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금융의 상상력' 주식은 토큰이 된다

새로운 기술, 현실이 되려면 '제도'가 길을 열어야
STO는 주식과 돈을 같은 디지털 인프라에 올리는 기술

ⓒ 뉴스1 윤주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어릴 적 상상했던 21세기에는 하늘을 나는 자동차와 집안일 해주는 로봇이 있었다. 그러나 21세기의 3번째 10년을 맞은 지금까지 현실에 구현되진 못했다. 미래기술을 선보이는 전시장이나 제한된 실험장에서 여전히 '시도' 중이다.

대신 전혀 예상치 못한 미래가 왔다. 사람들이 손바닥만 한 기계 하나로 길을 찾고, 장을 보고, 일을 한다. SF영화의 장면처럼 파격적이진 않지만 우리 삶에 스며들어 일상의 풍경을 바꿔놓았다.

미래가 어떤 모습으로 올지는 누구도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새로운 기술이 현실에서 움직이려면 그보다 먼저 길이 필요하다. 자동차가 달리려면 도로가 필요하듯 기술도 제도라는 길 위에서 움직인다.

그래서 최근 금융위원회가 내놓은 토큰증권(STO) 정책이 반갑다. 이제 STO 기술을 구현하기 위한 길이 만들어지고 있다. 실제 주식 거래 방식은 기술과 제도가 길을 내면서 끊임없이 바뀌어왔다.

불과 수십 년 전만 해도 투자자는 직접 증권사를 찾아가야 주식을 사고팔 수 있었다. 주문표에 종목과 가격을 적어냈다. 주식 체결가는 사람이 게시판에 직접 쓰고 지우기를 반복했다.

1997년 주식 매매시스템이 완전히 전산화되면서 주식 거래 방식이 바뀌었다. 온라인 기술과 결합하자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이 보편화됐고 이제는 스마트폰 몇 번만 누르면 주식을 사고팔 수 있다.

STO는 새로운 투자 세상을 열어 준다. 주식과 채권, 펀드를 토큰으로 만들고 돈까지 같은 디지털 인프라 위에서 움직이게 한다. 토큰화가 확산하면 해외 주식도 원하는 시간에 거래가 가능해지고 주식을 판 뒤 돈이 들어올 때까지 며칠을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STO의 의미는 한우나 미술품을 조각내 판매하는 상품이 몇 개 더 생기는 데 있지 않다. 지금은 서로 떨어져 있는 국내외 주식과 채권, 펀드와 돈이 같은 디지털 인프라 위에서 움직이기 시작한다는 데에서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

증권업계는 여전히 상상하고 있을 뿐이다. 어떤 상품이 나올지, 토큰화된 주식과 돈이 어디까지 연결될지 예상하기 어렵다. 아직 우리가 이름조차 붙이지 못한 많은 금융 상품과 서비스가 등장할 거다.

수십 년 뒤 누군가 2026년 여의도를 돌아보며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그때는 주식을 정해진 시간에만 거래했다고? 주식이랑 돈을 주고받는 데 며칠씩 걸렸다고?"

하늘을 나는 자동차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주식이 토큰이 되는 미래는 이제 막 출발선에 섰다.

eo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