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조 주고 산 주식을 왜 없애?…'자사주 소각'의 비밀[손엄지의 주식살롱]

자사주를 사서 '매각'하는 게 핵심…주주 지분 가치·EPS 증가
삼전, 100조 규모 주주환원 발표…애플처럼 주가 재평가 기대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감도 (SK하이닉스 제공)

(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SK하이닉스(000660)가 무려 40조 원어치 자사주 매입·소각을 발표했습니다. 국내 상장사 사상 최대 규모입니다. 회사가 자기 돈으로 자기 주식을 사고, 그 주식을 없애겠다는 겁니다.

그런데 회사가 자기 주식을 사는 게 왜 주주환원일까요? 또 돈 주고 산 주식을 왜 소각할까요? 소각하지 않고 자사주를 직원들에게 주는 건 또 어떤 의미일까요?

먼저 자사주 매입은 말 그대로 회사가 시장에 있는 자기 회사 주식을 돈을 주고 사들이는 것입니다.

예컨대 A라는 회사의 주식이 총 100주고 내가 1주를 갖고 있다고 해봅시다. 회사가 시장에서 10주를 사들여 소각하면 주식은 90주만 남습니다. 나는 여전히 1주를 가지고 있지만 회사에 대한 내 몫은 1%에서 약 1.1%로 늘어납니다.

여기서 주당순이익(EPS)이라는 개념도 추가하겠습니다. A회사의 연간 순이익이 900원이라면 EPS는 9원(900원÷100주)에서 10원(900원÷90주)으로 올라갑니다. 통상 증권사들은 EPS가 상향되면 이를 목표주가를 높이는 근거로 삼기도 합니다.

사실 40조 원이면 공장을 짓거나 새로운 사업에 투자할 수도 있는 엄청난 돈입니다. 굳이 그 돈을 들여 자기 회사 주식을 사는 건 낭비가 아닐까요? 게다가 그렇게 비싸게 산 주식을 없애버리다니요.

그런데 기업의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필요한 투자를 하고도 돈이 남는다면 이를 회사 금고에 계속 쌓아두기보다 회사의 주인인 주주에게 돌려주는 것도 돈을 쓰는 방법입니다.

또 300만 원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자기 회사 주식을 시장에서 170만 원에 살 수 있다면 다른 곳에 투자하는 것보다 자기 주식을 사는 편이 기존 주주에게 유리할 수 있다는 판단도 있습니다.

핵심은 '매입'보다 '소각'입니다. 회사가 자사주를 사서 계속 보유하면 언젠가 다시 시장에 내놓거나 다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주식 교환 등을 통해 우호 세력에 자사주를 넘겨주는 식으로 경영권 강화에 이용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지금도 종종 그런 기업들이 있고요.

반면 완전히 소각해버리면 주식 자체가 사라져 시장에 다시 나올 수 없습니다. 증자를 하지 않는 이상에는요. 남아 있는 주주 입장에서는 자신의 지분 가치가 그만큼 높아지고 EPS도 올라갑니다.

SK하이닉스가 이번에 사들이기로 한 주식은 2407만 주입니다. 전체 발행주식의 약 3.3%에 해당합니다. 취득한 주식은 전량 소각하기로 했습니다. 기존 주주가 가진 한 주의 회사에 대한 지분율이 조금씩 더 늘어나게 되겠죠.

그런데 자사주를 직원에게 준다면 조금 더 생각해 볼 문제가 생깁니다. 앞서 A 기업의 주식 100주 중 회사가 10주를 사서 없애면 90주만 남지만, 이를 직원들에게 지급하면 10주가 사라지는 게 아닙니다. 게다가 직원들이 받은 주식을 시장에 팔 수도 있죠.

그렇다고 마냥 나쁘게 볼 일은 아닙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현금으로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보다 자사주를 활용하는 것이 현금 유출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직원 역시 자기 회사 주식을 보유하면 회사의 성장과 자신의 보상이 연결되는 만큼 열심히 일할 유인이 생길 수 있습니다.

경기 수원시 영통구 삼성전자 본사의 모습. 2026.5.27 ⓒ 뉴스1 김영운 기자

삼성전자(005930)도 100억 원대 주주환원책을 내놨습니다. SK하이닉스와 달리 자사주 매입·소각보다는 배당에 방점이 찍혔습니다. '금산법'(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이라는 변수가 작용해섭니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면 두 회사가 삼성전자 주식을 단 한 주도 추가로 사지 않아도 지분율이 올라간다는 것입니다. 앞서 A 기업의 사례를 기억하시죠?

금산법은 금융계열사가 보유한 비금융 계열사 지분이 일정 기준을 넘는 것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금융회사가 고객의 자금을 이용해 다른 기업을 지배하거나 계열사를 확장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앞서 올해 삼성전자가 자사주 소각을 앞두고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삼성전자 주식 약 1조 5000억 원어치를 매각했습니다. 자사주 소각 이후에도 두 회사의 합산 지분율을 10% 이내로 유지하기 위해서입니다.

만약 삼성전자가 또다시 대규모 자사주 매입·소각에 나선다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추가로 주식을 팔아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나오지 않아도 될 주식 매물이 시장에 나온다는 것은 삼성전자 주가에도 부담이 될 수 있겠죠.

애플은 과거 전형적인 성장주에서 어느 순간 고배당주로 탈바꿈했습니다. 2019~2021년 애플이 잉여현금 대비 주주환원금액 비율이 평균 121%를 기록하는 등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이어가자 이 기간 주가는 201%나 올랐습니다. 워런 버핏이 오랫동안 사랑한 주식으로도 유명하죠.

이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단순히 이익을 많이 내는 회사를 넘어, 번 돈을 주주에게 어떻게 돌려주는지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두 회사의 변화를 기대해 봅니다.

ⓒ 뉴스1 김지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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