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 주범 몰린 해외 투자…대형 증권사 향하는 금감원 칼날
해외투자 현장점검 결과 토대로 '현장검사' 즉시 착수
위법·부당 행위 발견 시 해외주식 영업 중단 등 최고 수준 조치
- 손엄지 기자
(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급증한 해외투자가 고환율의 주범으로 몰리는 상황에서 금융감독원이 증권사의 해외주식 영업에 칼을 빼들었다. 특히 공격적인 해외주식 영업이 개인투자자의 손실까지 키우고 있다고 판단해 단순 점검을 넘어 검사로 강도를 높였다.
1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날부터 키움증권과 토스증권을 대상으로 해외투자 실태 관련 현장검사에 착수한다.
앞서 금감원은 해외투자 거래 상위 6개 증권사와 해외주식형 펀드 상위 2개 운용사를 대상으로 현장점검을 진행했는데, 이 과정에서 투자자 보호 측면 문제가 확인된 회사를 중심으로 현장검사로 전환했다.
해외투자 강자인 키움·토스증권을 시작으로 현장검사 대상 증권사는 순차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해외주식 시장 점유율이 높은 대형 증권사들이 주요 검사 대상이다.
금감원은 앞서 진행한 현장점검에서 증권업계 전반에 해외투자 고객 유치와 점유율 확대를 위한 과도한 이벤트 경쟁이 벌어졌다고 판단했다.
거래금액에 비례해 현금을 지급하거나, 신규·휴면 고객에게 매수 지원금을 제공하고, 수수료를 대폭 감면하는 방식으로 거래를 부추겼다는 것이다.
이같은 성과는 영업점과 본점의 KPI에 해외주식 시장점유율이나 수수료 수익을 반영하면서 내부적으로도 과당 경쟁을 유발했다고 보고 있다.
금감원은 이번 현장검사를 통해 투자자를 현혹하는 과장 광고, 투자자의 위험 감수 능력에 맞지 않는 투자 권유, 해외투자 위험에 대한 불충분한 설명 등 위법·부당 행위가 적발될 경우 해외주식 영업 중단을 포함한 최고 수준의 제재에 나설 계획이다.
금감원은 증권사들이 해외투자를 적극 권유하는 과정에서 증권사는 사상 최대 수익을 거뒀지만 개인투자자 손실은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 11월까지 해외주식 거래 상위 12개 증권사의 해외주식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은 1조 9505억 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반면 올해 8월 말 기준 개인투자자의 해외주식 계좌 중 절반(49.3%)은 손실 계좌로 집계됐다. 계좌당 평균 이익은 50만 원에 그쳐 전년(420만 원) 대비 크게 줄었다.
해외 파생상품 투자에서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개인투자자는 시장 환경과 무관하게 수년간 대규모 손실을 이어가고 있고, 올해 들어 10월까지 누적 손실은 3735억 원에 달한다.
고환율 국면에서 해외자산 투자 열풍이 이어졌지만 실제 성과는 증권사에 집중되고 다수 개인투자자는 손실을 떠안는 구조가 고착화됐다는 지적이다.
금감원은 제도 개선에도 속도를 낸다. 내년 3월까지 각 증권사에 해외투자 관련 신규 현금성 이벤트와 광고를 중단하도록 했고, 내년 1월 중에는 거래금액에 비례해 보상을 주는 이벤트를 원천 금지할 예정이다.
eom@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