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현금 이벤트 다 내려갔다" 뿔난 서학개미…美 정부에 'SOS'
금감원 "서학개미 계좌 절반이 손실"…'투자자 보호' 이유로 압박
해외투자 현금성 이벤트·광고 중단…"고환율 책임 떠넘기냐" 반발
- 박승희 기자, 문혜원 기자
(서울=뉴스1) 박승희 문혜원 기자
"갑자기 투자자 보호를 하겠다면서 이벤트를 종료하다니요.고환율 책임을 서학개미(해외 주식 투자자)에게 떠넘기고 있는 것 아닌가요?""정부가 불합리한 투자 장벽을 만들고 해외 투자자들을 차별하고 있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미국 국무부와 무역대표부에 보냈습니다."(일부 투자자 주장 갈무리)
금융감독원이 고환율 상황에서 '투자자 보호'를 명목으로 증권사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가자, 증권사들이 관련 이벤트를 잇달아 중단했다. 예고 없이 이벤트가 중단되자 투자자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통상 연말이면 투자자 유입을 위해 마케팅을 강화하던 증권사들이 되레 최근 들어 마케팅 행사를 줄줄이 종료하고 있다. 대상은 해외 주식 이벤트다.
삼성증권(016360)과 키움증권(039490) 등은 해외주식 거래를 처음 시작한 고객에게 '투자 지원금'이라는 이름으로 제공하던 현금성 혜택을 중단했다. 토스증권도 웹트레이딩시스템(WTS)으로 미국 주식을 거래하면 수수료를 돌려주는 이벤트를 조기 종료했다.
유진투자증권(001200), 한국투자증권(030490) 등은 다른 증권사 계좌에서 보유한 해외주식을 옮겨 일정 금액 이상 거래하면 현금 보상을 지급하는 '해외주식 입고 이벤트'를 종료했다. 유진투자증권은 올해 말, 한국투자증권은 내년 3월까지 이벤트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미래에셋증권(006800)도 각종 해외주식 이벤트를 막고 "금융시장 여건과 투자자 보호를 고려해 해외투자와 관련한 프로모션을 일시적으로 중단한다"고 했다.
증권사들이 이벤트 중단을 선언한 건 금융감독원의 엄포 때문이었다. 금감원은 지난 19일 '해외 투자 실태 점검 중간 결과' 발표에서 증권업계 전반에 해외투자 고객 유치와 점유율 확대를 위한 과도한 이벤트 경쟁이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증권업계에 만연한 해외 투자 중심의 영업 행태를 신속히 바로잡겠단 것이다. 증권사들은 이달부터 내년 3월까지 해외투자 관련 신규 현금성 이벤트와 광고를 중단해야 한다.
금감원은 올해 1~11월 주요 증권사 해외주식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은 1조 9505억 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이지만 해외주식 계좌 중 절반이 손실 계좌라고 지적했다. 표면적으로는 '투자자 보호' 필요성을 강조하며 해외 투자 영업에 철퇴를 가한 것이다.
증권사들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오히려 혜택을 누려왔던 서학개미들은 불만을 쏟아냈다. 이벤트 중단 소식을 접한 투자자들은 "갑자기 이벤트가 다 내려갔다", "쿠폰 이전에 받았는데 주식 안 사놨더니 쿠폰 사라졌다", "이미 혜택받은 건 안 빼앗는다. 다행히 난 막차 탔다" 등의 반응을 내놓았다.
금감원이 투자자 보호를 명목으로 증권사들의 이벤트를 '강제 중단'하도록 하자 온라인상에는 비난글이 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투자자 보호 차원이 맞냐. 주식을 10년 넘게 하고 있는데, 투자자 보호가 이런 것인지 오늘 처음 알았다" 등의 항의 글이 다수 게시됐다.
이번 조치가 해외주식 매수를 통한 달러 유출을 억제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해석이 제기되면서 "환율 불안 책임을 개인에게 돌린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투자자들은 "이런다고 환율이 잡히나. 그냥 웃기다", "이런 조치가 정말 투자자를 위한 것인지, 환율 불안의 책임을 개인에게 돌리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전 세계 개인투자자가 글로벌 자산에 투자하는 상황에서 유독 우리나라 화폐 가치만 하락하는데, 정부 정책이나 구조에 문제가 없는지부터 되돌아봐야 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seungh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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