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전쟁과 증시' 개미가 살아남는 법

최경환 증권부 부국장
최경환 증권부 부국장

(서울=뉴스1) 최경환 증권부 부국장 = 국제금융 가문, 로스차일드가(家)는 1815년 워털루 전투의 결과를 미리 알고 국채를 매매해 영국 금융의 주도권을 쥔 일화로 유명하다. 나폴레옹의 프랑스군과 웰링턴의 영국·프로이센 연합군은 벨기에 워털루평원에서 최후의 전투를 벌였다. 프랑스군 7만2000명, 영국군 6만8000명. 승패는 예측하기 어려웠다. 나폴레옹이 러시아 원정에서 패배한 후 쇠락기에 접어든 상태지만 이번 전투는 영국 무적해군이 활약할 수 없는 육상전이었다.

프랑스와 영국 모두 전비 마련을 위해 엄청난 양의 국채를 발행했다. 런던증권거래소는 이번 전투의 결과에 촉각을 세웠다. 어느 한쪽의 국채는 휴지조각이 될 운명이었기 때문이다.

전투는 6월 18일 일요일 오전 11시 30분 시작됐다. 전날 비가 많이 내려 나폴레옹은 땅이 마를 때까지 개전 시간을 4시간 늦췄다고 전해진다. 치열한 전투는 밤 8시까지 이어졌다. 나폴레옹 군의 정예 기마부대와 황제 근위대까지 투입한 최후 일격을 영국군 보병이 막아내면서 나폴레옹은 패배했다.

19세기 초 벨기에에서 런던까지 인편으로 소식을 전하려면 사흘이 걸렸다. 증권시장은 전투 결과를 기다리며 숨죽이고 있었다. 로스차일드가 5형제 중 영국을 담당하던 3남 네이선 로스차일드가 영국의 승리 소식을 접한 건 19일 월요일 밤이었다. 영국군 전령이 도착하기 30시간 전이다. 로스차일드는 다음날인 20일 자신이 보유한 영국 국채를 모두 내다 팔았다. 시장은 패닉에 빠졌다. 영국 국채는 하루 만에 95% 폭락했다.

로스차일드는 이때를 이용해 헐값에 조용히 채권을 매집했다. 다음날 나폴레옹이 패배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국채는 하루 새 20배 폭등했다. 이때 로스차일드가 확보한 영국 국채는 전체의 62%에 달한다고 전해진다. 시장에선 "로스차일드가 영국을 샀다"는 말이 나왔다.

이 일화는 세세한 부분에선 과장과 왜곡이 있다는 지적이 있다. 그러나 전황의 정보에 따라 증권시장이 폭락과 폭등을 겪었다는 사실, 로스차일드가 유럽 금융계의 지배적 지위를 확고히 했으며 많은 영국 자산가가 파산했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지난 2월 28일 토요일 이란을 전격 공습했다. 전쟁의 과정과 결과를 전 세계 자본시장이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다. 워털루 전투의 결과는 증권시장에 사흘 후 전해졌지만 중동에서 벌어지는 전투는 거의 실시간으로 확인된다.

로스차일드처럼 전황을 조금이라도 빨리 알아내기 위해 뉴스에 눈을 떼지 못하는 투자자들이 많을 것이다. 전쟁이 주는 공포가 주식시장을 뒤흔드는 건 지금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개전 당시 우리 주식시장은 3·1절 연휴로 사흘 동안 휴장이었다. 3월 3일 화요일 개장 후 코스피 -7.24%, 4일 수요일엔 -12.6% 더 빠졌다. 다음날인 5일엔 9.63% 급등했다. 국가부도 위기에 IMF 구제금융을 받았을 때도, 리먼사태로 세계금융 시장이 침몰했을 때도 없던 일이다.

이런 큰 변동성 속에 누군가는 큰 이익을 얻었고 또 누군가는 큰 손실을 보았을 것이다. 손실은 다시 회복하면 될 일이지만 문제는 지난해 하반기와 올해 초 주식시장에 새로 진입한 '주린이들'이 축적했을 경험이다. 타이밍만 잘 맞추면 큰 돈을 벌 수 있는 상황이었다. "공포에 사고 환희에 팔아라"는 증시 격언을 되새기며 때를 기다리는 '개미'들도 많을 것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몇 달 동안 증시에 들어온 대규모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 성격에 대해 우려한다. 이들이 단기 투자에 집중할 경우 우리 증시의 변동성을 키우고 개인적으로도 큰 손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자본시장 안정과 정상화를 위한 간담회'에서 삼성자산운용 김우석 대표는 "주가가 너무 빠른 로켓 상승이었고 예전엔 감히 상상 못 할 일이 벌어져 많은 개미 투자자들이 고민이 많을 텐데 축적시간의 힘과 복리의 힘을 이용하라"며 "10년간 대한민국 경제를 믿고 투자를 해보면 훨씬 담담하게 의연하게 변동성에 대처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조언했다.

사석에서 만난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개인 투자자들의 단기 매매가 얼마나 위험한지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증권사 트레이더가 독립하겠다며 사모 투자사를 설립한 경우 10년간 버티는 사람은 100중 10명 안팎"이라며 "개인 투자자는 단기 매매에 빠지면 인생 말년에 자산이 다 녹아내려 빈손이 되기 쉽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장기 투자와 ETF(상장지수펀드) 같은 간접투자를 권했다. 그런데 최근엔 ETF로 단타 매매를 하는 개인투자자들이 많다고 한다. 투자의 기본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증시에 뛰어든 경우다. 이 운용사 대표가 전해준 투자 격언은 이런 의미에서 새겨볼 만하다.

"투자는 타이밍(Timing)이 아니라 셀렉팅(Selecting)이다"

NKHCHO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