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證 "美 AI 투자 불확실성 확대 시 국내 증시 선제 타격 구조"

"한국은 AI 투자 결정을 가장 빠르고 과도하게 반영하는 시장"
반도체 비중 유지…전력·변압기는 직접 수혜 영역

코스피가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세로 10거래일 만에 4,000선이 무너진 16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91.46포인트(2.24%) 내린 3999.13, 코스닥은 22.72포인트(2.42%) 내린 916.11에 장을 마쳤다. 2025.12.16/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신한투자증권은 최근 글로벌 주식시장의 조정을 인공지능(AI) 수요에 대한 전면적인 부정이 아니라 투자 대비 수익(ROI) 실현 시점에 대한 재검증 과정으로 해석했다.

이 같은 논쟁 국면에서 한국 증시는 미국과 전혀 다른 위치에 있다고 진단했다. 국내 시장은 AI 단일 변수로 움직이기보다 달러, 금리, 변동성을 매개로 증폭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17일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에는 성장 스토리와 투자 규모가 밸류에이션(가치)을 정당화했다면 이제는 투자가 언제부터 현금흐름으로 돌아오는지를 묻는 단계로 이동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AI 투자 주체로서 실제로 빅테크 매출과 서비스, 플랫폼 수익으로 전이되는지를 판단하는 시장이지만 국내 주식시장과 한국 기업들은 AI 투자 사이클에서 중간재 공급자, 주로 반도체 역할을 갖는다"고 했다.

미국 기술주가 흔들리는 국면에서 한국은 펀더멘털 변화와 무관하게 외국인 베타 축소 대상이 된다고 분석했다. 미국 AI 투자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글로벌 자금은 성장 자산의 할인율을 재평가하고 안전자산 선호를 강화하기 때문이다.

노 연구원은 "불확실성은 달러 강세로 이어지고 주식시장 변동성을 확대시키는 요인"이라며 "외국인이 2거래일간 코스피를 2조 원 가까이 순매도한 배경"이라고 짚었다.

반대로 달러 약세와 변동성 완화 국면에서는 환 헤지 부담이 줄고 반도체 실적 레버리지 기대가 다시 커질 수 있다고 했다.

노 연구원은 "한국은 AI 투자 사이클에서 투자 결정을 내리는 시장이 아니라 그 결과를 가장 빠르고 과도하게 가격에 반영하는 베타 시장"이라며 "이는 한국 기업의 펀더멘털 변화라기보다 글로벌 자금의 위험 선호 조정 성격에 가깝다"고 말했다.

이에 따른 투자 전략으로 반도체 비중은 유지하면서 전력·변압기·전선 등 AI의 후방 인프라는 방어력을 가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노 연구원은 "반도체 비중은 유지하되 1월 실적 발표에서 출하·믹스·설비투자(CapEx) 가이던스 확인 전까지 공격적 확대는 유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장비 업종에 대해서는 "타이밍 리스크에 가장 직접적으로 노출돼 있어 빠른 비중 확대 실익이 뚜렷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반면 "전력·변압기·전선 등 AI의 후방 인프라는 병목 이동의 직접적 수혜 영역"이라며 "상대적으로 방어력을 가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eo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