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통 흔드는 꼬리' 레버리지 ETF…예탁금 높이고 신규 '차단' 목소리

1일 거래량 제한·상장 폐지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해외 투자자, 레버리지 ETF 때문에 코스피 정상적 운용 불가능"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2026.7.2 ⓒ 뉴스1 이호윤 기자

(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몸통을 흔드는 꼬리'로 떠오르면서 금융당국이 각종 규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최근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극심해 선의의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줄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신규 상품 출시를 사실상 중단하고, 예탁금을 상향하는 등 투자자 진입 문턱을 높이는 방향의 규제가 유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하루 거래량 제한이나 상장폐지까지 거론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오는 13일 주요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들을 소집해 간담회를 연다. 금융당국은 정례회의 일정이라는 입장이지만 최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시장 영향력이 급격히 커진 만큼 관련 대책이 집중적으로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상장된 이후 국내 증시의 변동성은 눈에 띄게 확대됐다. 한국형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상장 이전 평균 53 수준에서 최근 97.99까지 치솟으며 집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신한투자증권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16개가 동시 상장된 이후 하루 평균 10조 원 안팎의 거래가 발생하며 시장 변동성을 키웠다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현재의 쏠림 현상이 제도 설계 단계에서부터 예견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당국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기초자산을 사실상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로만 한정하면서 모든 자금이 두 종목으로 집중되는 구조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제도 논의 과정에서 중소형 운용사들은 현대차(005380)나 두산에너빌리티(034020) 등 다른 시가총액 상위 종목까지 허용해야 수급이 분산될 수 있다고 지속해서 의견을 냈다"며 "하지만 결국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만 허용하는 방향으로 결정되면서 지금과 같은 극단적인 쏠림이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상장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지만 현실성은 낮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상장폐지는 △코스피 내 평균 시가총액 비중이 100분의 5 미만 △코스피 내 평균 거래대금 비중이 1000분의 25 미만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특정 상품의 시장 영향력만을 이유로 상장폐지를 추진하려면 관련 제도 개정이 필요하다.

투자자별 하루 거래 한도를 제한하는 방안이 거론되지만 역시 실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평가다. 거래 제한은 시장 자율성과 형평성 문제를 동시에 건드리는 만큼 제도 도입 과정에서 적지 않은 논란이 예상돼서다.

현실적인 대안으로는 투자자 진입 기준을 강화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현재 1000만 원인 기본예탁금을 1500만 원 이상으로 높이거나 교육 이수 요건을 강화하는 방식이다. 시장 접근성을 일정 부분 제한해 과도한 단기 투기 수요를 완화하겠다는 취지다.

금융당국이 신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출시를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지금 같은 분위기에서 어느 운용사가 신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출시하려고 하겠느냐"며 "당분간 신규 상품을 준비하거나 기대하는 곳도 사실상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국내 증시의 변동성을 키우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까지 부추기고 있다고 우려한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이 투자자 보호와 시장 안정성을 고려한 보완 규제를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용구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해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한국 증시가 소수의 반도체·인공지능(AI) 대표 주에 지나치게 쏠리면서 시장의 폭과 깊이가 크게 약화했고,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촉발한 극단적인 주가·수급 변동성으로 정상적인 포트폴리오 운용이 어려운 시장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며 "당분간 한국 증시에 대한 비중 축소와 관망이 불가피하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eo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