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증권사, 잠자던 은행 앞섰다…미래·한투 '예적금' 시장 넘봐

2분기 미래에셋證 순이익, 주요 시중은행 실적 웃돌아
IMA 사업자 3곳, 벌써 3.6조 시중 자금 끌어모아

ⓒ 뉴스1 양혜림 디자이너

(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미래에셋증권(006800)의 2분기 순이익이 2조 원에 육박하면서 국내 주요 시중은행을 넘어섰다. 증시 활황으로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익이 급증한 데다 자산관리(WM)와 자기자본투자(PI)까지 성과를 내면서 증권사들의 이익 체력이 은행을 넘보는 수준으로 커졌다.

덩치가 커진 증권사들은 이제 은행의 전통 영역인 '예·적금' 시장까지 노리고 있다.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원금 지급 의무를 지는 종합투자계좌(IMA)를 앞세워 은행에 머물던 자금을 빠르게 끌어들이고 있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의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은 1조 9052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 1분기 1조 19억 원에 이어 증권업계 최초로 두 분기 연속 순이익 1조 원을 넘어섰다.

미래에셋증권의 2분기 순이익은 신한은행(1조 3015억 원), KB국민은행(1조 1244억 원), 하나은행(1조 213억 원)을 모두 넘어서는 규모다.

앞서 지난 6일 실적을 발표한 한국투자증권 역시 2분기 순이익 9464억 원을 기록해 우리은행(8427억 원)을 앞질렀다. 키움증권 순이익(6806억 원)도 NH농협은행(6052억 원)을 넘어섰다.

브로커리지·WM에 투자까지…증권사 부지런히 돈번다

미래에셋증권은 증시 호조에 힘입어 브로커리지부터 자산관리(WM), 트레이딩까지 전 부문에서 수익이 늘었다. 2분기 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익은 6256억 원으로 전 분기보다 36% 증가했고, 금융상품 판매 수수료는 1310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트레이딩 및 기타 금융손익도 8369억 원으로 107% 늘었다.

여기에 스페이스X 투자가 실적을 끌어올렸다. 미래에셋증권은 2분기 스페이스X 기업공개(IPO) 등으로 PI 자산 관련 평가이익 1조 6400억 원을 인식했다. 2분기 말 스페이스X 지분 가치는 약 5조 원으로, 취득원가 대비 4배 이상 불어났다.

한국투자증권은 특정 투자자산에 의존하지 않고 사업 전반에서 고른 수익을 냈다. 상반기 수익 비중은 위탁매매 41.2%, WM 15.8%, IB 16.0%, 운용 27.0%다. 리테일 채널 경쟁력이 IB 딜 소싱에 기여하고, 운용 역량이 다시 리테일 금융상품의 안정적인 수익 창출과 공급으로 이어지는 유기적 시너지 구조를 구축했다.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 사옥
은행보다 더 벌더니…IMA로 예·적금 시장까지

자본력이 커진 증권사들은 이제 IMA를 통해 은행의 전통적인 수신 시장까지 넘보고 있다. IMA는 자기자본 8조 원 이상 종합금융투자사업자가 금융당국의 인가를 받아 판매할 수 있는 상품이다. 증권사가 고객 자금을 기업금융 등에 투자한 뒤 만기에 원금과 수익을 함께 돌려준다.

예금자보호 대상은 아니지만 증권사가 원금 지급 의무를 진다는 점에서 주식이나 펀드보다 안정성이 높다. 동시에 운용 성과가 좋으면 예·적금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IMA 시장의 1호 사업자다. 통상 증권사들이 제시하는 IMA 기준수익률은 연 4% 안팎이다. 기준수익률은 확정적으로 지급하는 금리가 아니라 성과보수 산정 기준이다. 운용 성과가 기준수익률을 웃돌면 성과보수를 제외한 초과수익을 투자자에게 추가로 배분한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설정된 미래에셋증권의 1호 IMA는 현재 11%를 웃도는 운용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국내 AI 반도체 기업의 상환전환우선주(RCPS), 저전력 메모리 반도체 팹리스 기업의 메자닌 등 기업금융 자산에 투자한 성과다.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6호 IMA 모집을 마치고 7호 출시를 앞두고 있다. 지금까지 누적 판매 잔고는 2조 8000억 원을 넘어섰다. 현재 미래에셋증권 잔고는 3000억 원, NH투자증권(005940)은 5200억 원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IMA는 상품에 따라 2~3년 동안 자금이 묶일 수 있지만 은행 예·적금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이라며 "증권사들의 자본력이 커지고 IMA 사업자가 늘어나면서 은행과 증권사 간 자산관리 시장의 경계도 점차 흐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eo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