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 시대]⑥각자도생 대신 '협력모델'…NH투자증권 'STO비전그룹' 주도

다자 협력 모델, 농협은행·케이뱅크 등 12개사가 참여…"초기 리스크 분산"
시장 개화시 즉시 대응…단기 수익에 눈 멀지 않는 '현실적 전략'

편집자주 ...주식, 채권뿐 아니라 부동산, 미술품 같은 실물자산까지 토큰 형태로 거래하는 STO(토큰증권 발행)시장이 열리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국가 간, 기관 간, 개인 간 거래를 실시간으로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유럽에선 이미 거래가 시작됐고 미국도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글로벌 자본시장의 무한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우리나라도 이미 관련 법안들을 마련해 내년 2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국내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이 시장에서 강자로 우뚝 서기 위한 노력도 구체화하고 있다. 뉴스1은 자본시장에 혁신을 몰고 올 STO 시장의 개막을 앞두고 국내 주요 증권사들의 노력과 성과를 총 7회에 걸쳐 짚어본다.

서울 여의도 NH투자증권 모습. 2024.3.19 ⓒ 뉴스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내년 2월 토큰증권(STO) 제도 시행을 앞두고 각 증권사들이 속도전을 준비하고 있지만 NH투자증권은 시장의 성장과 보조를 맞추는 '협력 모델'에 집중하고 있다. 초기 시장인 만큼 단기적인 수익 챙기기에 얽매이지 않고 리스크를 분산하는 한편, 시장이 열리면 즉시 대응할 수 있도록 채비하겠다는 현실적 전략이라는 평가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토큰증권 기업간 협의체인 'STO 비전그룹'을 중심으로 STO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해당 협의체는 NH투자증권을 중심으로 한 다자 협력 모델로, 농협은행·케이뱅크 등 12개사가 참여하고 있다.

자체적으로 구축한 플랫폼 중심의 독립 사업이 아닌, 인프라 및 파트너 연계형 모델로 토큰증권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게 특징이다. 협의체에서 분산원장 시스템은 블록체인 기술사가, 기초자산에 대한 실물평가도 한국기업평가가 맡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전반적인 구조 설계 및 계좌관리를 중심으로 참여하고 있다.

시장 초기 리스크 부담 완화…"제도 정착 이후 역할 확대"

STO가 초기 시장인 만큼 막대한 초기 인프라 비용 및 인력 부담을 단독으로 지는 리스크를 덜기 위한 선택이다. 또 STO의 거래량이 각 사의 여러 자체 플랫폼으로 나뉠 경우 유동성 공급에 한계가 있을 수도 있다. 최근 일부 증권사들이 자체 STO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지만, NH투자증권은 다른 선택을 한 것이다.

이같은 다자간 협업을 통해 리스크를 덜면서 초기 시장을 구축하고, 시장이 커지는 속도에 맞춰 역할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NH투자증권은 유통 인프라 역시 최근 예비인가를 획득한 수익증권 중개플랫폼 'KDX컨소시엄'에 참여해 장외 유통 인프라 관점에서 실증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금융투자협회를 통해 토큰증권협의체에 증권사 관점의 실무 의견을 지속 제시하고 있다"며 "유통 인프라 연계 및 계좌관리기관 역할 등 참여형 모델을 우선 검토중이며, 제도 정착 이후 시장 상황에 따라 역할을 확대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미술품 일변도 아닌 정형증권 주목…"시장 효율성·확장성 개선"

토큰화 대상 자산의 경우 정형증권을 주목하고 있다. 초기 국내 STO 시장은 부동산·미술품 등 비정형자산을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됐다. 하지만 최근 금융시장에선 주식·국채 등 정형자산을 토큰화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만큼 이같은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STO 비전그룹'에는 펀블(부동산)·투게더아트(미술품)·트레져러(수집품) 등 비정형자산 관련 기업도 참여 중이다. NH투자증권 역시 그동안 투게더아트의 미술품 투자계약 증권 발행을 지원하며 신종증권 발행 경험을 축적했다. 이같은 비정형 자산의 토큰화도 의미가 있지만, NH투자증권은 기초자산 평가, 공시 부담, 유동성 확보 등의 제약 요소가 여전히 크다는 판단이다.

회사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정형증권의 토큰화 가능성에 더 주목하고 있다"며 "정형증권의 발행 및 유통 방식을 디지털·토큰 기반으로 확장하는 방향이 장기적으로 시장 효율성 및 확장성을 개선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수익 아닌 시장 안착이 우선…STO, 기존 사업과 연계

발행·기술·유통 등이 분산된 협의체 모델인 만큼, 일각에선 그에 따른 수수료 수익 역시 나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다만 NH투자증권은 수익모델이 중장기적으로는 △발행 구조화 및 자문 수수료 △유통 중개 수수료 △계좌관리 서비스 수익 등 기존 증권 비즈니스의 확장선에서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당장의 수익을 챙기는 게 아니라 시장에서 자리잡는 게 우선이란 얘기다.

이에 따라 STO를 기존 사업과 연계하겠다는 계획이다. NH투자증권은 토큰증권의 발행 구조가 전통적인 IB 발행 업무와 동일하다고 보고, 기존 IB의 발행 지원 및 자문 역량을 디지털 발행구조까지 확장하는 형태의 사업에 대한 기회를 검토하고 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제도 초기에는 시장 규모와 거래 빈도가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아 수익성보다는 시장 경험 축적 및 사업 포지셔닝 확보에 더 중점을 두고 있다"며 "특정 시점을 전제로 성장 시나리오를 가정하기보다는 '시장 개화시 즉시 대응할 수 있는 준비 상태를 유지한다'는 현실적인 접근"이라고 밝혔다.

themo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