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카 65번' 정상이야?…미국에 없는데 왜 한국만 [손엄지의 주식살롱]

프로그램 차익거래, 선물과 현물의 가격차를 이용해 수익 내
미국에서는 서킷브레이커와 개별 종목 제한 장치만 운용해

코스피 지수가 하루 만에 7000선을 반납한 2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종가가 나오고 있다. 2026.7.24 ⓒ 뉴스1 김성진 기자

(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올해 코스피 시장에서 사이드카는 41번, 코스닥은 24번 발동했습니다. 역대 최대로 많은 사이드카가 발동됐지만 시장의 변동성을 줄이지는 못하면서 실효성 논란이 나오고 있는데요. 사이드카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코스피 사이드카는 코스피200 선물가격이 기준가격보다 5% 이상 오르거나 내린 상태가 1분간 이어지면 한국거래소가 5분 동안 프로그램 매수 또는 프로그램 매도 호가의 효력을 정지하는 제도입니다.

코스닥 사이드카는 코스닥150 선물이 6% 이상 움직이고 현물지수도 3% 이상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조건이 함께 충족될 때 5분 동안 프로그램 매수·매도 호가의 효력을 정지합니다.

프로그램 매매를 정지하기 때문에 일반 개인투자자들은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같은 주식을 계속 사고팔 수 있습니다. 사이드카는 시장을 완전히 정지하지 않고 '프로그램 매매'의 속도만 잠시 늦추는 기능이거든요.

사이드카를 이해하려면 선물시장과 현물시장이 연결되는 방식을 알아야 합니다. 선물은 미래의 일정한 시점에 주식을 미리 정한 가격으로 사고팔기로 약속하는 상품입니다. 코스피200 선물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코스피200 종목으로 구성된 지수의 미래 가격을 거래하는 겁니다.

선물과 현물은 서로 다른 시장에서 거래되지만 가격이 완전히 따로 움직이지는 않습니다. 코스피 200 선물가격이 현물지수보다 지나치게 저렴해지면 투자자는 싼 선물을 사고 상대적으로 비싼 현물 주식을 팝니다. 반대로 선물가격이 비싸지면 선물을 팔고 현물 주식을 사겠죠.

이처럼 선물과 현물의 가격 차이를 이용해 수익을 내는 거래가 프로그램 차익거래입니다. 수십 개 또는 수백 개 종목을 동시에 거래해야 하기 때문에 사람이 일일이 주문하지 않고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합니다.

문제는 선물 가격이 갑자기 크게 움직일 때입니다.

외국인이나 기관투자자가 코스피200 선물을 대량 매도하면 선물가격이 현물보다 빠르게 떨어집니다. 그러면 프로그램은 선물과 현물의 가격 차이를 좁히기 위해 코스피200 구성 종목을 한꺼번에 매도합니다.

선물가격 하락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형주 매도로 이어지고 대형주 하락이 다시 코스피 지수를 끌어내리는 구조가 됩니다. 선물 급락, 프로그램 매도, 현물 하락, 추가 프로그램 매도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만들어지는 셈입니다.

사이드카는 바로 이 연결고리를 5분 동안 끊습니다. 투자자들에게 상황을 판단할 시간을 주고 자동으로 쏟아지는 주문이 시장의 움직임을 한 방향으로 과도하게 증폭하지 못하도록 하는 겁니다.

23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트레이더가 환하게 웃으며 일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사이드카의 시작은 1987년 미국의 '블랙먼데이' 입니다. 1987년 10월 19일 미국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하루 만에 22% 넘게 폭락했는데 당시 주가가 일정 수준 아래로 내려가면 주가지수선물을 팔도록 설계된 프로그램매매가 낙폭을 키운 원인으로 지목됐습니다.

미국에서 발생한 충격을 계기로 각국은 프로그램매매가 시장 급락을 증폭하는 것을 막을 장치를 고민했고, 한국은 1990년대 프로그램 매매를 일시 정지하는 사이드카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역설적으로 사이드카 탄생의 계기가 된 나라는 미국이지만 현재 미국은 사이드카를 폐지하고, 일정 기준 이하로 주가가 하락하면 시장 전체 거래를 중단하는 서킷브레이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개별 종목에는 '가격변동 제한장치'(LULD·Limit Up-Limit Down)를 적용합니다.

미국은 선물가격이 급변했다고 프로그램매매 주문을 따로 막기보다 시장 전체가 무너지면 서킷브레이커를 걸고, 특정 종목이 비정상적으로 움직이면 해당 종목의 거래를 제한하는 방식을 택한 겁니다.

그래서 한국에서도 사이드카 무용론이 나오고 있습니다. 20년 넘게 유지된 ±5~6%의 발동 기준이 현대의 알고리즘 매매와 높아진 변동성을 통제하기에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주가 하락이나 높은 변동성을 제어하지도 못한다는 의견도 있고요.

올해처럼 사이드카 발동이 반복되는데도 변동성이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다면 현재의 기준과 방식이 달라진 시장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는 고민해봐야 합니다. 다양한 나라의 시장조치를 살펴보고 시장 안전장치 전반을 다시 설계해야 할 시점일지도 모릅니다.

ⓒ 뉴스1 김지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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