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 "삼성생명 회계 논란, 국제회계기준 원칙에 맞춰 정상화"(종합)

"구체적인 방법론은 아직 미정…향후 금감원 입장 밝힐 예정"
"내부통제가 미흡 또는 소비자 피해 시 최고 경영진 책임 물을 것"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생명보험교육문화센터에서 열린 보험회사 CEO와의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5.9.1/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박재찬 보험전문기자 = "삼성생명의 일탈회계에 대해 국제회계기준에 맞춰서 정상화하는 방향으로 조만간 금감원의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1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취임 이후 생명·손해보험협회장 및 16개 주요 보험회사 최고경영자(CEO)들과 첫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원장은 "삼성생명의 계약자지분조정 회계처리 이슈는 그간의 업계 관행, 과거 지침, 현행 IFRS17 회계기준 등 여러 가지 요소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상황이며, 이에 대해 학계, 시민단체, 회계전문가, 보험회사 등에서도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라며 "금감원은 해당 이슈처리를 미루거나 임시적으로 봉합하기보다는 이번 기회에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어 "구체적인 방법론에 관해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는데, 향후 그 부분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삼성생명 회계처리 논란은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8.51% 가운데 유배당 보험 계약자 배당 몫에 대한 회계처리 방식을 바꿔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현재 삼성생명은 유배당 계약자 몫을 일반적인 부채인 '보험 계약부채'가 아닌 '계약자지분조정'이라는 별도의 부채 항목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에 금감원은 지난달 21일 회계학 교수, 회계법인 및 시민단체 관계자 등 13명이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 간담회를 열고 삼성생명 회계 처리에 대한 의견을 청취한 바있다.

이 원장은 "보험상품이 잘못 설계되는 경우 불완전판매로 인한 분쟁으로 결국 소비자가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상품 본연의 기능에서 벗어나 높은 환급률로 중도 해지를 유도하는 종신보험이나, 치료비용에 비해 과도한 보험금을 지급하는 질병·상해보험 등이 대표적인 예이고, 향후 상품 설계와 관련된 내부통제 체계를 책무구조도와 연계해 살펴보고, 내부통제가 미흡하거나 이로 인해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 부득이 최고 경영진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서 이 원장은 보험사 CEO와 만나 업계가 마주한 현안과 보험산업의 발전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보험업계의 건의사항을 청취하는 등 소통을 강화했다.

이 원장은 보험사에 소비자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최고 경영진부터 소비자의 관점을 우선시하는 조직문화를 내재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잘못된 보험상품 설계는 소비자 피해를 유발하고 의료체계도 왜곡할 수 있으므로 상품설계 및 심사 단계부터 사전예방적 소비자보호 체계를 강화해 줄 것"을 당부하며 "소비자에게 보장내용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충분히 설명함으로써 보험금 지급의 객관성과 신뢰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 원장은 보험산업의 건전성은 대체로 양호한 상태지만 금리 하락 등으로 인해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수 있으므로, 자체 재무영향 분석, 적극적인 자산·부채 종합관리(ALM) 등을 통해 리스크를 적정 수준으로 관리해 줄 것을 당부했다. 금감원도 할인율 현실화 속도를 조절하되 '듀레이션 갭' 기준 마련 등 금리리스크 관리 기조를 지속할 예정이다. 그리고 현재 도입 추진 중인 '기본자본 K-ICS 비율 규제'도 충분한 준비기간을 부여하는 등 연착륙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원장은 "IFRS17 도입 초기 주요 회계이슈는 계리가정 가이드라인 마련 등을 통해 대부분 정리됐으나, 일부 세부사항에 대해서는 정리할 과제가 있어 원칙에 맞게 정비해 나갈 것이다"라고 언급했다.

끝으로 이 원장은 IFRS17 시행 이후의 과도한 판매 경쟁과 상품쏠림 심화는 불완전판매 등 소비자 피해로 이어진다는 점을 지적하며, '제 살 깎아먹기'식 경쟁이 되지 않도록 판매수수료에 대한 엄격한 통제장치를 갖추고 판매위탁 관리체계를 내실화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또 방송매체 등을 통해 쏟아지는 보험광고가 불안 심리를 자극해 보험가입을 유도하는 사례가 많아 과도한 광고 및 사업비가 소비자에 전가되지 않도록 사전통제 강화를 당부했다.

이 원장은 "그동안 보험업계가 장기자금 공급원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며 국내 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한 바와 같이, 앞으로도 첨단산업, SOC 등 생산적 금융에 대한 자금 공급과 ESG 연계 투자를 확대해달라"며 "또 취약계층 등을 대상으로 하는 포용적 금융에 대한 보험업계의 관심이 필요함을 언급하는 한편, 보험 가입이나 보험금 지급시 직업, 소득, 장애 여부 등을 이유로 부당한 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살펴봐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보험사 CEO들은 그동안 금융당국이 소비자 신뢰 회복, 규제 합리화 등에 노력해 준 것에 감사를 표하면서, 보험업계가 과도한 판매 경쟁이나 단기 이익에만 몰두하여 생긴 여러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점에 공감했다.

향후 보험업계에 소비자의 관점을 우선시하는 조직문화가 내재될 수 있도록 최고 경영진 차원에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판매수수료 개편,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2단계 시행 등을 차질없이 추진해 줄 것을 건의하고, 소상공인, 취약계층 등에 대한 상품 개발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금융당국의 관심과 지원을 요청했다.

jcp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