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한 달새 30조 '셀 코리아'…중동 쇼크·터보퀀트 리스크
30조 3826억원 순매도 '사상 최대'…7일 연속 최장 기록
'터보퀀트' 메모리 수요 감소 우려까지…"차익실현 유인 줄어"
- 박주평 기자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중동 전쟁에 따른 지정학적 불확실성 확대로 외국인이 이달 들어 코스피 시장에서 30조 원 이상을 순매도했다. 고환율·고유가로 인한 위험자산 회피 심리에 더해 구글이 개발한 '터보퀀트' 등 메모리 반도체 불안감으로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 중심의 대규모 매도가 발생했다.
미국의 이란 공격 상황과 다음 달 초 예고된 삼성전자의 1분기 잠정실적 발표가 외국인 귀환을 결정지을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29일 한국거래소에따르면 외국인은 이달 3일부터 27일까지 총 30조 3826억 원을 순매도했다. 이는 지난달 기록한 월간 순매도액(21조730억원)을 넘어선 사상 최대 기록이다.
외국인은 지난 19일부터 27일까지 7거래일 연속 순매도했는데, 이 역시 사상 최장 연속 순매도 기록이다.
이는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한 달간 지속되면서 국제유가와 달러·원 환율이 급등하고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고조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전쟁 개시 전 마지막 거래일(2월27일) 1439.7원 이었던 달러·원 환율은 지난 16일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주간거래 장중 1500원을 돌파했고 1500원을 넘나들다가 지난 27일 1508.9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국내 증시가 아시아 다른 지역 증시와 비교해 가파르게 올랐고, 유동성과 환금성도 좋은 만큼 외국인이 빠르게 현금화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올해 1,2월 세계 주요 증시 중 코스피는 48.17% 상승률로 1위에 올랐고, 코스닥(28.88%)이 2위를 차지했다. 3위 대만(22.27%), 일본(16.91%), 중국 선전종합(9.19%) 등과 비교해서 압도적이다.
반도체 쇼크도 외국인의 매도세에 일조했다. 인공지능(AI) 인프라 확대 지속성에 대한 의구심이 해소되지 않는 상황에서 3월 한 달간 외국인의 삼성전자 순매도 금액은 전체의 절반에 달하는 15조 5588억 원에 달했다. SK하이닉스 순매도 금액도 6조 3193억 원이다.
특히 지난 26일(현지시간) 구글이 개발한 '터보퀀트'가 큰 충격을 안겼다. 터보퀀트는 대규모언어모델(LLM)의 임시 기억장치인 'KV 캐시'를 3비트 수준으로 압축해 메모리 사용량을 6배가량 줄이는 기술이다. 단순하게는 터보퀀트 기술이 상용화되면 메모리 수요가 현재의 6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외국인은 지난 26~27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각각 3조 8250억 원, 1조 9282억 원 순매도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런 우려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초 딥시크가 20분의 1의 비용으로 AI 모델을 학습시켰다는 소식에 시장이 공포에 빠졌던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며 "이후 AI 시장 성장세가 가속된 걸 떠올려 보면 '제번스의 역설'(기술 발전으로 어떤 자원의 사용 효율이 높아졌을 때 오히려 그 자원의 총사용량이 늘어나는 현상)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향후 외국인의 매수세 반등을 위한 선결 조건은 중동의 지정학적 불확실성 해소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달 6일까지 이란의 에너지 발전소 공격을 유예한다고 밝힌 상황이다. 그러나 양국은 파키스탄, 튀르키예 등 중재국을 통해 간접적을 소통하고 있으며 종전안에 대한 간극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또 4월 둘째 주로 예상되는 삼성전자 1분기 잠정실적 발표를 통해 강력한 실적이 입증되면 반도체 불안감도 일정 부분 해소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올해 들어 외국인의 순매도 금액이 50조 원에 육박하지만, 코스피 시가총액이 4000조 원대로 늘어났기에 과거보다 1주당 매도금액의 절대적 차이가 발생한다"며 "3월 현재 코스피 시총에서 외국인 순매수 금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1.1%로 08년 금융위기(-6.0%)를 제외하면 역대 최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현재의 사태가 금융위기급으로 추가 격상되지 않는 이상 이미 외국인은 상당 부분 국내 증시를 내다 판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며 "외국인들은 국내 증시에 대한 기계적인 비중 조절, 차익실현의 유인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jup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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