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MBK "고려아연 '美 공장' 건설, 경영권 방어 목적…재검토해야"

"최윤범 회장 백기사 확보 의심…핵심 기술 유출 위험 초래"
"이사회 기능 무력화도 문제"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전경(고려아연 제공) ⓒ News1 최동현 기자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영풍(000670)과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010130)이 미국에 10조 원 규모의 전략 광물 제련소를 건립하는 것에 대해 제동을 걸었다.

고려아연은 15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미국 제련소 투자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투자 방식은 고려아연과 미국 측이 합작법인(JV)을 설립하는 형태로 이뤄졌으며, 미국은 국방부와 현지 방산기업 등이 2조~3조 원을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투자는 중국의 전략 광물 수출 통제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이 적극적으로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고려아연 최대주주인 영풍과 MBK파트너스 측은 "이사들이 중대한 안건에 대해 사전 보고나 논의 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됐으며, 이사회 당일 현장에서 제한적으로 해당 사실을 접했다"며 유감을 드러냈다. 이사회의 기능을 무력화하는 심각한 절차적 훼손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회사의 사업적 필요성보다는 최윤범 회장의 개인적 경영권 방어를 위해 대한민국의 핵심 전략자산인 '아연 주권'을 포기하는, 국익에 반하는 결정이라고 의심했다.

미국 정부가 프로젝트가 아닌 고려아연 지분에 투자하는 것은 사업적 상식에 반하는 '경영권 방어용 백기사' 구조라는 판단이다.

영풍과 MBK파트너스 측은 "정상적인 사업 구조라면 투자자는 건설될 미국 제련소(프로젝트 법인)에 지분 투자를 하는 것이 상식"이라며 "이번 안건은 굳이 고려아연 본사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을 택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고려아연 지분을 미국 정부에 내어주는 것은 자금 조달이 주목적이 아니라, 의결권을 확보해 최윤범 회장의 경영권을 방어해 줄 백기사를 확보하려는 의도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고려아연이 10조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자금과 리스크를 전적으로 부담하면서도, 정작 알짜배기 지분 10%를 미국 투자자들에게 헌납하는 기형적인 구조는 이사회의 배임 우려는 물론 개정 상법상 이사의 총주주충실 의무에 반할 소지가 크다"며 "설계부터 완공까지 수년이 걸리는 대규모 공장 건설 프로젝트에, 당장 지분을 희석시키면서까지 급박하게 자금을 조달할 경영상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영풍과 MBK파트너스 측은 또 "현 경영진은 미국 정부가 합작법인을 통해 고려아연의 지분을 취득한다고 주장하지만, 미국 정부 기관이 해외 민간 기업에 대해 합작법인을 통한 '우회 출자' 방식을 택한 전례는 찾아보기 힘들다"며 "이 자금이 순수한 투자인지, 아니면 미국 정부를 방패막이 삼아 급조된 자금인지 그 실체를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프로젝트가 아닌 본사 지분을 노리는 투자는 '경영상 필요'가 아닌 '경영권 방어'가 목적임이 명백하다는 주장이다.

특히 영풍과 MBK파트너스 측은 "울산 제련소의 '쌍둥이 공장'을 미국에 짓게 되면 국내 제련산업 공동화는 물론 핵심 기술 유출 위험까지 초래하므로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며 "아연을 비롯해, 온산제련소에서 생산하는 전략 광물은 대한민국 경제 안보를 지키는 핵심 자산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에 짓겠다는 제련소는 울산 온산제련소 생산능력에 상당 수준 육박하는 거대 규모로 추정된다"며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던 물량을 미국 현지 생산으로 대체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국내산 광물의 '수출 종말'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수십 년간 축적된 고려아연의 독보적인 제련 기술이 합작이라는 미명 하에 해외로 유출되는 것 또한 불가피하다"며 "지금처럼 갑자기 임시이사회를 열고 급하게 처리할 것이 아니라, 시간을 두고 신중하고 철저하게 사업성을 검토해 주주와 국가 경제에 최선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ke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