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조 푼다는데 자사주 소각은 '미정'…삼성전자 주가 어디로

애프터마켓서 정규장 상승분 반납…대규모 자사주 매입 '미정'
소각 땐 금융계열사 '10%룰' 부담…30조 배당·실적은 지지 요인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2026.7.30 ⓒ 뉴스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서한샘 기자 = 삼성전자(005930)가 역대 110조 원에 달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주주환원 계획을 내놓으면서 주가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올해 3분기에만 약 30조 원의 현금배당을 예고했지만 시장이 기대했던 주주환원 목적의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는 제시하지 않았다. 별도로 발표한 15조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역시 소각 목적이 아닌 임직원 보상용이다.

이에 발표 직후 애프터마켓에서 주가가 정규장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한 가운데 오는 24일 정규장에서는 역대 최대 주주환원 규모와 자사주 소각에 대한 실망감 중 어느 쪽에 시장이 더 무게를 둘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주주환원 기대가 커진 영향으로 지난 21일 정규장에서 전 거래일보다 1만 500원(3.87%) 오른 28만 1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구체적인 계획 발표 뒤 애프터마켓에서는 27만 원으로 내려와 정규장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삼성전자는 2024~2026년 잉여현금흐름(FCF)의 50%를 주주에게 환원한다는 기존 정책에 따라 올해 남은 재원을 약 90조~110조 원으로 예상했다. 2024~2025년 이미 집행한 29조 3000억 원을 포함하면 3년간 전체 환원 규모는 120조~140조 원에 달할 전망이다.

올해 3분기에는 정규 분기 배당을 포함해 30조 원 안팎의 현금배당을 시행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오는 10월 말 이사회에서 확정한다. 나머지 약 60조~80조 원은 내년 1월 이사회에서 현금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집행 방식을 정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별도로 임직원 보상을 위해 15조 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기로 했지만, 주주환원을 목적으로 한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는 이번 발표에서 제시하지 않았다.

발표 이후 시장의 관심은 전체 환원 규모보다 현금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 간 배분 방식으로 이동했다. 앞서 SK하이닉스(000660)가 40조 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해 전량 소각하기로 하면서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에 대한 눈높이도 높아진 상태였다.

이수림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즉각적인 대규모 자사주 매입 확정이 없어서 주가가 일단 밀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경기 수원시 영통구 삼성전자 수원캠퍼스의 모습. 2026.7.7 ⓒ 뉴스1 김영운 기자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소각 확대를 제약하는 요인으로는 금융계열사의 지분 관리 부담이 꼽힌다.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상 동일 계열 금융회사가 사실상 지배하는 비금융회사의 의결권 있는 주식을 10% 이상 보유하려면 금융위원회의 승인이 필요하다. 6월 말 기준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각각 8.51%, 1.49%로 합계 10%다.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소각하면 발행주식 수가 줄면서 두 금융계열사의 합산 지분율이 자동으로 상승한다. 이 경우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금융위원회에 승인을 신청하거나 초과 지분을 처분해야 한다. 실제 두 회사는 지난 3월 삼성전자의 자사주 소각을 앞두고 약 1조5000억 원어치의 삼성전자 주식을 블록딜 방식으로 처분했다.

반면 현금배당은 발행주식 수와 금융계열사 지분율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이에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남은 주주환원 재원을 집행할 때 현금배당에 더 무게를 둘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자사주 소각이 최대 주주 SK스퀘어의 지분율을 높여 지주회사 지분 요건 유지에 도움이 되는 SK하이닉스와는 다른 구조다.

자사주 소각에 금융계열사의 지분 관리 부담이 따르는 만큼 시장의 관심은 현금배당 규모로 향하고 있다. 이 연구원은 전체 30조 원 가운데 기존 정규 분기 배당 약 2조 4500억 원을 제외한 특별배당 규모를 약 27조 5500억 원으로 추산했다. 이를 반영한 올해 예상 주당배당금(DPS)은 약 5570원이다.

월요일 정규장에서는 역대 최대 규모의 주주환원과 자사주 매입·소각 세부안이 미정인 점을 시장이 어떻게 평가할지가 관건이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한국 증시는 야간선물과 미국 증시에서의 메모리 기업 부진으로 매물 소화 과정이 진행될 것으로 판단한다"며 "삼성전자의 주주환원 정책에 대한 실망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실적과 반도체 업황은 주가를 뒷받침할 요인이다. KB증권은 삼성전자가 3분기 영업이익 112조 원을 기록하며 4개 분기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삼성전자는 이익 성장과 배당 매력을 동시에 겸비한 대표적인 저평가주"라며 "현재 주가수익비율(PER) 4배 수준인 삼성전자 주가는 밸류에이션 정상화와 재평가 국면에 본격 진입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sae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