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스자산운용 인수전 생보사 격돌… '한화 vs 흥국' 2파전
이지스자산운용 매각 쇼트리스트에 한화·흥국생명 선정…내달 본입찰 예정
"부동산 투자 특화된 이지스자산운용 인수 통해 시너지 극대화 기대"
- 박재찬 보험전문기자
(서울=뉴스1) 박재찬 보험전문기자 = 국내 최대 부동산 자산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 인수전이 한화생명과 흥국생명 등 생명보험사 '2파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생명보험업계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두 보험사가 장기적으로 안정적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부동산 분야 신사업을 통한 이익 확대와 시너지 강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지스자산운용 매각을 맡은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는 최근 한화생명과 흥국생명에 쇼트리스트 선정 사실을 통보했다. 본입찰은 이르면 다음 달에 시작될 예정이며, 연내 매각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올해 상반기 기준 부동산 펀드 운용자산(AUM)이 약 67조 원으로 업계 1위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38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5.9% 급증했고, 영업이익은 478억 원으로 241.1% 증가했다. 운용자산은 자산운용사가 투자자로부터 모은 자금을 펀드·투자신탁 등 형태로 운용·관리하는 자산의 설정 당시 평가금액을 의미한다.
이지스자산운용의 지분은 창업자인 고(故) 김대영 회장의 배우자인 손화자 씨가 보유한 12.4%와 주요 재무적투자자(FI) 지분 등을 포함해 60% 이상으로 추산된다. 시장에서 이지스자산운용의 기업가치를 8000억 원 수준으로 평가하는 만큼 매각 대금은 5000억 원대로 형성될 것으로 관측된다. 적격예비후보(쇼트리스트)에 외국계 재무적 투자자(FI)가 포함됐지만, 최종적으로는 한화생명과 흥국생명 등 2파전 양상을 띨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생명은 김승연 회장의 차남인 김동원 사장이 지난 2023년 최고글로벌책임자(CGO) 직을 맡은 이후 해외시장 진출과 신사업 확장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화생명은 2023년 3월 인도네시아 리포손해보험 지분 62.6%를 인수했고, 지난 7월에는 인니 노부은행 지분 약 40% 인수를 완료했다.
또 지난해 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AI 센터를 개소했고, 지난달에는 미국 증권사 벨로시티(Velocity Clearing)의 지분 75% 인수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국내 보험사 가운데 인도네시아 은행업과 미국 증권업에 진출한 회사는 한화생명이 처음이다. 이번 한화생명의 이지스자산운용 인수전도 김 사장이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생명은 이지스자산운용 인수를 통해 부동산 영역을 강화할 계획이다.
흥국생명도 이지스자산운용 인수에 적극적이다. 흥국생명은 최대주주인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과 최고경영진들의 인수 의지가 매우 강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월 그룹 핵심계열사인 태광산업은 올해와 내년에 걸쳐 1조 5000억 원 규모의 투자 로드맵을 공개한 바 있다.
지난달 말 진행된 임시주총을 통해 리츠,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에 대한 출자, 지분투자 및 운영참여업 등을 사업목적도 추가했다. 이는 기존 주력산업인 석유화학과 섬유 중심의 사업구조의 한계가 뚜렷해진 만큼, 화장품과 에너지, 부동산개발 등에 투자해 사업구조를 다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태광그룹은 현재 애경산업 본입찰에도 참여한 상태이며, 그룹 로드맵상 연내 1조 원가량이 신사업에 집행될 예정이다.
두 생보사가 이지스자산운용 인수에 나선 가장 큰 이유는 저출산·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와 시장 포화로 전통적인 보험상품 판매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새로운 먹거리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흥국생명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138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5% 증가했다. 이는 보험손익이 감소한 반면 투자손익이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영향이다. 한화생명의 순이익은 461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8% 감소했다. 한화생명의 경우 보험손익·투자손익 모두 지난해 대비 크게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생보사는 장기투자의 중요도가 높은 만큼 부동산 투자에 특화된 이지스자산운용 인수를 통한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한화생명의 모기업인 한화그룹이 경영권 승계 작업에 한창이고, 흥국생명의 모기업인 태광그룹도 곧 승계작업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지스자산운용 인수에 나선 두 생보사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jcp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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