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로픽 샀는데 주주가 아니다?"…AI 비상장 투자 '0원 공포'

뉴욕증시 상장 앤트로픽 관련주 '디스티니 테크100' 25% 폭락
플랫폼 통해 비상장 주식 투자한다면 '정식지분 여부' 확인해야

앤트로픽 로고. 2026.04.17 ⓒ 뉴스1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최근 인공지능(AI) 비상장주 투자 열풍 속에서 미국 AI 기업 앤트로픽(Anthropic)의 '장외 지분 거래 무효' 선언이 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 겉으로는 '앤트로픽 비상장 투자'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법적으로 주주 권리를 인정받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앤트로픽은 최근 이사회 승인 없이 이뤄진 모든 장외 지분 거래를 무효로 간주하고, 자사 지분을 무단 유통한 글로벌 장외 플랫폼 8곳을 공개적으로 저격했다.

그동안 개인 투자자들은 특수목적법인(SPV)이나 선도계약 방식으로 앤트로픽 지분에 간접 투자해 왔다. SPV는 플랫폼이 먼저 앤트로픽 지분을 확보한 뒤 이를 잘게 쪼개 개인들에게 판매하는 구조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사실상 '앤트로픽 투자'처럼 보이지만, 실제 법적 주주는 SPV다.

문제는 앤트로픽이 이런 우회 거래 자체를 정관 위반으로 판단했다는 점이다. 회사가 SPV의 주주 자격을 인정하지 않으면, 그 아래 투자한 개인들의 권리도 함께 사라질 수 있다. 결국 투자자는 돈을 냈더라도 실제 주식을 보유하지 못한 상태가 되는 셈이다. 보유 가치 역시 0원이 된다.

여파는 즉각 시장으로 번졌다. 스페이스X, 오픈AI, 앤트로픽 등의 장외 지분을 대신 사서 담아 서학개미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던 뉴욕증시 상장 폐쇄형 펀드 '디스티니 테크100'(DXYZ)은 앤트로픽 비중이 18.1%에 달한다는 이유로 하루 만에 주가가 25% 이상 폭락했다. 앤트로픽 주식을 직접 쥐고 있지 않던 서학개미 계좌도 함께 녹아내렸다.

이번 사태는 한국 투자자들에게도 시사점을 준다. 국내 비상장 기업들도 대부분 정관에 '주식 양도 시 이사회 승인 필요' 조항을 두고 있다. 국내 장외시장 최대어인 '토스'(비바리퍼블리카)나 '야놀자' 등도 정관에 이 같은 조항을 두고 있다. 만약 플랫폼을 통해 간접적으로 비상장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면 투자 대상이 실제 발행사의 승인을 받은 정식 지분인지 확인해야 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만약 기업이 나중에 '해당 거래는 승인된 적 없다'고 판단하면 투자자는 법적으로 주주 권리를 주장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며 "판매 주체가 자본력이 부족한 SPV일 경우 원금 회수조차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과열된 시장에서 기업 가치 왜곡을 방지하기 위해 비상장 AI 기업들이 장외 주식 거래를 더 철저하게 관리하는 추세"라며 "비상장 투자는 높은 수익 기대만큼 법적 위험도 크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eo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