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사, 기후재난에 지급보험금 증가…커지는 장기보험금 부담감

손보사, 올해 상반기 지급보험금 27조1935억원…전년比 10.7% 증가
독감유행, 대형 화재 등 일회성 요인 탓…장기보험금 증가 '조짐'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주요 손해보험사의 보험금 지급액은 27조193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7% 증가했다. 사진은 동안동IC에 주차돼 있던 차량들이 이동하는 모습. (독자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3.25/뉴스1 ⓒ News1 최창호 기자

(서울=뉴스1) 박재찬 보험전문기자 = 올해 상반기 손해보험사의 보험금 지급금이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다. 독감유행, 대형 화재 등 일회성 요인 영향이다.

지급보험금은 코로나 팬데믹 종식 이후 계속 증가하고 있고, 앞으로 더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폭염, 침수, 폭설, 화재 등 기후재난은 일회성 요인으로 그치지 않고 매년 반복되고 있고, 그동안 경쟁적으로 보장을 확대하고 판매 경쟁에 나섰던 장기보험의 지급보험금이 증가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주요 손해보험사의 보험금 지급액은 27조193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7% 증가했다.

보험사별 지급보험금은 올해 상반기 삼성화재가 6조100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1% 증가했다. 같은 기간 롯데손해보험은 8097억 원으로 16% 증가했고, 메리츠화재는 2조7632억 원으로 10.3%, 현대해상은 4조9232억 원으로 9.3% 각각 증가했다.

전년 대비 지급보험금이 가장 크게 증가한 손보사는 농협손해보험이다. 농협손보의 올해 6월 기준 보험금 지급액은 8053억 원으로 무려 37.1% 급증했다. 이는 올해 초 대형 산불 등 자연재해 탓이다. 농협손보의 경우 풍수해보험 등 정책성 보험을 제공하고 있어 이상기후로 자연재해가 발생할 경우 지급보험금이 크게 늘어난다.

상반기 지급보험금 증가…독감 유행, 대형화재 등의 일회성 요인 탓

올해 상반기 손보사들의 지급보험금 증가는 독감 유행, 대형화재 등의 일회성 요인 영향이 크다. 우선 지난해 12월 20일에 발령됐던 독감 유행주의보는 6개월 만인 올해 6월 15일에 해제됐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표본감시 의료기관의 외래환자 1000명당 인플루엔자 의사환자 수는 올해 1월 1주 차에 99.8명까지 급증했고, 1월 초 독감 감염률은 60%를 돌파하기도 했다.

여기에 영남 지역 대형 산불과 금호타이어 공장, 흥덕IT밸리 화재 등 예상치 못한 사고로 인한 보험금 증가에 한몫했다. 지난 3월 경북 의성에서 발화한 영남권 산불은 강풍을 타고 산악지형을 통과하면서, 진행 방향(동쪽) 쪽에 위치한 여러 지역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산림청은 동시다발로 발생한 대형 산불로 10만4000ha의 산림이 소실됐으며, 이 중 주왕산국립공원과 산림유전자보호구역 등 산불로 소실된 법정보호구역 면적은 3834ha로 축구장 5300개에 달하는 규모라고 밝혔다.

또 3월에는 기흥구 영덕동 흥덕IT밸리 지하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1명이 숨지고 차량 수십 대가 불에 탔다. 지하 3층·지상 40층 규모의 각종 지원시설을 갖춘 지식산업센터 흥덕IT밸리에는 220여개에 이르는 IT 관련 업체 사무실과 편의시설 등이 입주해 있다. 이 화재는 5시간 40분 만에 진화됐다.

지난 5월 17일 오전 광주 광산구 소촌동에 위치한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에서는 불이 나 대피하던 직원 1명이 중상을 입고, 주요 생산설비가 소실됐다. 당시 2공장 2층 산업용 오븐기에서 시작된 불은 건물 전체로 확산돼, 완전 진화에 사흘이 소요됐고, 피해액은 약 1조 원으로 추정됐다.

지급보험금 인상은 하반기에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7~8월 사이 전국 각지에 폭우가 쏟아지면서 침수 피해가 이어졌다. 여기에 다음달 긴 추석 연휴로 차량 운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가을 태풍과 겨울철 폭설·빙판길 사고 등 계절적 요인까지 남아 있어 올해 지급보험금 증가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폭염, 침수, 폭설, 화재 등 기후재난 매년 반복…장기보험금 증가 조짐까지 보여

코로나 팬데믹 종식 이후 지급보험금은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 주요 손보사의 보험금 지급액은 51조 1799억 원으로 코로나가 종식한 2023년말 대비 9.4% 증가했다. 올해도 상반기까지의 지급보험금 상승세가 계속된다면 연말 지급보험금 증사세는 지난해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도 지급보험금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우선 일회성 요인으로 평가되는 폭염, 침수, 폭설, 화재 등 기후재난이 매년 반복되는 추세다. 여기에 앞으로는 장기보험의 보장 확대가 지급보험금 증가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보험업계는 장기보험 판매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보장 담보를 경쟁적으로 확대했다. 실제 독감보험, 간병인 사용일당, 1인실 입원일당 등의 과도한 보장 확대는 보험사의 과열 경쟁으로 이어졌고, 결국 금감원의 자제령 이후 판매 경쟁을 멈췄다.

문제는 보장을 확대해 집중적으로 판매된 장기상품들의 지급보험금이 증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올해 상반기 장기보험금은 전년 동기 대비 0.4% 증가했고, 지난해 말에는 1.8%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 화재 등으로 일반보험금과 자동차보험금 증가했고, 독감유행 영향으로 실손보험금도 늘어나면서 지급보험금이 늘어났다"며 "기후재난으로 인한 보험금 증가는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이고, 여기에 경쟁적으로 판매된 장기상품의 보험금 청구액도 증가할 것으로 보여 앞으로 보험사들은 적극적인 손해율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jcp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