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운용 김민국 "배당세 50%·양도세 27%…세제 고쳐야 오천피 간다"

"국내 주식 여전히 싸…'부동산→증시' 머니무브 기대"
"지배구조·세제 개편이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 방법"

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 2025.11.14/뉴스1 ⓒ News1 박승희 기자

(서울=뉴스1) 신건웅 박승희 기자

"부동산보다 주식이 싸다."

국내 가치투자의 대가 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는 지난 14일 '뉴스1'과 만나 "한국 증시가 글로벌 대비 '가격 매력'을 유지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다만 "코스피 5000 시대를 열기 위해 세제와 지배구조의 구조적 왜곡을 먼저 고쳐야 한다"며 "한국 시장의 저평가는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만큼, 정책 신호가 바뀌면 한국 주식은 또 한 번 레벨업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올바른 제도'가 '돈의 길'을 바꾼다"며 "대주주와 소액주주의 1주가 같은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韓주식 매력적…'부동산→주식 머니무브' 가능"

코스피는 연초 이후 급등해 글로벌 주요 국가 중 수익률 1위를 기록 중이다. 같은 기간 미국 S&P500은 물론 일본 닛케이225 지수와 중국 선전지수 등을 압도하는 수익률이다.

가파른 상승세에 고점 우려가 있지만, 한국형 가치투자를 이끄는 김민국 대표는 "고점 우려보다 중요한 것은 '상대가치'"라며 한국 주식의 매력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외국인 시각에서 한국 소비재는 싸고, 한국 주식은 더 싸다"며 "글로벌 주식들과 비교했을 때 여전히 전 세계에서 가장 싼 편"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코스피 시장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34배로, 미국 S&P500(5.4배)이나 중국 선전(2.9배), 일본 닛케이(2배) 등에 턱없이 못 미친다.

김 대표는 "외국인들이 한국 주식을 좋아할 상황이고, 한국 기업들이 돈을 많이 벌 기회"라며 "내부에서 비관적 시각도 있지만, 긍정적 시각을 가져도 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수출기업은 고환율 효과로 실적 레버리지가 생겼고, 배당·자사주 정책이 바뀌면 주변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자연스럽게 이동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특히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부동산에서 자본시장으로 머니무브(자금이동)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소득 대비해서 집값을 볼 때 서울의 집값은 과도할 정도로 높게 거래되고 있는 측면이 있다"며 "외국은 자산에서 부동산 비율이 우리보다 훨씬 적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동산으로 자산이 너무 쏠려있다면 나중에 노후에 쓸 수 있는 돈이 줄고 소비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국민의 노후와 소비 진작, 부의 편중 해소 등을 위해 과도하게 부동산에 쏠린 자금을 주식으로 옮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특히 "'올바른 제도'가 '돈의 길'을 바꾼다"며 "정부·국회가 세제와 지배구조 개혁에 속도를 내면, 한국 증시는 단기 랠리를 넘어 지속 가능한 '진짜 성장'의 궤도에 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 2025.11.14/뉴스1 ⓒ News1 박승희 기자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세제부터 정상화해야"

한국 증시의 고질적 문제인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대해서는 뒤집힌 배당·양도차익 과세 체계를 원인으로 가장 먼저 지목했다.

김 대표는 "(현 세제는) 배당이 더 무겁고 주식 매각이 더 가벼운 구조"라며 "기업이 배당이나 자사주 소각을 늘릴 유인이 사라진다"고 지적했다.

현재 대주주에 대한 배당소득세는 기본 세율(15.4%)에 종합과세를 더하면 최대 50%까지 올라간다. 배당을 많이 받을수록 세율이 급격히 높아지는 구조다. 미국의 경우 배당소득세율은 0~20% 수준에 머물고, 일본도 약 20% 내외인 점을 고려하면 세율이 높다.

반면 국내서 대주주가 주식을 팔 때 내는 양도소득세는 최대 27.5%만 내면 된다. 이러다 보니 대주주 입장에서는 배당하지 않고, 주가를 누르다 프리미엄 받고 파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그는 "배당을 최대한 안 하다가 나중에 엑시트(매각)하며 프리미엄을 챙기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진다"며 "세율 역전이 기업의 배당·자사주 정책을 왜곡하고, 주주 환원을 가로막는다"고 설명했다.

상속세 구조도 한국 주식 저평가의 또 다른 원인으로 꼽았다. 기업 가치가 낮을수록 상속세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대주주들이 주가를 누를 수밖에 없는 이유"라며 "상장 후 투자설명회(IR) 안 하고, 배당 막으면 주가를 떨어뜨려서 얼마든지 상속을 쉽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요인은 잘못하거나 그것들을 악용하는 사람한테 오히려 상을 주는 것이 문제"라며 "제대로 기업 가치를 평가받거나, 운영한 사람이 페널티를 받는 세금 체계를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과도한 경영권 보호에도 쓴소리를 참지 않았다. 김 대표는 "(한국에서는) 경영권에 대해 과도하게 가치를 평가한다"면서도 "경영권은 '보호' 대상이 아니라 경쟁을 통해 선택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직업 선택의 자유가 있듯 주주들은 좋은 회사와 경영진을 선택할 수 있다"며 "건전한 경쟁에서 경쟁력이 나오기 때문에 좋은 경영진이 구성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국 애플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고(故) 스티브 잡스만 하더라도 애플 공동 창업자지만, 매킨토시 실패와 내부 충돌로 1985년 해임당했다가 12년 후인 1997년 최고경영자(CEO)로 복귀했다.

김 대표는 "우리나라는 역설적으로 경영권 분쟁이 있을 때 기업가치가 극대화된다"며 "대주주 1주와 소액주주 1주는 동일한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액주주들이 권한을 제대로 행사해 좋은 경영진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 "의무공개매수, 자사주 소각 활성화 등 제도를 합리화해 지배주주와 일반주주의 이해를 일치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코스피 5000 달성 조건으로 △배당 분리과세 합리화(배당vs양도차익 과세 왜곡 개선) △의무공개매수제 도입(M&A·지배구조 거래 시 소액주주 보호) △자사주 소각 유도(잉여현금흐름의 주주환원) △지배구조 경쟁 촉진(집중투표제 실효화, 터널링 차단) 등을 제시했다.

그는 "관련 입법들이 합리화되면 시장에 자연스럽게 온기가 돌면서 건강한 코스피 5000이 가능할 것"이라며 "이번 정기국회나 내년 초에 여러 가지 상속세 증여세법 개정안 등이 이뤄지면 자연스럽게 갈 수 있다"고 기대했다.

끝으로 "회사에서 번 돈이 '정의롭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모든 주주에게 들어온다는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keon@news1.kr