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에만 4.7조 머니무브…'몸집 커진' 증권업계 유동성 시험대

10대 증권사 자본 규모 시중은행 절반 수준으로 성장
발행어음·IMA 만기불일치 뇌관…유동성 리스크 확대

여의도 증권가 2024.1.24/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한유주 기자 = 코스피가 다시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며 증권업계로의 '머니무브'에 속도가 붙고 있다. 특히 IMA(종합투자계좌)와 발행어음 시장 확대로 체급이 커진 만큼 업계의 유동성 관리 능력을 우려하는 목소리 또한 제기되고 있다.

IMA·발행어음으로 체급 불린 증권업계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발행어음 규모는 지난 연말 51조 3000억 원에서 올해 3월 말 54조 4000억 원으로 1분기 만에 3조 1000억 원이 증가했다.

지난해 출시된 IMA도 지난 연말 1조 2000억 원에서 올해 3월 2조 8000억 원으로 1분기 사이 두배 넘게 급증했다. 합산 조달 규모는 1분기 기준 57조 2000억 원에 달한다.

지난해부터 증시가 호황을 거듭하며 증권업계로 계속 자금이 몰려든 영향이다. 상품에 따라 연 3~4%의 수익률을 제공해 은행권 예금에 비해 상대적으로 금리 경쟁력이 높은 점도 투자자들을 끌어당겼다. 그만큼 커진 자본과 조달 자금을 모험자본에 투자해 부동산에 치우친 가계 자산을 '생산적 금융'으로 전환하자는 시대정신도 반영됐다.

10년 전 시중은행 7곳의 34% 정도였던 10대 증권사의 자본 규모는 이제 절반 수준으로 성장했다.

체급 커졌지만 기업금융 시장 흡수여력 물음표

다만 체급이 커진 만큼 증권업계를 향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금감원은 최근 7개 종투사의 발행어음·IMA 담당 임원들을 모아 내부통제 강화를 당부했다.

업권이 굴리는 자금 규모는 커졌지만 이를 흡수할 기업금융 시장이 충분히 성장했는지는 의문이 제기된다.

발행어음 사업자는 조달 금액의 절반 이상을, IMA는 70% 이상을 기업금융에 투자해야 한다. 또 2028년까지 전체 운용자산 중 발행어음·IMA 조달액 25%를 모험자본에 공급해야 한다. 예대마진이나 부동산 투자로 수익을 보는 것이 아니라, 성장력이 있는 기업에 투자하도록 유도해 금융업계의 질을 높이려는 취지다.

하지만 중소·중견 기업들이 은행권 정책 대출을 주로 이용했던 기조를 단번에 바꾸긴 어렵고, 모험자본 투자의 경우 자금 회수에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어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때문에 증권사들의 딜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고 비우량 자산이 유입될 가능성도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판이 좁으니 유행성 자산에 투자사업이 쏠릴 수 있다는 점도 리스크로 지목된다. 부동산PF가 대표적이다. 부동산 호황기 때 증권업계의 부동산PF 사업이 유행처럼 번지다 업황이 기울자 부실 여파가 금융시스템 전반으로 전이될 수 있는 리스크를 남겼다. 이후 관련 규제들이 제정되자 최근에는 해외 사모신용 비중이 늘면서 뇌관으로 지목되고 있다.

"'뱅크런'에 취약한 구조…은행 수준으로 리스크 관리해야"

자산과 부채의 만기 불일치 문제도 꾸준히 지적되고 있다. 발행어음은 보통 만기 1년 이하의 단기 상품으로,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이중 1일 이하의 초단기물이 46%에 달한다. 언제든 투자자들이 인출할 수 있는 상품이 절반에 달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렇게 조달한 자금을 투자한 기업금융 자산은 회수까지 수년이 걸리는 경우가 많다.

예금자보호법으로 보호되는 은행 예금과 달리 발행어음과 IMA는 증권사들이 직접 원금 보장 의무를 지기 때문에, 금리 경쟁력이 떨어지거나 금융시장 불안으로 '뱅크런'이 발생한다면 이런 만기 불일치 문제는 유동성 리스크를 촉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IMA는 만기가 2~3년으로 상대적으로 길지만 같은 위험에 노출돼 있다.

이런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증권업계가 은행의 리스크 관리기법을 차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예일 한신평 연구원은 "만기보유 사업은 결국 리스크 분산이 중요하다"며 "증권사 역시 발행어음·IMA 등 만기보유 사업 비중이 높아진다면 만기보유형 사업을 영위하며 한도와 리스크 관리 기준을 엄격히 작용하는 은행의 리스크 관리 기법을 벤치마킹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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