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이달 채권 4500억 매각…'마통' 늘려도 유동성관리 난색
9월 이후만 6.8조원 순매도해 현금마련…당국 주문에도 위기대응 우선
- 신병남 기자
(서울=뉴스1) 신병남 기자 = 보험사들이 12월 들어 현금 마련을 위해 보유 채권 4500억원을 매각했다. '마이너스통장'(단기자금 차입) 한도를 늘리는 조치에도 불구하고 유동성 관리에 애를 먹고 있는 양상이다.
금리 인상에 따른 저축성보험 해지, 연말 퇴직연금 만기 등 연말연초 자금 유출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자금시장 발작을 우려해 채권 매각 자제를 주문하고 있지만, 다양한 자금 조달 수단을 확보하지 못한 중·저보험사들은 매각에 불가피함을 토로하고 있다.
13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국내 보험사들은 이달 들어(1~9일) 장외시장에서 채권 4512억원을 순매도했다. 지난달 같은 기간 1조416억원보다 규모가 56.7% 줄었다. 하지만 레고랜드발 채권시장 경색 우려가 확산하기 시작한 지난 10월(3026억원)과 비교해선 매도 규모가 크다.
월별 보험사들의 채권 순매도 규모는 9월 6317억원, 10월 2조2319억원, 11월 3조5534억원 등이다. 9월부터 이달 9일까지 매각 규모를 합하면 6조8684억원에 달한다.
보험사들이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채권 비중을 낮추는 것은 유동성 관리 영향이다. 보험사는 보험상품(부채) 만기가 길어 자산운용도 장기물 채권을 늘리는 형태 전략을 택해왔다. 최근에는 반대로 채권을 시장에 내다 팔아 현금을 늘리는 상황이란 게 업권의 설명이다.
이는 시장금리 인상으로 만기를 맞은 저축보험, 퇴직연금 등을 지키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은행이 연 5%, 저축은행 연 6% 예금 금리를 제공하면서 보험 해지가 늘고 있다. 보험사 입장에선 보험금을 내줄 자금 수요가 늘어나는 것이다. 금리를 높여 해지를 막고 싶지만, 금융당국은 금융권 수신 경쟁 과열을 막기 위해 전 업계에 금리 인상 자제를 주문했다. 보험사들은 연 6%를 일종의 저축보험 금리 마지노선으로 인식하는 실정이다.
퇴직연금은 통상 사업자와 기업 간 1년 단위로 계약이 이뤄진다. 12월에는 대규모의 자금 이동이 불가피한데, 올해는 그 규모가 더 클 것으로 관측된다. 위지원 한국신용평가 금융1실장은 지난달 30일 보고서에서 "연말 퇴직연금 시장에서 30%의 자금이 이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올해는 금리 인상이라는 특수성으로 이동 규모가 대폭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 발작을 우려해 채권 매각과 수신금리 조정 자제 등 불가피한 시장개입에 나선 금융당국은 규제 완화책도 함께 제시한 상태다.
10월 은행계 금융지주의 경우 지주사 내에서 계열사 유동성 지원에 힘써달라고 주문했으며, 지난달 28일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는 내년 3월까지 한시적으로 금융지주 자회사 간 신용공여 한도를 10%포인트(p) 완화한다는 조치를 밝히기도 했다.
이에 일부 보험사들은 지주사로부터의 유동성 수혈을 받기도 했다. 신한라이프는 지난 5일 이사회를 열고 단기차입 한도를 1300억원에서 1조4000억원으로 확대했다. '당좌차월' 규모를 기존 1300억원에서 4000억원으로 확대하고, 환매조건부채권(RP) 매도 등을 위해 1조원의 한도를 신규 확대했다.
이밖에 삼성생명이 지난달 단기차입 한도를 기존 2000억원에서 3조6000억원으로, 푸본현대생명도 5000억원에서 1조5000억원으로 늘렸다.
다만 보험사들은 이 같은 조치가 모든 보험사에 해당할 수 없는 조건인 데다 유동성 위기도 단기간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커 선제적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사 규모가 작을수록 자금 조달 여건이 떨어져 당국 눈치와 손실을 감수한 전략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유동성 경색뿐만 아니라 수익을 내야 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당장 보험료 수입 감소도 뼈아프다"고 말했다.
fellsic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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