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계약직 227억 벌었다…대기업 회장보다 많이 번 증권맨 비결은

랩 상품으로 많은 고객 자산 한 번에 관리해 수익
"그동안 관리한 인적 네트워크 통해 불장 기회 잡아"

ⓒ 뉴스1 양혜림 디자이너

(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올해 상반기 증권사 반기보고서에서 회장님보다 많은 보수를 받은 스타 프라이빗뱅커(PB)가 잇따라 등장했다. 증시 활황으로 거래대금과 고객 자산이 불어나면서 개인의 영업 실적에 따라 보수를 받는 계약직 직원들이 수십억~수백억 원의 성과급을 받은 것이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증권사 최고 연봉자는 이종석 유안타증권 리테일전담이사로 총 227억 2100만 원의 보수를 받았다. 구자은 LS그룹 회장(133억 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115억 8000만 원)보다 많았다.

이 이사는 이미 증권업계에서 유명한 고액 연봉자다. 2024년 83억 3200만 원, 지난해 74억 3200만 원을 받았는데 올해는 불과 반년 만에 과거 연간 보수의 3배에 달하는 돈을 받았다.

기본급은 '최저임금'…성과급은 227억원

이 이사는 리테일사업부문 투자전담직 계약직원이다. 유안타증권은 개별 계약에 따라 월별 개인 인정수익에서 성과 배분율을 곱한 뒤 손익분기점(BEP)을 차감해 성과급을 산정한다.

쉽게 말해 회사에 일정 수준 이상의 돈을 벌어다 주면 초과 수익 중 약속된 몫을 가져가는 구조다. 이 이사의 상반기 기본급은 1300만 원에 불과했다. 사실상 번 돈이 없으면 최저임금만 받는 식이다.

실제 고액 연봉자 상당수가 이런 성과연동형 계약을 맺고 있다. 상반기 62억 9000만 원을 받은 진현수 부국증권 차장, 59억 6000만 원을 수령한 박환진 유안타증권 이사 모두 영업직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만약 PB의 BEP가 1억 원이라면 이를 넘어선 수익부터 회사와 PB가 정해진 비율로 나눠 갖는 식"이라며 "회사와 개인마다 계약 조건과 배분율은 모두 다르다"고 말했다.

큰손 잡으면 수수료만 수억 원…"랩이 주요 수익원"

성과급만 수십억~수백억 원을 받을 수 있는 핵심은 '큰손'이다. 고액자산가나 법인 등 대규모 자산을 가진 고객을 확보하면 주식 위탁매매부터 채권, 주가연계증권(ELS) 등 다양한 거래에서 많은 수익이 발생한다.

특히 랩(wrap) 상품은 고액 자산을 관리하는 일부 PB들의 주요 영업 수단으로 꼽힌다. 랩은 고객과 증권사가 계약을 맺고 증권사가 고객 자산을 일임해 운용하는 상품이다.

과거처럼 단순히 개별 계좌 주식을 운용하면 PB가 주식을 매매할 때마다 고객의 의사를 확인해야 하지만, 랩에서는 사전에 정해진 운용 범위 안에서 여러 고객의 포트폴리오를 한 번에 관리할 수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고객이 100명이라면 일반 위탁계좌에서는 포트폴리오를 바꿀 때 100명에게 일일이 연락해 주문해야 하지만 랩에서는 일괄적으로 비중을 조절할 수 있다"며 "많은 고객을 관리하는 PB 입장에서 훨씬 효율적인 구조"라고 설명했다.

일부 랩은 일정 기준 이상의 운용 성과를 거두면 성과보수를 받도록 설계돼 있다. 목표 수익률이 8%라면 8%를 넘어서는 수익은 랩을 운용하는 증권사와 나눠 갖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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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장'이 만든 227억…스타PB는 더 벌었다

굳이 개인 능력이 뛰어나지 않더라도 올해는 상반기에만 코스피가 101% 상승하면서 대부분의 PB가 두둑한 성과급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 주식 거래가 늘어나면서 위탁매매 수수료가 증가했고 랩 운용 성과도 좋았다. 신용융자잔고까지 사상 최대 수준으로 증가하면서 리테일 부문 전반의 수익성이 개선됐다.

당연히 '스타PB'는 더 벌었다. 수년 동안 증권사 고액 보수 명단에 꾸준히 이름이 올라온 이들이다. 고액자산가들을 확보한 스타PB는 불장 덕에 큰돈을 벌었다.

예컨대 판매 수수료가 1%인 채권을 한 법인에 1000억 원어치를 팔았다면 10억 원을 가져갈 수 있다. 랩을 100억 원어치 팔아 100% 수익을 냈다면 수십억 원의 성과급을 받을 수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227억원 연봉은 단순히 주식을 잘 골라 받은 투자 성과급이라고만 할 수 없다"며 "그동안 관리한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주식, 랩, 채권 등에서 회사에 수익을 만들어낸 뒤 이를 개별 성과급으로 나눠 갖는 증권업 특유의 성과보상 체계가 증시 활황과 맞물린 결과"라고 말했다.

eo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