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 주식 소각하게 해주세요"…주가 급락에 '금산법' 개정 목소리
110조 환원에도 주가 8%대 급락…구체적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 부재
대안은?…금융사 지분 매도, 비금융 계열사가 지분 인수, 삼전 우선주 소각
- 서한샘 기자
(서울=뉴스1) 서한샘 기자 = 삼성전자(005930)가 역대 최대 규모의 주주환원 계획을 발표하고도 주가가 8% 넘게 급락하자 일부 주주 사이에서 자사주 소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자사주 소각을 어렵게 하는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뒤따랐다.
다만 금융계열사가 지분을 조정하면 현행법 아래서도 소각할 수 있는 만큼 규제 완화를 둘러싼 셈법은 단순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날 8.70% 내린 25만 7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21일 장 마감 뒤 90조~110조 원 규모의 주주환원 계획을 발표한 이후 처음 열린 정규장에서 급락했다.
이날도 오후 2시 5분 기준 0.58% 내린 25만5500원에 거래됐다. 장중 24만5000원까지 밀렸다.
환원 규모가 시장의 높아진 기대에 못 미친 데다 주주환원 목적의 구체적인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이 제시되지 않은 점이 실망 요인으로 지목됐다. 같은 날 발표한 15조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은 소각이 아닌 임직원 주식 보상용이었다.
이후 삼성전자 종목 게시판에는 "자사주 소각으로 기계적으로 높아진 금융계열사의 지분율에는 예외를 둬야 한다", "금산법을 완화해 자사주를 소각해야 한다"는 내용의 글이 잇따랐다. 반면 "금융계열사가 초과 지분을 팔면 현행법 아래에서도 소각할 수 있다"며 규제 완화가 그룹 지배력만 높일 수 있다는 반론도 나왔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삼성전자 보통주를 각각 약 8.5%, 1.5% 보유해 합산 지분율을 10% 선에 맞추고 있다. 삼성전자가 보통주를 소각하면 전체 발행주식 수가 줄어 두 회사가 주식을 추가로 사들이지 않아도 지분율이 상승한다. 합산 지분율을 10% 이내로 유지하려면 상승분만큼 보유 주식을 처분해야 한다.
실제로 두 회사는 지난해 삼성전자의 자사주 소각을 앞두고 약 2800억 원어치 삼성전자 지분을 처분했다. 올해 3월에도 같은 이유로 총 1조 4300억 원 규모의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에 나섰다.
금융계열사가 지분을 매각해도 삼성전자의 주주환원 재원이 줄거나 추가 비용이 발생하지는 않고 삼성생명·삼성화재도 매각 대금을 확보한다. 대신 금융계열사의 삼성전자 지분과 배당 수입, 그룹 전체의 우호 지분이 줄어든다. 반복되는 블록딜이 단기적인 주가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고 자사주 소각에 따른 지분율 상승을 곧바로 예외로 인정하기도 어렵다. 금산분리는 금융과 산업의 결합에 따른 이해충돌과 위험 전이를 막기 위한 원칙이다. 이번 사안에 적용되는 금산법 제24조는 금융회사의 산업회사 지배를 제한하기 위해 1997년 도입됐다. 예외를 허용하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삼성전자 주요 주주로 계속 남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이런 지적의 배경으로 꼽힌다.
법을 개정하지 않고도 선택지는 있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소각 규모에 맞춰 지분을 계속 매각하거나 삼성물산 등 비금융 계열사가 이를 인수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다만 후자는 수조 원대 자금이 필요한 데다 삼성물산의 자금 활용을 둘러싼 주주 간 이해관계도 따져봐야 한다.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를 매입·소각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DS투자증권은 우선주가 금산법상 의결권 지분율 산정에서 제외되는 것으로 해석되는 만큼 금융계열사의 지분 매각 부담을 줄이고 보통주와의 가격 괴리를 축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우선주를 소각해도 보통주 발행주식 수와 보통주 주주의 지분율은 직접 변하지 않는다.
소각 규모를 놓고도 증권가 전망에 차이가 나타난다. DS투자증권은 남은 환원 재원 가운데 자사주 매입·소각에 10조~20조 원을 투입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증권은 주주환원 목적의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를 약 37조 7000억 원으로 추정했다.
김수현 DS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금융계열사의 블록딜로 지배력 저하를 우려해 주주환원 재원의 100%를 배당에만 쏟는다면 SK하이닉스와 비교해 주주환원의 질에 대한 시장의 평가절하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결국 금산법이 어렵게 만드는 것은 보통주 소각 자체가 아니라 소각하면서 금융계열사의 현재 지분까지 유지하는 것"이라며 "삼성전자가 보통주 소각과 금융계열사 지분 축소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가 향후 주주환원 방식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sae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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