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칼럼] 단일 레버리지 사태, 정부가 말하지 않는 것들
거래액 급감했지만…'규제 타깃' 개인투자자 피해 불가피
'속전속결' 출시에도…당국 "관계법령에 따라 내놨을 뿐"
- 문창석 기자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정부가 지난달 31일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보완책을 시행한지 약 열흘이 지났다. 대책 시행 전날인 7월 30일 12조 4485억원에 이르렀던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16종의 합산 거래대금은 11일 기준 7470억 원으로 6% 수준까지 급감했다. 정부 대책이 즉각적인 효과를 본 것이다.
개인 투자자의 거래량이 크게 감소한 결과다. 규제 시행 전인 7월 1~30일 단일종목 레버리지 16종의 매수·매도 거래량을 분석하면 거래 주체 중 개인의 비중은 39%였는데, 규제 시행 후인 7월 31일부터 8월 3일까지는 27%로 크게 줄었다. 지난달 31일부터 시행된 '기본예탁금 3000만 원' 규제가 개인 투자자만 대상으로 적용됐기 때문이다. 기관·외국인 전문투자자는 해당되지 않는다.
거래 문턱을 높이자 개인의 거래량은 줄었지만, 그만큼 외국인·기관의 비중은 확대됐다. 외국인·기관에 대한 규제 없이 보완책의 시행 목적인 증시 변동성을 낮출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은 도입 초기부터 알고리즘 매매 등을 통해 단일종목 레버리지 초단타에 나섰고, 증시 변동성은 더욱 커졌다. 같은 일이 똑같이 반복될 수 있지만 정부의 누구도 말하지 않는다.
규제 시행 결과 전체 거래량은 확실히 줄었다. 극한의 변동성도 감소 추세다. 하지만 '현금 3000만 원' 장벽에 막혀 더 이상 평단을 낮추지 못해 손실 복구가 불가능한 개인들은 시장에서 강제 퇴장당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최근 씨티은행은 국내 개인투자자의 단일종목 레버리지를 포함한 레버리지 ETF의 누적 손실액을 56조 원으로 추산하기도 했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정부 보완책에 대해 "개인의 무덤 위에 지어진 견고한 성벽"이라고 말했다.
변동성 확대라는 불안요소가 있던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속전속결로 출시됐지만, 정부의 누구도 그렇다고 말하지 않는다. 금융위원회는 관계법령이 정한 절차에 따라 충실하게 진행됐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1월 13일 김용범 정책실장이 증권사 대표들과의 비공식 간담회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거론했고, 약 4개월 만인 5월 27일 출시됐다는 건 사실이다.
지금 그 결과가 '시작한지 두 달밖에 안 된 제도를 손봐야겠습니다'다. 금융당국이 늘 강조했던 투자자 보호와 시장 신뢰라는 원칙이 흔들렸지만, 보완책을 내놓으면서 당국의 누구도 '내 판단이 섣불렀다'는 사과를 말하지 않는다. 김 실장은 최근의 증시 변동성에 대해 "단일종목 레버리지가 아닌 개인 투자자들의 역동성 영향이 크다"고 밝혔다.
정관계에선 금융당국의 사과가 실종된 이유에 대해 단일종목 레버리지는 청와대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상품이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 실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나스닥에선 가능한데 왜 국내에선 못 하느냐"며 대대적으로 추진 사실을 밝힌 단일종목 레버리지의 실책을 인정한 순간, 정권의 책임으로 번질 수 있다. 전직 청와대 관계자가 기자에게 한 말을 그대로 옮겨본다.
"보통 청와대가 이런 제도를 톱다운 방식으로 만들 땐 소관 부처에 전화로 지시하고 알아서 만들게 한다.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다. 그런데 김 실장이 증권사 대표 간담회에서 이 제도의 운을 띄웠다는 사실이 나왔다. 보통은 이럴 때 부처에서 독박을 썼는데, 그런 게 있으니 청와대가 빠져나가기 힘들다. 이런 경우 만악의 근원은 청와대다. 하지만 금융위는 그렇다고 말하지 못한다. 그러면 금융위가 할 수 있는 일은 제도를 수정하면서 방어하는 것 뿐이다."
청와대도, 금융당국도, 누구든 실수할 수 있다. 정책의 효과가 예상과 다르게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출시 전부터 해외 레버리지 투자에 적극적인 한국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를 내놓는 건 '국가 공인 도박장을 만드는 것'이란 우려가 이미 컸다. 그럼에도 출시했다면 그에 따르는 비판과 책임도 감당했어야 했다. 판단이 잘못됐다면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이 모든 것을 바로잡을 수 있는 출발점이다.
them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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