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황제주의 몰락 '삼천당제약 할머니'들이 위험하다

ⓒ 뉴스1 윤주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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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한유주 기자 = 연초 주식 커뮤니티에서 '삼천당제약 할머니' 사연이 화제가 됐다. 한 어르신이 손 글씨로 'KODEX150 레버리지, KODEX레버리지, KODEX200, 코스닥ETF 레버리지, 삼천당제약'이라 적힌 쪽지 한장과 현금다발을 들고 증권사 창구를 찾았다던 이야기다. 뒤엉킨 종목명을 쥐고 찾아온 고령 투자자의 사연에, 커뮤니티에선 "삼천당 제약 고점 왔다"는 비아냥이 떠돌아다녔다.

그로부터 삼천당제약은 3월 한 달에만 50% 가까이 급등했다. 연초부터는 340%나 폭등했다. 개발 중인 먹는 비만약이 업계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란 기대가 투심을 달궜다. 주가가 100만원을 넘어서고, 시총 1위까지 올라서니 "이 정도면 믿고 투자해도 되겠다"며 들어온 초보 개미 역시 상당했을 것이다. 커뮤니티에선 이제 '삼천당 할머니'의 예상 수익률이 떠돌기 시작했다.

하지만 삼천당제약은 역대 최고가를 찍은 이튿날 하한가를 찍고 고꾸라졌다. 이후 약세를 지속해 3거래일 만에 주가가 반토막이 났다. 한 블로거는 주가 조작을 의심했고, 소송전으로까지 번질 기미다.

소위 '고수들의 플레이그라운드'라는 코스닥 판에서 누군가는 큰돈을 벌었겠지만, 누군가는 피해를 봤을 것이다. 일주일도 안 돼 주가가 반토막이 나며 제2의, 제3의 '삼천당 할머니'들은 피해자가 됐을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코스닥 시장의 대대적 물갈이를 예고한 이후로 코스닥 러시가 시작됐다. 코스피 급등기의 과실을 못 본 개미들은 이번엔 지각비를 내지 않겠다며 코스닥에 뛰어들었다. 정부가 힘을 실어준 뒤로 '오천피'가 됐으니 '삼천스닥'도 문제없다는 희망이 반영됐을 것이다.

하지만 삼천당제약 이전에도 코스닥 시장에는 여러 차례 황제주의 몰락이 있었다. 핸디소프트, 리타워텍, 신안화섬 등 한 때 주가가 100만원을 웃돌았던 종목들이 상장폐지로 끝을 맺었다. '이차전지 열풍'의 주역이었던 에코프로도 5대1 액면분할 전으로 단순 계산해봐도 71만원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 동전주들은 말할 것도 없다.

하루에도 수십, 수백개의 보고서를 내는 증권가에서도 코스닥 종목은 쉽게 분석을 내놓지 않는다. 자본을 바탕으로 얼마나 돈을 벌어들일지 펀더멘털을 파악하기 쉽지 않아서다. 코스닥 종목 다수는 미래 가치를 기대하고 투자하는 성장주다. 잘하면 '대박'이지만 회복이 어려운 '쪽박'을 차기 십상이다.

기대감 하나로 주가가 급격히 부풀려지기도 쉽다. 삼천당제약의 경우 작년에야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비만약의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란 기대감 하나로 급등했다. 그사이 PBR은 90배까지 올랐다.

이런 현실을 잘 모르는 초보 개미들에게 '정책모멘텀'이란 수사는 위험하다. 코스닥 시장에 대대적인 물갈이가 시작됐지만 아직은 과도기에 불과하다. 정보 접근성이 떨어지니 유튜브에 떠도는 근거 없는 소문에 휘둘리기도 쉽다.

코스피도 결국엔 반도체 펀더멘털이 바탕이 됐기에 정책도 유동성도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다. 정부가 아무리 밀어주고 판을 정리한다 해도 개별 기업의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지속 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다. '삼천당제약 할머니'의 행운은 쉽게 찾아오지 않는다.

wh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