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꼴찌에서 일등으로…코스피, 새해엔 5500 노린다[2026 증시전망]①

-10%→+75% '역전 드라마'…李 정부 붐업 정책·AI 랠리가 올려
"반도체·금리·정책 호재에 상반기 高…선거 이벤트·버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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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한국 증시가 '역전 드라마'를 썼다. 지난 한 해 10%가량 내리며 전 세계 주요 지수 중 '꼴찌'를 기록한 코스피는 올해 글로벌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꿈 같던 '사천피'(코스피 4000포인트)가 굳어진 가운데, 증권사 센터장들은 내년 코스피가 최대 5500포인트까지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30일 뉴스1이 국내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을 대상으로 2026년 증시 전망을 설문한 결과, 코스피 예상 밴드는 하단 3500~4000, 상단 4500~5500으로 나타났다. 평균 예상 밴드는 3066~4235로 지난해 말 집계한 올해 예상치(2342~2872) 대비 상·하단이 크게 높아졌다.

코스피 상단을 제시한 19개 증권사 중 코스피가 '오천피'를 뚫을 것으로 예상한 증권사는 7곳에 달했다. 특히 현대차·iM·NH투자증권은 상단을 5500포인트까지 제시했다. 하단을 제시한 18개 증권사 중에선 SK·iM·키움·유진투자증권이 코스피가 3500포인트까지 내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美 S&P500보다 4.4배 더 오른 코스피…지배구조 개선·AI 훈풍에 급등

올해 코스피는 2399.49포인트에서 4220.56포인트(29일 기준)까지 1821.07(75.89%) 올랐다. 같은 기간 글로벌 주요 지수 중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 한 해 코스피가 9.63% 내리며 '글로벌 꼴찌'를 기록한 지 1년 만의 반전이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코스피는 타국 지수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인 TA-35(이스라엘 35개 대기업 주가를 추종하는 지수)(51.19%)를 큰 폭으로 따돌렸다. 홍콩 항셍(27.79%) 일본 닛케이(26.65%), 미국 나스닥(21.56%) 지수의 2~3배 이상 상승률을 기록했다.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17.41%) 지수와 비교하면 4.4배 올랐다.

지난해 말 계엄 사태, 올해 상반기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전쟁'에 고꾸라졌던 코스피는 6월 조기 대선 기대와 함께 상승세를 탔다. 새로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상법 개정에 나서며 증시 활성화 정책에 박차를 가했고, 떠났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증시로 돌아왔다. 인공지능(AI) 수요 확대에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비롯한 반도체주와 관련 종목들이 랠리를 이어갔다. 전 세계적인 유동성 확장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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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장들 "내년에도 상승 모멘텀 지속"…반도체 랠리가 상승의 '키'

증권가에서는 내년에도 코스피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센터장은 "전 세계적인 유동성 확장, AI 투자 사이클, 이재명 정부 증시 활성화 정책이라는 2025년 강세 요인 3가지 모두 내년에도 유효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코스피 상승 기회 요인(복수 선택) 설문에 응답한 센터장 43.39%가 주요 요인으로 '반도체 사이클 랠리'를 꼽았다. 메모리·파운드리 등에서 이어지는 투자가 확대되면서 코스피 시가총액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의 이익 상향이 이어질 것이고, 이는 지수 전체의 주당순이익(EPS)을 끌어올릴 것이란 전망이다.

조수홍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내년 AI 수요 확대에 따라서 반도체 랠리가 지속될 것"이라며 "반도체 산업 실적 상향 조정이 결국 코스피 기업의 실적 상향으로 연결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윤여철 유안타증권 센터장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양사 영업이익이 동반 100조 원에 안착하면 코스피가 5000선에 안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내년 배당소득 분리과세가 도입되고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한 3차 상법 개정안까지 통과되며 이재명 정부의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이 이어질 경우 코스피의 밸류에이션 상향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도 24.52%를 차지했다. 미국 등 주요국이 금리를 인하하며 글로벌 유동성 환경이 개선될 것이란 전망도 20.75%였다.

금리 인하·정책·반도체 효과에 '上高' 전망…선거 불확실성에 '下低' 우려

지수 궤적은 '상고하저' 전망이 우세했다. 연간으로는 코스피 상승 추세가 지속되겠으나, 상반기에 비교적 우호적인 환경이 지속되며 고점을 형성할 것이란 예상이다. 하반기에는 선거 이벤트와 정책적 불확실성을 기반으로 변동성을 수반한 박스권 등락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지환 대신증권 센터장은 "상반기는 미국, 중국, 한국의 금리인하와 경기부양정책 강화, 한국만의 차별적인 자본시장 선진화법추진과 산업정책 동력 유입이 기대된다"며 "상반기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실적 개선 기대가 가세하며 코스피는 5000선을 상회할 것이고, 2분기를 지나며 고점을 형성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최광혁 LS증권 센터장은 "상반기보다 하반기를 덜 긍정적으로 보는 한국은 6월에 지방선거가 있고, 미국은 11월 중간선거가 있기 때문"이라며 "현재 글로벌 성장이 주로 정책 모멘텀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선거 이벤트로 인해 정책적인 불확실성이 높아진다는 것은 경계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최대 복병' AI 버블 우려한 센터장들…금리 향방도 주목

코스피의 하락 리스크 요인으로는 AI 버블 우려(36.58%)가 가장 크게 지목됐다. 미국 빅테크의 설비 투자 속도가 둔화되거나 수익성 논란이 커질 경우 지수 조정 폭이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외에도 금리 인하 지연·인상 압력(26.82%)도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단 지적도 있었다.

이종형 키움증권 센터장은 "AI 버블 우려 확산 시 외국인 순매도세가 가속화되고 반도체 업사이클 스토리가 훼손될 수 있다"며 "밸류에이션이 높아진 상황에서 충격이 증폭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윤창용 신한투자증권 센터장은 "물가 이슈가 재부상하면 금리 인하 속도가 조정될 가능성이 있고, 이는 금융 안정성에 큰 리스크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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