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주주 2등시민 아니다"…운용사 18곳, 의무공개매수안 보류 촉구
- 전지아 기자
(서울=뉴스1) 전지아 기자 = 국내외 자산운용사들이 10월 1일 국회 본회의를 하루 앞두고 의무공개매수제도 정무위안의 처리 보류를 촉구했다.
회사 경영권을 인수하려는 사람이 지배주주의 지분을 먼저 매입할 수 있도록 '인수자 선행매수'를 허용하면 안 된다는 주장이다. 인수자 입장에선 나머지 지분은 필요한 만큼만 소량 매수하면 되기 때문에 일반주주는 매각 기회를 잃게 된다.
30일 국내외 자산운용사 18곳은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무공개매수제도의 처리 보류와 재설계를 요구했다. 의무공개매수제도 정무위안은 지난 28일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해 10월 1일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운용사들이 문제 삼는 점은 '선행매수' 구조다. 이날 회견에 참석한 얼라인파트너스 이창환 대표는 선행매수 방식이 주주 간 평등을 훼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배주주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반영한 가격에 지분을 전량 매각할 수 있지만, 일반주주는 제한된 물량만 팔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이런 선행매수 방식에 대해 "1등 시민과 2등 시민을 차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무공개매수제도 정무위안은 경영권 매각 시 인수자가 지배주주의 지분을 장외에서 먼저 취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배주주의 지분이 과반인 '50%+1주'를 넘지 못할 경우 부족한 부분을 일반주주 대상으로 공개매수하는 방식이다. 만약 대주주 지분이 50%를 넘는다면 일반주주는 공개매수에 참여할 수 없다.
이 대표는 "우리나라 상장사의 지배주주들은 평균 44%의 지분을 갖고 있다"며 "인수자가 지분 44%를 먼저 인수한다면 공개매수 물량은 6%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56%를 보유한 일반주주가 6%의 공개매수 물량을 나눠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이날 회견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이후 진행된 상장사 M&A 총 35건 중 43%에서 지배주주가 50% 이상의 지분을 가지고 있었다.
이중가격 구조도 지적됐다. VIP자산운용 김민국 대표는 "지배주주 지분에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으면 같은 보통주인데도 서로 다른 가격을 적용받을 수 있다"며 "법안 통과 시 관행이었던 이중가격 제도가 고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또 "경영권이 넘어갈 때 일반주주가 보유한 주식의 가격이 떨어지는 문제가 곧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이라며 "그간 관행으로 존재했던 이중가격 제도가 고착하면 코리아 디스카운트도 굳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운용사들은 해외 사례와 과거 법안을 제시하며 이번 정무위안이 시대에 역행한 법안이라고 주장했다. 영국·홍콩·싱가포르·유럽연합(EU) 등은 선행매수를 허용하지만, 일정 지분 이상을 취득하면 잔여 주주 전체에게 공개매수 제안을 해야 한다. 1997년 국내에 도입됐다 1998년 폐지된 의무공개매수제도는 현 정무위안처럼 '50%+1주'의 매수 기준을 제시하고 있지만, 지분을 25% 이상 확보하면 공개매수 절차를 거쳐야 했다.
운용사들은 대안으로 '비례적 공개매수'를 제안했다. '50%+1주'라는 기준은 유지하되, 공개매수 응모 물량이 매수 예정 수량을 넘으면 지배주주와 일반주주가 보유 지분에 비례해 매각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
예를 들어 지배주주가 40% 이상을 보유한 기업이라면 인수자는 지배주주로부터 약 20%, 일반주주로부터 약 30%를 매수할 수 있다. 운용사들은 이 방식을 통하면 모든 주주가 같은 가격에 지분을 처분할 수 있음은 물론, 인수자의 최종 매수 가격도 기존 방식과 같아 인수자금 부담도 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는 라이프자산운용, VIP자산운용,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등 10곳이 참석했다. 운용사들은 본회의를 앞두고 국회에도 관련 의견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imji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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