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코스피 살린 '조방원'…하반기 상승장 판 키운 '반도체 투톱'

2239까지 떨어진 코스피, 조선·방산·원전과 함께 반등
시들해진 조방원, 반도체 바통…삼전·하이닉스 신고가

2025년 국내 증시 폐장일인 3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 전광판에 증시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6.39포인트(0.15%) 하락한 4,214.17, 코스닥은 7.12포인트(0.76%) 하락한 925.47으로 장을 마쳤다. 2025.12.30/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코스피가 전 세계 증시 가운데 가장 눈부신 성적표를 받아들며 한 해를 화려하게 마무리했다. 상반기에는 조선·방산·원전업종이, 하반기에는 반도체가 바통을 이어받으며 코스피의 빛나는 상승장을 완성했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올해 75.67% 상승, 4214.17포인트로 한 해를 마무리했다. 상승률은 주요국 증시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시가총액 역시 전년 말 대비 77.1% 증가한 3478조 원으로, 사상 최초로 3000조 원을 돌파했다.

美 협력에 고개 든 조선…지정학 긴장·AI 수요에 방산·원전↑

한국 증시가 연초부터 순항한 것은 아니었다. 2024년 12월 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이 이어지며 투자 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자 코스피는 2500선 언저리에서 출렁였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전쟁까지 겹치며 지난 4월 9일 코스피는 2293.70포인트까지 밀려 연중 최저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후 시장은 반등 국면에 접어들었다. 흐름을 뒤집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섹터는 조선과 방산, 원전이었다.

국내 조선주는 글로벌 친환경 선박 교체 수요가 본격화되면서 LNG 운반선 중심의 수주 전략이 효과를 내기 시작했고, 실적 개선 국면에 진입했다. 여기에 미국의 대중(對中) 해사산업 제재가 강화되며 반사수혜가 더해졌다. ‘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협력 기대감까지 겹치면서 호재가 이어졌다.

미국 현지 조선소인 필리조선소 인수를 선제적으로 추진한 한화오션(042660)은 올해 들어 200.53% 급등하며 3배 이상 올랐다. 조선과 방산 호재가 동시에 작용한 결과다. 삼성중공업(010140)(109.57%), HD현대중공업(329180)(76.12%) 등 주요 조선주 전반이 상반기 두자릿수 이상 상승세를 기록하며 국내 증시 반등에 힘을 실었다.

방산주는 상반기 내내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고 대규모 수출 계약 기대감이 커지면서 강세를 이어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로 글로벌 국방비 지출이 전반적으로 확대되는 흐름이 나타났고, 이 과정에서 국내 방산 기업들의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이 재조명되며 시장 내 입지가 크게 강화됐다.

이에 2월 초 40만 원 수준이던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 주가는 6월 97만 원까지 치솟으며 연중 100만 원을 넘어서는 '황제주' 등극 발판을 마련했다. 이후 등락을 거듭, 연말 기준으로는 올해 162.33%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 밖에도 LIG넥스원(079550)(65.75%), 현대로템(064350)(260.65%) 등이 큰 폭으로 올랐다.

원전주도 강세 대열에 합류했다. 인공지능(AI)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탈원전 정책 폐기 기조에 투자 심리가 살아난 것이다. 체코 신규 원전 건설 등 K-원전 수출 기대감까지 더해지며 상승에 불을 붙였다. 이에 두산에너빌리티(034020)가 올해 316.94% 급등했고, 현대건설(000720) 역시 175.44% 오르는 등 관련 종목 전반이 크게 올랐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하반기 바통 받은 반도체…AI 수혜에 '슈퍼사이클' 도래

상반기 강세를 보였던 이들 종목은 밸류에이션 부담과 모멘텀 약화로 하반기 들어 시들해지기 시작했다. 그 바통은 '슈퍼사이클'이 돌아온 반도체가 받아냈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대표되는 반도체주들은 하반기 '사천피'(코스피 4000포인트) 국내 증시를 한 단계 '레벨업'했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메모리 반도체 시장 슈퍼 사이클이 도래한 것이다. AI 모델 학습과 데이터센터 확대로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고성능 DRAM 수요가 급증한 가운데, 메모리 업체들이 HBM 생산 비중을 확대하면서 범용 DRAM·NAND 공급 줄며 메모리 전반 가격 상승이 동반됐다.

국내 시가총액 1·2위 종목인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는 각각 124.53%, 280.26% 올랐다. 코스피 시가총액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두 종목이 급등하면서, 지수의 전체 주당순이익(EPS)을 끌어올렸다. 이들 종목은 마지막 거래일인 전날에도 12만 원, 65만 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고가를 새로 썼다.

증권가는 AI 투자 확대가 중장기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내년에도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센터장은 AI 산업 주요 투자 주체인 클라우드서비스제공업체(CSP)뿐 아니라 다양한 투자 주체들이 수년간 AI 산업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며 "HBM에 대한 수요는 견조할 것이며 레거시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공급 쇼티지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산업에 대해 비중 확대 의견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seungh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