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톱·쓰리톱' 구축하는 증권사들…전문성 높지만 관리 책임 '과제'

NH·코리아에셋·신영 잇따라 전환…IB·WM 등 권한·책임 분산
증권 사업 영역 세분화 영향…명확한 권한·책무 설계 관건

NH투자증권 사옥.

(서울=뉴스1) 서한샘 기자 = 국내 증권업계에서 각자대표 체제가 확산하고 있다. 과거 한 명의 대표가 회사를 총괄하는 단독 대표 체제가 일반적이었다면, 증권사의 사업 영역이 세분화하면서 부문별 전문성을 갖춘 대표가 권한·책임을 나눠 맡는 구조가 자리 잡는 모습이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전날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신재욱·배광수 각자대표를 공식 선임했다. 이에 따라 NH투자증권은 기존 단독 대표 체제에서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각자대표 체제는 2인 이상의 대표이사가 독립적으로 의사 결정권을 갖는 체제를 말한다. 통상 회사 규모가 커지거나 사업 영역이 넓어질 때 분야별 대표를 선임해 각 대표가 권한과 책임을 나눠 갖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최근 전환 사례는 크게 투자은행(IB)과 자산관리(WM) 등 핵심 사업 부문을 나눠 맡는 형태가 두드러진다. NH투자증권의 경우 신 대표는 IB와 운용·법인영업·관리 부문을 맡고, 배 대표는 WM과 디지털·채널·리서치 부문을 담당한다. 종합투자계좌(IMA) 사업 추진 등 회사의 성장 국면에 맞춰 사업 부문별 전문성과 책임경영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각자대표 체제에서 내부통제 및 리스크 관리 체계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코리아에셋투자증권도 같은 날 도태호·김홍관·추영재 3인 각자대표 체제를 도입했다. 2인 각자대표 체제가 일반적인 증권업계에서 3인 체제는 이례적인 사례로 꼽힌다.

도 대표는 경영지원·기업금융 부문을 총괄하고 김 대표는 채권·법인영업 부문을, 추 대표는 자산운용·금융벤처 부문 등을 맡는다.

신영증권 역시 지난달 금정호·김대일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금 대표는 IB 부문을, 김 대표는 WM 부문을 각각 담당한다.

대형 증권사에서는 이미 각자대표 체제를 통해 WM과 IB, 글로벌, 트레이딩 등 핵심 사업을 나눠 운영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KB증권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2017년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 통합 출범 당시 윤경은·전병조 각자대표 체제를 택했고, 현재도 이홍구·강진두 각자대표가 각각 WM과 IB 부문을 맡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역시 김미섭·허선호 각자대표 체제를 운영하고 있다. 김 대표는 글로벌·IB 부문을, 허 대표는 WM·리테일 부문을 담당하는 구조다.

메리츠증권과 교보증권, 유진투자증권, SK증권 등도 각자대표 체제를 운영해 온 증권사로 꼽힌다.

각자대표 체제가 확산하는 배경에는 증권업의 구조 변화가 있다. 과거 위탁매매 중심이던 증권사 수익 구조는 IB, WM, 세일즈앤트레이딩(S&T), 자기자본투자, 디지털 플랫폼, 퇴직연금 등으로 다변화했다.

IB는 딜 발굴과 투자 실행, 기업금융 네트워크가 중요하고 WM은 고객 기반 관리와 안정적인 수익률 관리, 채널 경쟁력이 핵심이다. S&T와 운용 부문은 시장 변동성과 리스크 관리 역량이 성과를 좌우한다.

사업별 수익 구조와 리스크 요인이 달라지면서 한 명의 대표가 전 부문을 총괄하기보다 각 분야 전문성을 갖춘 대표가 권한과 책임을 나눠 맡는 방식이 효율적이라는 판단이 커진 것이다. 동시에 한 명의 CEO에게 집중됐던 경영 권한을 분산하는 효과도 있다.

다만 권한 분산이 곧바로 책임경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대표 간 역할과 권한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을 경우 사업 부문 간 조율 부담이 커지고, 금융사고나 내부통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질 수 있다. 영업 부문과 관리·리스크 부문이 나뉘어 있을수록 사전 예방과 사후 대응 책임을 어디까지 배분할지도 쟁점이 될 수 있다.

결국 각자대표 체제의 성패는 대표 수 자체보다 권한과 책무를 얼마나 명확히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평가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부문별 전문성을 살리면서도 전사 전략, 자본 배분, 리스크 관리를 조율할 수 있는 내부 통제 체계가 함께 작동해야 각자대표 체제가 단순한 권한 분산을 넘어 책임경영 구조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고 말했다.

sae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