어쩔수가없다'는 만수가 자아, 의식, 무의식을 마주하며 '주체'를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프랑스 철학자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말처럼 인간의 '나'를 찾아가는 여정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아직도 진정한 인간성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한 인류 앞에는 인간보다 더 이해하기 어려운 어떤 존재가 나타났다.
jcp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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