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테마'로 뜬 기업 알고보니 '오너 일가' 지배…ESG '낙제점'에 급락세

한성기업 141.6%·에넥스 83.8% 상승했지만 '하한가'
내년 코스피 상장폐지 기준 시총 500억원 미만으로 강화

모나미 필기구. 2022.3.17 ⓒ 뉴스1 장수영 기자

(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최근 '애국테마'를 타고 주가가 급등했던 종목들이 정작 기업 지배구조 평가에서는 낙제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애국 이미지에 힘입어 단기간 주가가 급등했지만 기업의 본질적 가치와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내년부터 상장폐지 기준까지 강화되는 만큼 과도한 추격 매수는 주의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모나미(005360)는 210.8%, 한성기업(003680)은 141.6%, 에넥스(011090)는 83.8% 각각 상승했다. '애국주'에 투자해서 상장폐지를 막자는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열풍이 분 영향이다.

한성기업은 25년간 6·25 참전용사 음악회를 후원해 온 사실이 재조명되며 애국 기업으로 주목받았다. 모나미는 일본산 필기구를 대체하는 대표적인 국산 브랜드라는 점이 부각됐고, 에넥스는 아동보육시설과 복지기관에 학생용 가구와 침대 등을 꾸준히 기부해 온 사실이 알려지면서 '애국주'로 묶였다. 그러나 이런 단편적인 평가와 달리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평가에선 낙제점이었다.

(한국 ESG 기준원 화면 갈무리)
모나미·에넥스 ESG 최하위…지배구조도 '낙제'

한국ESG 기준원에 따르면 모나미는 지난해 ESG 종합등급 D를 받았다. 환경(E)과 지배구조(G)는 모두 최하위인 D등급이었다.

모나미의 지배구조 문제는 꾸준히 지적돼 왔다. 모나미는 오너 3세인 송재화 사장과 그의 모친이 지분 99.5%를 보유한 물류회사 티펙스와 내부거래를 이어오고 있다. 모나미는 지난해 티펙스와 47억 원 규모의 거래를 했다고 밝혔다.

모나미는 2023년 이후 3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티펙스는 꾸준히 흑자다. 잡코리아에 따르면 티펙스의 지난해 매출액은 58억 5000만 원, 영업이익은 3억 285만 원이다. 수익성은 업계 상위권으로 평가했다.

에넥스 역시 ESG 종합등급 D를 받았다. 사회(S)와 지배구조(G) 부문이 모두 최하위 등급이었다.

에넥스는 지난해 빌트인·시스템가구 입찰 과정에서 담합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58억 44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한성기업은 ESG 종합등급 B를 받아 두 기업보다는 높은 수준이었지만 지배구조 부문은 C등급에 그쳤다. 한성기업 역시 오너 일가가 지배하는 비상장사 극동수산과 지난해 192억 원 규모의 내부거래가 있었다. 그리고 한성기업의 최대주주는 극동수산이다.

애국테마만 믿고 투자 '주의'…상폐 기준 강화도 변수

전문가들은 애국 이미지와 기업의 투자 가치는 별개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기업의 실적이나 재무구조 등 본질적 가치와 무관하게 테마만으로 급등한 주가는 열기가 식으면 빠르게 제자리를 찾아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강화되는 상장폐지 기준도 부담이다. 내년부터 코스피 상장사는 시가총액이 30거래일 연속 500억 원 미만이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현재 300억 원에서 500억 원으로 강화되는 셈이다. 이후 일정 기간 회복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상장폐지 절차가 진행된다.

최근 급등세가 꺾이면서 일부 종목은 이미 기준선에 근접했다. 지난 20일 에넥스는 하한가를 기록하며 시가총액이 300억 원 아래로 내려갔다. 한성기업도 하한가를 맞으면서 시가총액이 632억 원까지 감소해 내년까지 주가를 유지하지 못하면 상폐 기준을 충족할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서는 상장폐지 기준 적용을 유예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지만 금융당국은 저유동·저시가총액 기업을 장기간 시장에 남겨둘 경우 투자자 보호와 시장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며 기존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eo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