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서학개미 47조원 순매수…기아 시총만큼 사들였다

[2025 증시 결산] 순매수 증가율은 둔화…209% 증가
테슬라 순매수 1위→17위로 추락…'원픽'은 알파벳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문혜원 기자 = 올해도 투자자들은 앞다퉈 미국 증시에 올라탔다. 서학개미(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기아(000270) 덩치만큼 미국 주식을 폭풍매수했다. 테슬라는 알파벳에 순매수 1위 자리를 내줬다.

31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SEIBRO)에 따르면 서학개미는 올해 들어(결제일 기준) 미국 주식을 326억 869만 달러(약 47조 869억 원) 사들였다. 국내 증시 시가총액 12위인 기아의 시가총액(47조 5523억 원)과 맞먹는 수준이다.

다만 증가율 기준으로 보면 둔화하는 흐름을 보였다. 올해 순매수 규모는 전년(105억 4500만 달러) 대비 209% 증가했으나 지난해 증가율(2023년 대비 273% 증가)에는 미치지 못했다.

"테슬라보다 알파벳"…가상자산 종목도 매집

서학개미의 투자 구도는 재편됐다. 한때 테슬라에 집중됐던 매수세는 올해 알파벳으로 이동했다.

지난해 압도적 1위를 기록한 테슬라는 올해 5억 4535만 달러(약 7872억 원) 순매수를 기록하며 17위로 밀려났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이 1위 자리를 메꿨다. 서학개미들은 올 한 해 알파벳을 20억 4245만 달러(약 2조 9473억 원) 쓸어 담았다.

지난 11월 구글이 내놓은 거대언어모델(LLM) '제미나이 3.0'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제미나이 3.0의 성능이 챗GPT보다 뛰어나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매수세가 쏠렸다.

순매수 2위 종목은 '뱅가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상장지수펀드(ETF)'다. 서학개미는 13억 6636만 달러(약 1조 9717억 원)를 사들였다.

가상자산 관련 종목에 대한 매수세도 두드러졌다. 이더리움 최대 보유 기업 '비트마인'과 비트코인 채굴 업체 '아이리스 에너지'가 각각 순매수 3위, 6위에 이름을 올렸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써클도 9억 8848만 달러(약 1조 4269억 원) 순매수를 기록하며 상위 9위를 차지했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 로이터=뉴스1 ⓒ News1 신기림 기자
보관액 1600억 달러 돌파…서학개미 대표주는 여전히 테슬라

미국 주식 보관금액도 급증했다. 보관금액이란 국내 거주자가 외화증권을 매수해 한국예탁결제원에 보관하고 있는 규모로, 국내 투자자가 보유한 주식 가치를 보여준다.

올해 말 기준 보관금액은 1644억 5746만 달러(약 237조 4766억 원)로, 전년 말 대비 523억 5565만 달러(약 75조 6016억 원) 증가했다.

테슬라 매수세는 둔화됐지만 서학개미가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종목은 여전히 테슬라였다.

이달 29일 기준 테슬라 보관금액은 284억 3670만 달러(약 41조 626억 원)로 집계됐다. 이어 △엔비디아 △팔란티어 △알파벳 △애플 등 대형 기술주가 보관금액 상위권을 차지했다.

"미국 대비 수익 좋은 한국주식…서학개미 유턴 가능성도"

올해는 미국 증시 호황과 함께 '강달러' 효과까지 더해진 해였다. 물론 서학개미의 공격적인 투자가 이어지면서 달러·원 환율이 출렁이기도 했다.

환율은 올해 내내 1300원 후반대에서 1400원 중후반대 사이를 오가며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특히 4분기 상승 폭이 두드러지면서 이달 23일에는 종가 기준 1483.6원까지 치솟았다.

다만 내년에는 코스피 상승세를 바탕으로 서학개미가 국내로 복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한국 증시가 미국 대비 큰 폭의 초과 수익을 기록한 데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장기 박스권에 머물렀던 한국 증시를 떠나 미국으로 향했던 '국장 탈출은 지능순'이었던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환율 하락 국면에서는 비달러 자산으로서 한국 주식의 상대적 매력이 부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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