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증권사 CEO 징계 남발하다 '줄패소'…NH·KB증권 대표 '명예회복'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法 "CEO 중징계는 부당"
"금융당국 제재가 다소 정치적이었다는 방증"

민주노총,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에서 '사모펀드 부실 및 금융소비자 피해 방치한 금융지주회사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3.26 ⓒ 뉴스1 성동훈 기자

(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라임·옵티머스 등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를 불러온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금융당국이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에게 내린 중징계 처분이 법원에서 잇따라 뒤집히고 있다. 법원은 금융사가 기본적인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하고 있었다면, 개별적인 운영 미흡만으로 경영진에게 무거운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7일 법조계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정영채 전 NH투자증권(005940) 대표가 대법원에서 승소를 확정 지은 데 이어 박정림·윤경은 전 KB증권 대표 역시 금융당국을 상대로 한 행정소송에서 승소 소식을 전했다.

정영채 전 대표, 대법원서 '문책경고' 취소 확정

정 전 대표는 지난 3일 대법원에서 문책경고 처분 취소 판결을 최종 확정받았다. 2019년 옵티머스 사태 발발 이후 약 7년 만에 사법적 책임론에서 벗어나게 된 것이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2023년 11월 정 전 대표에게 옵티머스 펀드 판매 관련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문책경고 중징계를 확정했다.

금융회사 임원 제재는 5단계(주의·주의적 경고·문책 경고·직무 정지·해임 권고)로 나뉘는데, 문책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받으면 연임이 불가하고 3~5년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된다.

정 전 대표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고, 1·2심에 이어 대법원까지 "징계가 부당하다"는 원고 승소 판결을 유지했다.

박정림·윤경은 전 KB증권 대표도 잇따라 승소

라임 사태와 관련해 직무정지 처분을 받은 박 전 대표 역시 현재까지 진행된 재판에서 모두 이겼다. 서울고법 행정3부(부장판사 윤강열)는 지난해 11월 열린 2심에서도 "징계 처분을 취소하라"며 1심과 같은 판결을 내렸다. 이 사건은 현재 금융위의 상고로 대법원 판단을 앞두고 있다.

윤 전 대표 역시 지난 1월 금융위를 상대로 제기한 징계통보처분 취소 소송에서 승소했다. 재판부는 이미 KB증권이 금융투자상품 출시·판매 관련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해 뒀다는 점에서 윤 전 대표의 손을 들어줬다.

사모펀드 사태 당시 판매사 CEO에게 내려진 징계가 법원에서 줄줄이 무효화되면서, 증권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의 제재가 지나치게 결과론적이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당시에도 내부통제 기준의 '유무'가 아닌 '실효성'이라는 잣대로 CEO에 중징계를 내린 것이 과하다는 분위기가 있었다"며 "금융당국의 제재가 다소 정치적이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eo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