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개인·법인 대기자금 15조원 이탈…빠진 돈은 '미장' 향했다

11월 5일 88조원 기록한 투자자예탁금, 월말 77조원으로 '뚝'
법인 중심 MMF도 5조↓…韓 거래대금은 줄고 美 순매수는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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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지난달 개인·법인 대기자금이 약 15조 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탈한 자금은 국내 증시로 향하지 않았고, 같은 기간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증시 쏠림은 더욱 두드러졌다.

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예탁금은 11월 5일 88조 2708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뒤, 같은 달 28일 77조 9119억 원까지 약 10조 원 감소했다. 중순에는 75조 원대까지 내려앉으며 몇 주 사이에 대기성 자금이 빠르게 축소됐다.

투자자 예탁금은 개인 투자자가 증권사 계좌에 넣어둔 현금으로, 언제든 주식·ETF 매수로 이어질 수 있는 투자 대기자금으로 꼽힌다. 증시 상승이 기대될 경우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지난달 증시 변동성이 커지자 투심이 급격히 식었다.

같은 기간 법인 중심의 머니마켓펀드(MMF) 자금도 급격히 줄었다. MMF 잔고는 지난 5일 218조 5720억 원에서 28일 213조 1671억 원까지 5조 4049억 원 감소했다. 지난 9월 3일 230조 원 목전까지 불어났던 점을 감안하면 석 달 만에 11조 원 이상 줄었다.

MMF는 투자자 예탁금과 달리 기관·법인 중심의 단기 자금이 머무는 안전성 상품으로, 시장 변동성이 커질 때 '피신처' 역할을 해왔다. 연말 법인 결제자금과 같은 계절적 수요에 더해 고환율 등에 따른 위험 회피 심리가 겹치며 자금 이탈이 심화됐다.

개인과 기관의 대기 자금이 모두 줄었지만, 떠난 자금이 국내 증시로 유입되진 않는 모습이다.

지난달 5일 한국거래소 기준 국내 증시 일일 거래대금은 40조 1506억 원이었으나 월말엔 23조 6777억 원으로 급감했다. 기관·개인 투자자 자금도 각각 6조 3642억 원·18조 9383억 원에서 2조 5809억 원·13조 5554억 원으로 감소했다.

오히려 국내 투자자 자금은 미국 증시로 흐르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은 미국 주식을 5개월 연속 순매수하며 지난달엔 59억 3441만 달러(8조 7212억 원) 샀다. 이에 보관액도 1611억 6989만 달러(236조 8230억 원)로 역대 최고 수준을 유지 중이다.

seungh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