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100달러·美 국채금리 4.8%…다시 시험대 오른 '반도체 랠리'
美-이란 군사충돌 심화에 브렌트유 100달러 돌파
AI 성능 경쟁에 메모리 수요 증가…"금리 속도 관건"
- 박주평 기자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인공지능(AI) 수요 확대 기대에 반등한 반도체주가 고유가와 고금리라는 시험대에 다시 섰다. 메모리 공급 부족과 AI 투자 경쟁이 상승세를 뒷받침하고 있지만, 유가 상승에 따른 물가 불안이 금리를 더 끌어올릴 경우 투자비용과 주식 가치평가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9일(현지시간) 국제유가의 기준물인 브렌트유 선물은 3.36% 오른 배럴당 101.2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3.25% 상승한 배럴당 96.05달러를 기록했다. 두 유종 모두 5월 이후 최고 종가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3.0bp(1bp=0.01%포인트) 상승한 4.835%로 집계됐다. 중동 지역 군사 충돌에 따른 원유 공급 차질 우려와 미국 재무부의 국채 매입 규모가 시장 기대에 못 미친 점이 금리 상승 압력으로 작용했다.
뉴욕증시에서는 다우존스(-0.77%), S&P500(-0.48%), 나스닥(-0.64%) 등 주요 지수가 모두 하락했다. 그럼에도 AI 관련 수요 기대가 반도체 투자심리를 지탱하면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0.37% 상승했다.
문제는 금리의 추가 상승 속도다. 금리 상승은 미래 이익의 현재 가치를 낮추고, 차입을 늘려 AI 인프라에 투자하는 빅테크의 자금조달 비용을 높인다. 고유가에 따른 물가 불안으로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 반도체 수요를 뒷받침하는 투자 확대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다만 반도체 상승세를 지지하는 근거도 남아 있다. KB증권은 보고서에서 AI 모델의 성능 경쟁과 저비용 모델 확산이 함께 메모리 수요를 늘릴 것으로 전망했다. 고성능 모델은 복잡한 추론에 필요한 연산량을 늘리고, 저비용 모델은 이용자와 사용 빈도를 확대한다는 분석이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제한적인 신규 공급 속에 장기공급계약 중심으로 생산능력이 배분되면서 내년 메모리 시장에서 가격과 출하량이 동반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의 주주환원 확대도 거시경제 충격에 따른 낙폭을 줄일 요인으로 꼽힌다. 이정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코스피200 기업을 분석한 결과 비금융 기업의 자사주 매입은 추가 상승을 이끄는 효과보다 시장 하락기에 낙폭을 완충하는 성격이 상대적으로 강했다고 설명했다.
신한투자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두 회사의 향후 12개월 예상 이익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삼성전자 4.1배, SK하이닉스 3.9배다. 다만 반도체는 이익이 정점에 가까울수록 PER이 낮아질 수 있어, 낮은 배수가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려면 높은 이익 수준이 유지돼야 한다.
이 연구원은 주주환원이 주가 하방을 보완하는 가운데 추가 상승은 실적 지속성과 외국인 수급 회복의 지속성이 결정할 것으로 전망했다.
결국 반도체 랠리가 이어지려면 AI 수요와 수익성 개선이 금리 상승에 따른 비용 부담을 웃돌아야 한다는 분석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리를 비용이라고 본다면 그 비용 이상의 수익성이나 수요가 있을 경우 시장에 영향이 좀 덜할 것"이라며 "금리에 대한 레벨보다는 속도의 문제가 지금은 더 민감하다"고 말했다.
jup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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