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 홈플러스 '조건부' 1000억 대출…업계선 "사실상 지원 거부"
MBK에 보증서라 요구…충족 어려워 '면피성'이란 지적 나와
내달 3일 법원 가결 시한 앞두고 홈플 파산 '위기감'
- 박승희 기자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메리츠금융그룹이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에 대해 1000억 원 규모의 긴급운영자금 대출 지원을 의결했다. 하지만 메리츠 측이 대출이 실행되기 어려운 조건을 붙여 놓고 있어 사실상 홈플러스 회생에 도움이 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메리츠금융그룹에 따르면 메리츠는 이날 이사회를 개최하고 홈플러스 회생을 위한 DIP 금융 1000억 원을 제공하기로 하고 19일 오전까지 에스크로 계좌에 예치하기로 했다.
메리츠는 1000억 원 규모의 DIP 금융을 제공하되,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와 김병주 회장이 적법하고 유효한 보증을 제공해야 한다고 전제를 걸었다. 최근 홈플러스 추가 자금 집행에 대해 주주들이 집단소송을 예고하는 등 항의가 거세고 개정된 상법하에서 주주충실의무 등 법률적인 제약이 있는 만큼 MBK와 김병주 회장의 보증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부족한 운영자금 1000억 원에 대해서는 MBK 등이 책임있는 자금 지원 방안을 제시할 것을 촉구했다. 메리츠는 "MBK가 홈플러스 대주주이자 경영 책임자로서 무한책임을 다해 1000억 원을 추가 지원하고 홈플러스를 살리기 위한 실제 지원에 하루빨리 동참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메리츠가 내세운 선행 조건이 사실상 충족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구조조정업계 관계자는 "MBK 파트너스는 홈플러스의 직접적인 투자자라기보다 투자 자금을 운용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운용사"라며 "이미 홈플러스 투자에 참여한 국내외 기관투자자(LP) 상당수가 투자금 손실을 반영한 상황에서 운용사 차원의 추가 보증과 자금 조달 요구는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MBK는 투자자들의 자금을 모아 운용하는데, 이 때문에 일반 기업 대주주처럼 운용사 자체가 곧바로 대규모 보증을 서거나 추가 자금을 투입하기에는 제약이 크다는 설명이다. MBK 측은 회생절차 개시 이후 22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해 홈플러스 운영을 지원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쟁점은 추가 운영자금 조달 가능성이다. 메리츠는 1000억 원 DIP 금융과 별도로, 홈플러스가 회생절차 수행에 필요한 추가 운영자금과 회생자금을 자본시장에서 조달할 수 있도록 부동산 신탁재산에 대한 후순위 담보권 설정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기업회생절차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기존 선순위 및 후순위 권리를 보유한 대주단이 추가 후순위 담보권 설정에 동의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것이 금융권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미 홈플러스 자산에는 기존 채권자들의 권리가 얽혀 있는 만큼, 새로 돈을 빌리기 위해 또 다른 담보권을 설정하려면 기존 대주단의 이해관계 조정이 필요하다. 회생절차 중인 기업이 이 같은 동의를 단기간에 받아내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시장 일각에서는 메리츠가 형식적으로는 지원 의사를 밝히면서도 실제로는 집행이 어려운 '면피성' 조건을 내건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IB업계 관계자는 "향후 자금 지원이 무산될 경우 '지원 의사는 있었지만, 조건이 충족되지 못했다'는 설명이 가능하도록 한 구조라는 시각도 있다"며 "회생기업 지원이라는 취지보다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는 데 무게가 실린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고 말했다.
반면 금융권 일각에서는 대규모 신규 자금을 투입하는 채권자 입장에서 추가 보증과 자금 확약을 요구하는 것은 통상적인 위험관리 차원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메리츠 측은 신규 자금 투입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기존 채권 보호 원칙을 유지하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메리츠의 이 같은 결정은 홈플러스 회생절차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법원이 제시한 회생계획안 가결 시한이 내달 3일이라 그전까지 DIP 조달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
유통 업계 관계자는 "2000억 원 운영자금 확보가 안 될 경우, 홈플러스는 정상화에 실패하게 된다"며 "회생 법원에서 회생 절차를 중단하는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고 설명했다.
seungh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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